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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장인 강필석·김지현과 새내기 최우혁 “오늘도 행복했다”

이병헌과 故이은주 주연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콤비 작사·작곡가 윌 애런슨과 박천휴 넘버, 인우 강필석·이지훈, 태희 김지현·임강희, 현빈 최우혁·이휘종 출연

입력 2018-07-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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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 최우혁 김지현 강필석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왼쪽부터), 태희 김지현,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왜 형님이 기다리시는지 알 것 같아요. 100%예요. ‘번지점프를 하다’ 안에서의 형님은 ‘저건 아쉽다’가 없어요. 날아다니세요.”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장인이에요. 장인”이라는 최우혁의 극찬에 강필석은 “10년을 하면 다 그렇게 돼”라고 대꾸하며 쑥스럽게도 웃는다. 

 


◇10년째 인우 강필석, 태희 그대로 김지현 그리고 현빈으로 변신 최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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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누구도 (강)필석 형보다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해 더 잘 아실 수는 없을 것”이라는 최우혁의 극찬처럼 강필석은 벌써 10년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8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인우다. 

 

그에게 ‘번지점프를 하다’는 “정 안되면 제가 제작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남다른 작품이다.

이병헌과 故이은주 주연 동명 영화의 뮤지컬 제작이 결정되고 워크샵을 거쳐 2009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관 창작팩토리 사업 시범공연부터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 2012년 초연, 2013년 재연까지 인우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지키고 있는 강필석은 “한참 공연화가 안되서 아쉬웠는데 다시 돌아오니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지현 역시 시범공연 시절 인우의 아내 소연으로 ‘번지점프를 하다’에 함께 했고 2013년 재연에서는 태희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프랑켄슈타인’ 앙리 뒤프레와 괴물로 데뷔해 ‘벤허’의 메셀라, ‘올슉업’ 엘비스, ‘명성황후’ 홍계훈, ‘금강, 1894’ 신하늬, ‘밑바닥에서’ 페페르 등 선 굵은 역할을 주로 했던 최우혁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나이보다 어린 역할에 도전했다.

 

“디테일 장인 두분(강필석, 김지현)께 많이 배우고 감사해요. 장담컨대 두분이 없었으면 전 무대에 못올라 갔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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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왼쪽)과 현빈 최우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최우혁의 토로에 “아니 올라갔어”라는 강필석, “올라갔다 바로 내려왔을 것”이라는 최우혁, 두 사람의 난데없는 티격태격에 김지현이 깔깔거리며 즐거워한다.

“진짜로 형이랑 누나가 없으면…중심이 없어요. 기둥 같았어요. 아마 두 분이 없었으면 부실공사여서 다 무너졌을 거예요.”


◇강필석의 평범한 인우, “저 사연 없어요” 김지현의 태희, 세상 불쌍한 최우혁의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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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영화를 볼 때도, 무대에 오르면서도 이 작품이 되게 흥미로운 사실은 드라마는 지독히도 현실적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내용은 완전 판타지죠.”

강필석의 말대로 ‘번지점프를 하다’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 인우(강필석·이지훈, 이하 관람배우 우선 순)가 제자 현빈(최우혁·이휘종)에게서 17년 전 사랑했던 태희(김지현·임강희)를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콤비 작사·작곡가 윌 애런슨과 박천휴가 만든 왈츠로 극을 여는 ‘번지점프를 하다’는 환생을 소재로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인우라는 사람은 그냥,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같아요. 누구나 사랑을 해봤고 설레는 감정을 느껴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태희와 여관방에 있는 장면에서 연애를 막 시작하던 20대 시절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좀 무뎌진 그때의 감정들이 떠올라서 그 신이 그렇게 설렌데요. 그런 사람이 다시 나타난다면 사랑 하나만으로 모든 걸 버릴 수 있을까 싶어요. 인우는 대단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인물이 아니라 너무나 가까이 있는 사람 같거든요.”

인우에 대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강필석에 김지현 역시 “태희는 누구보다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말을 보탰다. 하지만 김지현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에 “이상하게 되게 사연 있는 여자 같다”고 소감을 전하자 “망했다”는 개구진 한탄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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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태희 역의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렇게 안하고 싶었는데 저 자체가 그게 안되나 봐요. 재연만큼 너무 처연하고 슬프지 않게 태희를 풀어보려고 했는데…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태희에게 (사연이 있는) 그런 느낌을 씌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해서 (사연 있는 여자처럼) 그렇게 됐나 봐요.”

그리곤 “세 번째 하면서는 그런 느낌을 안주려고 노력했는데 제가 가진 ‘결’과는 좀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는 김지현은 요즘도 “왜 태희는 산에서 그런 얘기를 했을까” “왜 그 긴 시간을 돌아 다시 태어났을까?” “인우가 계속 찾아서? 아니면 찾아간다고 약속했으니까?” 등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단다.

“예전에는 그냥 인우를 만나러 가던 마지막 순간이 요즘에는 시간을 달려서 인우에게 가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억겁의 시간을 달려 인우에게 가는 그런 느낌이요. 왜 그렇게 열심히 찾아갈까 고민했는데 결국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인우니까, 인우를 사랑하니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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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왼쪽)과 태희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최우혁은 태희의 환생인 현빈에 대해 “소연 아내 다음으로 불쌍한 사람”이라며 “인우와 태희가 소풍을 가고 커피를 마시고 하는, 사랑하는 모습들을 머릿속으로 열심히 상상한다”고 설명했다.

“현빈 입장에서는 18년 동안 자신이라고 믿었던 나를 버리고 전생의 기억을 택하는 거잖아요. 현빈으로 지낸 18년 보다 태희와 인우가 사랑했던 그 시간의 추억과 소중함이 더 크다고 굳게 믿고 연기하고 있어요. 1막의 현빈은 태희랑 아예 다른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막에서 그냥 지나쳤던 시간들에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를 깨닫죠. 그래서 인우가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기도 한데 ‘너 누구야!’ 할 때의 필석 형은 눈만 봐도 진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현빈을 현빈답게, 태희를 태희답게 존재하게 하는 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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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왼쪽)과 태희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태희는 연비 300킬로 캐릭터예요. 인우가 계속 생각하고 현빈이가 연상시키는 느낌을 내주거든요.”


강필석의 말에 김지현은 “사실 미안한 게 태희는 그냥 태희로 살면 된다. 따라하는 건 현빈들의 몫이고 인우 머릿속에 내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2막에서는 잘 나오지도 않는데 잘 모르시는 관객들이 많다”고 말을 보탰다.

“얼마 전에 되게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인우가 학교를 그만두고 현빈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왜 찾아오셨어요?’하는 현빈이 얼굴이 그렇게 새초롬해 보이는 거예요. ‘해고 당하셨다면서요’ 하는 얼굴에 제가 너무 대입되는 거예요. 담담하게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버티면서 현빈이가 얘기하는 모습이 되게 태희 같아 보였어요. 그런데도 못알아 보니 인우 입장에서는 또 얼마나 답답할까 싶고.”

김지현의 말에 강필석은 “태희와 현빈이 전혀 다른 사람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순간순간이 비슷한 거지 둘이 똑같은 사람은 아니니까”라며 “현빈이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들이 저(인우)에게만 크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현빈이들한테도 그런 주문을 많이 했어요. 의미부여하지 말고 아무렇지 않게 해달라고. 자기도 모르게 (태희와) 연결된 지점을 강조하고 짚어주려고 하는 순간 신파가 돼버리거든요. 현빈이 태희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도 저는 인우로서 알아볼 수 있어요.”

그렇게 현빈을 현빈답게, 태희를 태희답게 존재하게 하는 강필석에 최우혁이 “역시 인우의 달인”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내가 인우라면…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이해해야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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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김지현의 “누군가를 나보다 더 많이,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자체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에 물음표였다”는 말에 강필석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인우의 대사를 인용했다.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모르게 눈이 가고 행동을 보게 되고…. 사실 인우가 1막에서 ‘나 왜 이러지’ ‘무슨 감정이지’ 의아해 하면서도 질투까지 하잖아요. 그런 감정들이 이성으로 콘트롤할 수 있을까 싶어요. 아무리 이성으로 거부하려고 해도 그 사람이 보고 싶을 수 있잖아요.”

라이터, 살짝 들리는 새끼손가락, 같은 질문 등에서 태희를 떠올리는 인우에 대해 강필석은 “무서우면서도 설레는 상황일 것 같다. 그때부터는 현실과 구분이 안가면서 현빈이밖에 안보이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그 사람한테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연 때는 ‘실제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단박에 ‘당연히 간다’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좀 들어선지 고민이 좀 되긴 해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가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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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예전과는 달리 다소 주춤하게 된다는 강필석의 “현실을 생각하는 순간 낭만파괴”라는 말에 최우혁은 “제가 만약 인우라면 좋은 친구로 지내면서 마음을 달랠 것 같다”고 밝혔다.

“현빈이 태희라는 확신은 들어요. 그럼에도 현실이 있으니까 현빈과 가장 가깝게 지내며 같이 태희 얘기를 하면서 살 것 같아요.”

꽤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최우혁은 “하지만 아까 형님이 말씀하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라는 대사가 좀 걸린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강필석은 “거부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다는 건 인우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현빈이도 세뇌 당해서 그럴 수 있다”면서 현빈이 태희로 바뀌는 순간이 너무 짜릿하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너무 비현실적이니 저(인우) 자신도 의심이 들 때가 있거든요. 진짜인 것 같은데 100%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현빈이에게서 태희가 탁 하고 나타나는 순간…자전거를 타고 온 현빈이를 일으키고 현빈이가 태희의 기억을 떠올리는 그 순간이 정말 소름이 돋아요. ‘봐 내 말이 맞지?’ 싶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죠.”



◇불륜, 미성년자와의 동성애 등에 대한 논란 “모든 것을 버리고 갈 수 있는 인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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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왼쪽부터), 태희 김지현,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실 인우를 결혼시키자 말자는 얘기도 있었어요. 인우 입장에서는 좋죠. 비난거리가 하나는 줄어드니까요. 영화를 촬영할 때 감독님이 왜 그런 설정을 했을까 고민을 해봤어요. 인우로 하여금 모든 걸 잃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친구, 학생들, 가정 등 모든 걸 버리고 이 사람한테 갈 수 있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 상황을 가져가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말한 강필석은 “뭐라 비난을 당해도 그로 인해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약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보면 저도 사실 이해가 안돼요. 그렇게 많은 비난을 감수하고 힘들게 만났는데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잖아요. 인우가 처음 인연에 대해 얘기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따지고 보면 불륜, 미성년자와의 사랑 등은 비난받아 마땅한 설정이다. 이에 강필석은 초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사랑하는데 왜 결혼을 했냐”는 질문을 받았고, 스스로에게도 묻곤 했단다.

“살려고 노력한 게 아닐까 싶어요. 현재를 살아가려고 인우는 노력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거죠. 그런 운명을 표현하고 다룬 작품이에요. 다만 시대는 변했고 저도 달라졌어요. 예전에 좋아했던 작품을 우연찮게 다시 보게 된 적이 있는데 걸리는 게 많더라고요. 어떤 걸 대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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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태희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불륜, 여자를 다루는 불편한 방법, 미성년자와의 사랑, 동성애 등 논란거리가 존재하던 ‘번지점프를 하다’도 수많은 시도와 고민 끝에 변화를 겪었다. 강필석은 “불편한 상황을 없애보기도 하고 바꿔보고 대사도 다시 쓰고 젊은 친구들에게 걸리는 부분이 있는지 체크도 했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 시대에 예민한 부분들은 반영돼야한다고 생각했다”고 그 변화의 과정을 전했다. 그렇게 변화를 맞은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해 김지현은 시대의 차이가 모호해진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전혀 자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해야하는 작업이었어요. 작품 메시지를 해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변화는 당연해요.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갭이 좀 없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극 중 현재라고 나오는 시대도 2000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니까요. 그 2000년의 17년 전, 과거와 더 과거의 차이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외형도 그렇지만 그 시대의 감성도 너무 다르거든요. 고민을 거듭하고 조율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께름칙함은 남아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여성들을 희롱, 추행하면서도 죄책감이라고는 없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행동이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믿었던 1980년대와 2000년에 대한 리얼리티와 동시대성은 지금도, 앞으로도 ‘번지점프를 하다’의 딜레마인 셈이다.


◇최우혁의 깊은 호흡에 강필석도, 김지현도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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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완전 극과 극 체험이었어요. (명성황후 홍계훈으로) 분장하고 거울을 보는데 편하더라고요.”

‘번지점프를 하다’의 고등학생 현빈과 더불어 이번 주말도 ‘명성황후’ 홍계훈으로 지방공연 중인 최우혁은 “극과 극 체험”이라며 “선 굵고 강한 캐릭터가 더 편하다”고 했다.

“제 몸이 선 굵고 강한 연기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번지점프를 하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세심한 디테일, 잔잔한 음악들…제가 하던 엔딩은 주먹을 쥐고 하늘로 뻗으면서 고음을 내는 거였거든요. 여기서는 혼자 (그런) 엔딩을 하는 순간 진짜 못한다는 소리를 듣겠구나 싶었죠.”

왕용범 연출의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비롯해 ‘명성황후’ ‘금강, 1894’ ‘밑바닥에서’ 등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했던 최우혁에게 감정의 디테일, 일상적인 표현 등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아직 그 감정까지 안 갔는데 더 세고 강하게 표현해야할 때가 있었어요. 연출님이나 극 전개상 필요하다고 하시니 기술적으로 연기나 노래를 하기는 하지만 마음은 정말 어렵거든요.”

감정이 채 차오르지 않은 감정의 상태로 기술적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는 최우혁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그런 마음고생이 없어서 좋다”고 생글거린다.

“되게 재밌어요. (강)필석이 형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우고 있어요. 사실 가장 힘들었던 게 고등학생처럼 보여야하는 거였어요.”

최우혁의 말에 강필석도, 김지현도 “처음 우혁이 목소리를 듣고 서프라이즈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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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왼쪽)과 태희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워낙 가진 소리가 묵직하고 힘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호흡이 내려가는데 우혁이는 벌써 호흡이 많이 내려가 있는 거예요. 20대 특유의 가벼운 호흡이 있는데 우혁이는 인우보다도 소리가 깊더라고요.”

강필석의 전언에 김지현은 “너무 재밌는 애가 노래를 하는데 소리가 너무 낮아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을 보탰다. “너무 신기했다”는 김지현에 강필석은 “본인이 (현빈에 맞는 소리를) 많이 찾아오더라”며 대견해 했다.

“진짜 힘들었어요. 3번째던가 4번째 공연이었는데 호흡을 계속 높이고 있어야 하는데 제가 잠깐 정신을 놓은 거예요. 아이들과 선생님에 대해 안좋은 얘기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좀 이르지 않아?’ 하는 순간 호흡을 올리기엔 너무 늦은 거예요. 엄청 낮고 깊은 소리가 나와 버릴 뻔 했죠. 큰일 날 뻔한 이후로 매순간 긴장하고 있어요.”


◇맏형 강필석의 “오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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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형님은 좋은 말만 하세요. 오늘도 행복했다, 이렇게.”

최우혁의 전언처럼 팀 전체가 주고받는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방에서 좋은 말만 한다는 강필석은 “디렉션이나 조언을 주는 게 오히려 독이 될 나이”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아직 생기가 더 중요한 나이잖아요.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디렉션이나 조언을 하지 않아요. 그것에 신경 쓰다가 오히려 갇혀버릴 위험이 있거든요. 더구나 학생을 연기하는 데는 너무 정리된 표현보다 날 것의 에너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런 에너지를 내는 데 제가 주는 디렉션이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파이팅’만 해주죠.”

늘 “(너 자신을) 믿고 가라”고 기운을 북돋우는 맏형 강필석에 최우혁은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과 ‘장인’이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엔딩 신에서나 숟가락, 젓가락 얘기를 할 때 저는 되게 중요한 복선이라는 생각에 꼭꼭 짚어서 했죠. 마지막에 등산하면서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요’라고 묻는 것도 그랬어요. 그 대사가 태희와의 복선이기는 하지만 현빈의 기억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현빈이의 질문일 뿐인데. 형이 ‘뭔가 알고 얘기하는 사람 같다’고 의미심장하게 전달하려는 것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어요.”


◇애정 충만 ‘번지점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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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왼쪽부터), 태희 김지현,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해요. 계속 잘 됐으면 좋겠고 계속 하고 싶은 작품이죠. 운이 좋아서 처음부터 함께 하다 보니 유독 애정이 남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저 뿐 아니라 ‘번지점프를 하다’를 했던 배우들이 다 그래요.”

강필석의 말에 김지현 역시 “매회 공연하면서 행복하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그렇다”며 “지칠 때도 있지만 연습할 때보다 무대에 올라가면 더 좋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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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태희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번에도 공연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옆에서 (최우혁, 이휘종) 애들이 하는 순간순간을 지켜 보면서 행복해요. 그 감정들에 음악이 같이 채워지니까 더 큰 감동이 있지 않나 싶어요.”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강필석, 김지현은 자신들 뿐 아니라 초재연(김우형, 성두섭, 전미도, 윤소호, 이재균 등)을 함께 했던 배우들 역시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작품이 묘한 것 같아요. 저 뿐 아니라 거쳐 간 배우들이 이 작품을 다들 너무 좋아해요. 뮤지컬에서 다루는 만큼의 깊이 보다 더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이 가진 정서 자체도 그렇고 감정의 깊이가 배우들에게는 어렵지만 그만큼의 성취감도 있죠.”

그런 형과 누나의 남다른 애정에 대해 최우혁은 “와! 이게 왜 잘 안되서 재연 이후 5년만에 나타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의 놀라움과 아쉬움을 전했다.

“뮤지컬 무대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니 당시 ‘작품 진짜 좋다’ 했던 만큼을 다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이후로 공연되면서 계속 뭔가 생길 것 같아요. 그렇게 새로운 것이 덧입혀지면서 무한하게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시대도 중요하지만 조금씩만 바꿔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거든요. 마지막도 불행하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희망적이었죠.”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부러운 그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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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강필석(왼쪽)과 현빈 최우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한번도 인우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초연부터 계속되는 그 평이 좀 의아하기도 했죠.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사랑인 것 같거든요. 제가 인우의 아내였더라도 인우를 탓하지만은 못했을 것 같아요. 사랑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곤 전작 ‘프라이드’를 예로 들었다. 1958년과 (공연 당시의) 현재를 오가며 성별을 떠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라이드’에서 김지현이 연기한 1958년의 실비아는 남편 필립이 동성인 올리버를 사랑하게 되면서 고통을 겪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김지현이 2014년 ‘프라이드’ 초연, 2017년 3연에서 실비아를, 강필석이 2015년 재연에서 필립을 연기했다. 김지현과 태희를 번갈아 연기하는 임강희도 2015년, 2017년 ‘프라이드’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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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왼쪽부터), 태희 김지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현실적으로 ‘프라이드’의 필립은 아내 실비아에게도, 올리버에게도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죠.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도 그렇고. 하지만 실제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 사랑이 진짜가 되지 않은 게 슬프긴 하겠지만. 오히려 누군가를 인우처럼 사랑할 수 있는 게 가능할까 싶기는 해요.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래도록 사랑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지 않나 생각했죠.” 

 

김지현의 말에 최우혁은 “동성애에 대해서는 100% 열려 있지만 제일 걸리는 게 불륜”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소연과 결혼을 하면서는 사랑한다는 말도 했을 테고 누군가는 프러포즈도 하고 기분 좋게 양가 부모님을 만나 상견례도 했을 테니까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지만 ‘그 여자가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당신은 날 택해야지’가 소연의 입장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왜 차를 안 사냐?”는 또래 친구들의 질문에 “지하철이 제일 편하다”로 시작하는 찬양(?)에 가까운 대답을 했다가 “허세를 부린다”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는 스물여섯 최우혁은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부럽다”고 했다.

“태희가 그림을 그려서 준 라이터가 특별하긴 하죠. 하지만 태희가 시간만 있으면 하나 더 그려줄 수도 있는 건데 받자마자 세상에 하나 뿐인 선물처럼 생각하는 인우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요. 그걸 보면서 현실이랑 자꾸 부딪히죠. 둘 같은 사랑을 하면 정말 좋겠다, 만날 부러워요.”


◇강필석의 처음과 마지막 대사, 김지현의 왈츠, 최우혁의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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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현빈 최우혁(왼쪽부터), 태희 김지현, 인우 강필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첫 대사와 마지막 대사가 가장 좋아요. 처음 아이들에게 인연에 대해 얘기하고 마지막에 태희가 했던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도 끝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다’라는 대사가 모든 만남들을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걸 얘기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강필석이 전했듯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저 스쳐가는 것도 작품 속 인우의 대사처럼 “몇만분의 1, 어마어마한 확률의 인연”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고 그간의 만남을, 그 속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저는 프롤로그의 왈츠가 제일 좋아요. 영화에서도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Suite for Variety Orchestra)이 정말 인상적이잖아요. 우리 왈츠는 1분 30초짜리 짧은 음악이지만 저 뿐 아니라, 배우들, 관객들을 사로잡고 시작하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도 그랬어요. 피아노 한대로 프롤로그의 왈츠가 연주되는 순간 공기가 ‘번지점프를 하다’로 바뀌는 느낌이었죠.”

이렇게 말한 김지현은 “곡도 가사도 너무 아름다워서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윌·천휴에게 박수를”이라고 극찬했다.

“그 음악을 들으면 ‘번지점프를 하다’를 다 본 느낌이에요. 커튼콜에서 그 곡을 다시 부를 때도 소름이 돋아요. 관객을 앞에 두고 그 노래를 다 같이 부를 때는 정말 물어보고 싶어요. ‘이렇게 해도 당신은 날 사랑해주실 겁니까?’라고요.”

최우혁은 마지막의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를 가장 좋아하는 대사라고 꼽으며 “수많은 말이나 약속보다 좋은 말, 너랑 절대 안 헤어져, 영원히 사랑하자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 같다”고 털어놓았다.


“널 계속, 너만 사랑할 거라는 마음을 담은 모든 단어를 포괄하고 있는 문장같아요. 지켜지지 않더라도, 이 말만 들어도 행복해요. 제일 좋아하는 신도 태희와 인우 내레이션 중에 있어요. 인우가 ‘여자로 태어나면 어떻게 하지’하면 태희가 ‘또 사랑해야지’하면서 웃는 그 신이 너무 좋아요. 너무 진지하거나 암울하지 않게 장난치듯이 하니까 진짜 소름끼치는 것 같아요.”

이 역시 ‘번지점프를 하다’와 태희의 장인 김지현이 끊임없이 되뇌는 “슬프지 않게, 슬프지 않게…”라는 주문으로 가능해진 명장면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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