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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이래서 기욤 뮈소!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입력 2022-02-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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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센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 아름다운 여인의 데스마스크. 영안실의 한 직원에 의해 만들어진 이 데스마스크는 ‘이방인’ ‘페스트’ 등의 문학 거장 알베르 카뮈, ‘파리의 농부’ ‘문체론’ ‘레 코뮈니스트’ ‘성주간’ 등의 시인이자 소설가 루이 아라공, 화가 파블로 피카소 등 파리의 수많은 예술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시스, 그를 따르는 여인들, 잔혹한 숭배의식 등과 고전 연극의 결합. 일도, 연애도, 삶도 순탄지 않은, 국립도주자수색대(BNRF)에서 한직 특이사건국(BANC)으로 좌천된 경감 록산 몽크레스티앙.

열살 때의 치기로 4살짜리 여동생 베라를 잃고 그 영혼과 대화하는 삶을 살아온 소설가 라파엘 바타유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이자 베테랑 형사 마르크 바타유. 센강에서 건져낸 이름 모를 여인과 DNA로 확인한 그녀의 이름 밀레나 베르그만. 하지만 밀레나는 1년 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한 파리행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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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기욤 뮈소 지음(사진제공=밝은 세상)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은 소재와 인물들의 면면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기묘함과 서스펜스가 감지되는 작품이다. ‘인생은 소설이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그 후에’ 등의 기욤 뮈소가 18번째로 발표한 장편소설은 서스펜스, 스릴러, 로맨스, 사회반영, 가족애, 심리 등 어느 하나에도 모자람이 없다. 


알몸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와 팔찌, 담쟁이 덩굴 왕관과 얼룩무늬 모피 문양의 문신만을 단서로 남기고 사라져 버린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은 바타유 부자와 그들의 비극적인 가족사, 서로를 위한 끔찍한(?) 마음,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여경감 등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인다.

이같은 이야기에 프랑스 증후군, 노란조끼 시위대, 세금은 느는데 제대로 굴러가는 기관은 없다시피한 프랑스의 현재, 그 정체가 모호한 파리 곳곳의 유령 공사 구간, 설사와 방광염을 일으킬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센강, 자극적인 이야기에만 주목하는 언론과 SNS 문제 등이 자연스레 녹아든다. 더불어 파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듯한 묘사에 이야기와 인물들은 실제로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하고 존재할 법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야기 전체가 기괴하고도 새로운 실험극과도 같은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은 2020년 12월 25일 ‘웨스트 프랑스’라는 매체에 실린 기사로 마무리된다. 등장인물들의 엔딩은 지극히 모호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느껴는가 하면 어쩌면 독자들에게 온전히 맡겨버리는 열린 결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도플갱어’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떠돌이 광대들’ 3개의 큰 파트에 5일 동안의 날짜별 사건 기록처럼 풀어가는 이야기의 넘버링에 적힌 인용문구, 책 중간 중간 구현해둔 신문기사, 인터넷의 검색결과 페이지, 모바일 뉴스 등을 꼼꼼히 읽어두면 사건은 더욱 의미심장해지고 이야기는 보다 흥미진진해진다. 더불어 라파엘 바타유, 로맹 오조르스키, 화가 로렌스, 출판업자 팡틴 드 빌라트 등 기욤 뮈소 전작들에 등장하던 인물들의 이름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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