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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K콘텐츠 대표주자 우뚝, ‘오징어게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책갈피]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입력 2022-03-15 18:00 | 신문게재 2022-03-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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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사진제공=넷플릭스)
52일간 전 세계 시청 1위, 미국 고섬어워즈, 피플스 초이스, 골든글로브, 미국 배우조합상,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 매출 1조원…. 한국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최근까지 거둔 성과다.  

지난해 9월 17일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던 이 작품은 공개 4일만에 전미 시청 1위, 6일만에 세계 시청 1위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K콘텐츠의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오징어게임’에 열광했고 그 후광에 힘입어 ‘갯마을 차차차’ ‘연모’ ‘마이네임’ ‘지옥’ 등 여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단순히 세계적으로 흥행한 K콘텐츠라는 가치를 넘어선다. 그렇지만 ‘오징어게임’의 빛과 그림자도 뚜렷했다. ‘오징어게임’은 K콘텐츠업계에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신간 ‘오징어게임과 콘텐츠 혁명’은 PD, 기자, 교수,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방송제작 현업에 있거나 해당 분야에 정통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오징어게임’으로 촉발된 K콘텐츠의 방향을 심층분석한 책이다. 책에서는 ‘오징어게임’에서 출발한 K디스토피아 현상, 글로벌OTT와 수익배분, K콘텐츠의 경제효과 등을 포괄적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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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 정길화 外 지음| 인물과사상사 | 1만 7000원

‘오징어게임’ 이전에도 한류는 존재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으로 출발한 한류는 ‘커피프린스1호점’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오징어게임’ 이후  K콘텐츠는 과거 한류드라마와 명백히 궤를 달리 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는 책 속에서 “과거 한류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셀러브리티 한류’의 성격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겨울연가’는 욘사마 붐을,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과 김수현, ‘태양의 후예’는 송송커플이라는 한류스타를 낳았다. 


하지만 글로벌OTT인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된 ‘오징어게임’은 ‘취향 중심의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통해 취향 중심의 콘텐츠도 보편적인 글로벌 팬덤으로 확장되는 성공공식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상금 456억원을 둘러싼 을들의 경쟁을 그린 ‘오징어게임’은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같은 K디스토피아로 이어졌다. 정길화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은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재구성하는 데 한국사회의 불행이 콘텐츠 제작자의 행복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그럼에도 이를 세계인이 공감하는 스토리로 만들어 낸 것은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즉 지역성에 기반한 현상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이야기로 만든 것은 오롯이 창작자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정 원장은 “1961년 10대 수출상품 가운데 오징어는 단일품목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며 “건어물이 OTT콘텐츠로 진화하는 데 60년이 걸렸다”는 소회를 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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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즐기는 수용자들의 자세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는 “‘쌍용차 참사’를 연상시키는 오락물을 가볍게 소비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제기했다. 서 기자는 “실재한 참사를 오락물에서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성찰의 시선이 풍부해져야 한지만 지금은 ‘오징어게임’이 세계1위라는 담론에 취해있다”는 송형국 영화평론가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징어게임’ 제작사와 총 제작비 253억원을 투자한 넷플릭스와의 불공정계약 논란은 과거 백희나 작가의 그림동화 ‘구름빵’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거둔 1조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의 직간접 수익의 타당성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며 이제는 산업 외부 경제효과보다 내부 경제성을 높일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은 숙고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또한 방송사에 판매만 하던 시절 PPL을 감수해야 했던 제작사들의 OTT쏠림현상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OTT를 통해 구독하는 콘텐츠는 사업자에게 엄청난 경제가치를 안겨주는 상품이 됐다”며 “‘강남스타일’의 1조원과 ‘오징어게임’의 1조원의 가치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가치를 우리가 오롯이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456억원을 넘어 1조원 잭팟을 터뜨린 K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리하게 자기 길을 개척하기 위한 조언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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