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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노동의 가치'에 대한 고찰! 어쩌면 지금, 우리…연극 ‘SWEAT 스웨트’

입력 2021-06-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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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웨트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안경모 연출(왼쪽부터)과 스탠 역의 박상원, 트레이시 송인성, 신시아 강명주(사진제공=국립극단)

 

“이 작품에서는 노동의 상실에 대한 의미, 그 상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인간이 가진 사회활동 자체가 파괴되고 공황 혹은 진공상태가 되는 데 주목했죠.”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7월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이하 스웨트)의 안경모 연출은 1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의 노동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 인간의 노동이 경제적 가치로만 폄훼돼 버리고 쉽게 대체가능한 사회에서 인간이 부품처럼 활용되는 것 등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죠. 한국 사회가 펜데믹 상황을 만나면서 더욱 첨예하게 만들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노동을 어떤 가치로 바라봐야하는가, 금융자본주의·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인간의 노동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등 큰 질문과 무거운 주제를 던진다고 생각해요.” 

 

[국립극단] 스웨트_프레스콜6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안경모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이렇게 설명한 안경모 연출은 “한국만큼 인종에 대한 편견과 위계가 강한 나라가 없다. 시한폭탄처럼 갈등이 첨예화될 수 있는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지점”이라며 “인종문제를 깊숙이 다룬 작품이자 한국사회의 예비 신호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우리는 이런 미래를 만날 것이라는 의미를 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노동과 인종에 대해 다루는 부분에서 획을 긋는 작품이죠. 더불어 여성, 장애 등 많은 문제도 담고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연대 사회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가치가 있을 겁니다.”

연극 ‘스웨트’는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삶을 풀어낸 퓰리처 수상작이다. ‘스웨트’(2017)와 콩고 여성들의 무자비한 학대의 역사를 다룬 ‘Ruined’(2009)로 두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린 노티지는 아프라키계 미국인 여성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인종, 성별, 계급 등의 문제를 녹여낸 작품들로 주목받는 작가다.

작품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철강도시 레딩, 산업재해로 퇴직한 스탠(박상원)이 운영하는 바를 배경으로 한다. 20년 넘게 한 공장에서 함께 일해 온 세 친구 트레이시(송인성)·신시아(강명주)·제시(문예주), 신시아의 아들 크리스(송석근)와 남편 브루시(김수현), 트레이시의 아들 제이슨(박용우) 그리고 그들이 매일 축제를 벌이고 휴식을 취하는 바의 운영자 스탠과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이민자 오스카(김세환) 등이 얽히고설켜 끌어가는 이야기다. 안 연출은 “노동의 상실, 가치”와 더불어 “관계”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생일파티, 축제를 벌이는 휴식공간이던 바가 싸움터로 파괴되는 변화 과정 그리고 인물과 인물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트레이시·트레이시·제시 세 친구가 가진 우애와 연대, 살가움과 끈끈함 그리고 연인 같기도, 친구 같기도, 아버지 같기도 한 스탠 등의 관계요.”

스웨트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스탠 역의 박상원(사진제공=국립극단)

 

치열하게 일하면서도 편견에 시달리며 연대했던 세 친구의 균열, 그로 인해 극단으로 치닫는 편견과 혐오는 어쩌면 지금과도 닮아 있다. 이에 대해 스탠 역의 박상원은 “필라델피아, 올스테드, 클래몬스로 대변되는 외부, 그 외부가 황폐해가는 모든 것들이 거울처럼 바에서도 일어난다”고 밝혔다.

 

“막이 열리면 신시아·트레이시·제시가 행복한 생일파티를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올스테드와 클래몬스처럼 황폐해지고 신시아의 생일에 극도로 반목하죠. 너와 나이던 관계가 그 년, 그 새끼로 변해가는 그들 사이에서 바탠더인 저(스탠)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어 박상원은 “사회에서 밀려난 가난한 백인인 스탠은 희망을 갈구하는 이민자, (역사 속에서) 노예 상처를 가진 흑인 등을 보듬어 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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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공연 장면. 무대에서는 뉴스 화면들이 스크린으로 투영된다(사진제공=국립극단)

 

“저의 사고로 인해 바는 2막 8장에서 새로운 상생, 치유의 공간으로 바뀌어요. 그를 통해 우리의 미래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늘날 관객에게는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에게 빼앗긴 일자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로 대체되는 2021년 이 사회의 모든 것을 상징하지 않나 싶어요.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해요.”

극 중에는 레딩 지역을 비롯한 미국, 전 세계의 뉴스들이 어지럽게 스크린으로 투영된다. 이에 대해 안경모 연출은 “작가가 레딩지역을 실제 취재하면서 쓴 작품으로 대본에 장면마다 뉴스들을 소개하고 잇다”며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뉴스부터 미시적 공간 뉴스까지 등장한다”고 전했다.

“스탠이 쓰러진 후에 등장하는 2000년부터 20008년의 뉴스들은 한국 창작진에서 새로 선정했어요. 저 너머가 아닌 삶 곳곳을 파고도는 뉴스들, 우리 삶에 영향을 주었던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뉴스들을 대표적으로 선정하려고 애썼죠.”

작품에는 욕설을 비롯해 편견과 비하 등을 내포한 말들이 난무한다. 논란 요소를 가졌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단어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에 대해 안경모 연출은 “욕설은 거친 감정의 표현으로 원문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풀어가려고 했다”며 “장애비하적인 단어 등은 캐릭터를 형성하면서 모멸과 비하의 맥락이 맞닿아 원문을 살려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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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공연 장면. 행복했던 공간은 싸운터로 변모한다.(사진제공=국립극단)

 

막바지 오스카와 제이슨·크리스가 엉켜들어 벌어지는 2분 가량의 싸움 장면에 대해 안 연출은 “행복한 공간이 난장판이 되는 게 목표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사람을 대할 수 있고 파괴될 수 있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포스러운 모습들을 관객들이 체감하면 좋겠다는 의도였어요. 그렇게 관객들과 바에서 살아 있는 인간으로 만나지기를 바랐습니다. 인간으로 바라볼 때 저 사람이 느끼는 행복, 고통, 기쁨 등을 공유하고 미국에 사는 저 사람들의 감정들이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증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안경모 연출의 바람에 트레이시 역의 송인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손을 놓지 말자”고, 스탠 박상원은 “희망이 온다”고 말을 보탰다.

“황폐와 절망에 가까운 현실들이 우리 마음과 자세들에 따라 꼭 이겨낼 수 있다고, 우리가 원하는 꿈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상황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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