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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절망 속에서도 다시 한번…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바로 지금 ‘더모먼트’

입력 2021-12-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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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모먼트
뮤지컬 ‘더모먼트’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굉장히 많은 분들의 노력과 힘이 있어 다시 공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연의 스태프들이 전부 그대로 참여 중이죠. (공연을 올리기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련의 과정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시간이 모여야 가능한지를 실감했어요.”

뮤지컬 ‘더모먼트’(2022년 3월 6일까지 대학로 TOM 2관)의 표상아 작·연출은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제작사와의 갈등 등으로 조기폐막해야했던 초연 후 다시 돌아온 데 대해 “마음이 모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공연이 중단됐음에도 기꺼운 마음으로 회의에 참여해주시고 더 잘 만들고 싶어 마음을 써주는 순간들마다 늘 해오던 프로덕션 과정이 아닌, 마음이 모이는 과정이구나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더모먼트
뮤지컬 ‘더모먼트’ 출연진. 왼쪽부터 사내 역의 원종환·최호중·윤석원(사진=허미선 기자)

 

초연에서 사내로 함께 했던 배우 원종환은 28일 대학로 TOM2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함께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책임이 강담이 안되자 떠나버리는 분들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더모먼트’가 그런 상황에 몰렸다는 게 아쉬움”이라며 “저희도 말하고 싶지만 작품이 받을 타격 등 대외적인 이유로 말 못하는 부분도 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없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초연을 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다시 공연되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우리 작품이 안사라진다’는 마음에 더 으쌰으쌰 해서 좋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어렵게 시작한 만큼, 더 노력한 만큼 더 잘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더모먼트’는 눈 내리는 겨울, 시간이 멈춘 라이카산장에 갇힌 같은 이름의 사내(원종환·윤석원·최호중,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남자(주민진·김도빈·손유동), 소년(송광일·신재범·임진섭)이 사라진 여자친구의 노트를 바탕으로 비밀을 풀어내는 과정을 담는다. 

 

더모먼트
뮤지컬 ‘더모먼트’ 출연진. 왼쪽부터 남자 역의 김도빈·손유동·주민진(사진=허미선 기자)

양자역학과 다중우주론으로 한곳에 모인 다른 시대의 같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선택으로 내달리는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힐링극이다. 

 

새로 제작에 나선 홍컴퍼니의 홍승희 대표는 “안타깝게 막을 내렸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며 “다행히 창작자들이 작품 권리를 보유 중이어서 법적 검토를 마치고 작품을 인수하게 됐다”고 과정을 밝혔다.

“초연을 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준비했어요. 복잡한 구조로 보이지만 결국 어려서 했던 약속을 찾아가는 과정을 좇는, 따뜻한 정서의 작품이죠. 서정적이고 깊이 있게 다가가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잘 보듬으면 잘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작을 결정했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잊혀지기 쉬운 나와의 약속,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나 돌아보게 하는 극입니다.”

표상아 연출은 “양자역할과 다중우주론 등 SF적인 요소를 가진 극이지만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며 “하루하루 과학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는 아이템들이 하나씩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양자역학 역시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과학적 이론에서 신비스러움 혹은 존재 이유를 찾거나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보다는 그 방식을 활용해 지금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하나 더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이야기는 지혜와 나무의 어린시절 약속을 기반으로 해요. 한해한해 넘어가면서 관계 맺는 방식이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가진 인간관계를 지키려고만 하고 시간과 노력을 쓰는 관계를 줄여가고 있죠. 세상을 살아가는 자체가 관계맺기인데 나이가 들수록 관계, 가능성을 줄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넓게 보다는 좁고 단단하게 관계 맺는 방식이 꼭 나쁘기만한가 싶기도 해요.” 

 

더모먼트
뮤지컬 ‘더모먼트’ 출연진, 왼쪽부터 소년 역의 임진섭·신재범·송광일(사진=허미선 기자)


그리곤 “관계 맺는 방식이 변하는 과정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10대부터 40대까지를 한곳에 모아 어울려 놀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표 연출은 “숲속과 산장이 공존하는, 안이자 밖이며 뭉개지고 비현실적으로 돌아가는 이중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더불어 초연의 뒷부분에서 공간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공식이나 과학적 규칙 등을 활용했지만 이번엔 이야기 속에서 찾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에 초연의 넘버 중 ‘그녀는 알고 있었어’가 삭제되고 ‘노트 2’와 ‘돌고 도는’(리프라이즈)가 추가됐다. 다시 돌아온 넘버들도 수정을 거쳤고 순서가 바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여우리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은 “새 넘버를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이야기”라며 “아예 새로운 넘버가 아닌, 모든 것을 활용해 만들었다. 새로운 느낌이면서도 익숙하게, 한 가지 장면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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