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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동의되지 않은 ‘사생활’의 차용과 폭로, 법정으로 가다

[트렌드 Talk] 맞다 vs 아니다… "됐고, 법정서 만나요"

입력 2021-04-29 19:00 | 신문게재 2021-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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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전 멤버 이현주 (사진제공=DSP미디어)

 

누군가의 사생활을 타인 혹은 불특정 다수에 알리거나 창작 콘텐츠에 녹여내는 일은 옳고 그름을 가리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진실’을 이야기해도 ‘명예훼손’으로 법정 고소가 가능한 현행법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걸그룹 에이프릴 출신의 연기자 이현주는 확인되지 않은 자신의 사생활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폭로한 소속사 전 직원을 고소했다. DSP미디어 전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임시로 개설한 SNS계정을 통해 데뷔 직전 남자친구로 인한 부적절한 행동, 에이프릴 그룹 결성 과정과 멤버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폭로했다.

이에 이현주는 법무법인 여백(담당변호사 이선호)을 통해 법정 대응할 것을 알렸다. 법무법인 여백은 “악성 비방글을 작성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누리꾼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고소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의 폭로가 있기 전인 18일 이현주는 SNS를 통해 그룹 내 괴롭힘, 소속사의 방치,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 시도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그의 폭로에 에이프릴 멤버들은 억울함을 주장했고 소속사 DSP는 “객관적 사실과 전혀 다른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김봉곤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 인용으로 지난 여름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삶의 차용’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8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2019년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한 김세희 작가의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 계간지에 실린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는 한 트위터리안의 “내 이야기”라는 주장에 사생활 노출 및 침해, 아우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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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은 2000년대 초 목포를 배경으로 나 준희, 준희가 사랑하는 선배 민선, 팬픽 작가 인희, 성인이 된 준희가 만난 H를 중심으로 팬덤 및 팬픽, 동성애 문화를 다룬 작품이다. ‘대답을 듣고 싶어’는 ‘항구의 사랑’ 후일담 격의 작품으로 친구 별이 어머니 죽음으로 떠올리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을 김세희 작가의 18년 지기 친구라고 밝힌 트위터리안은 “김세희 소설가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 인희이자 H”이며 “단편소설 ‘대답을 듣고 싶어’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김세희 소설가와 18년간 친구였던 저는 필요에 따라 주요 캐릭터이자 주변 캐릭터로 부분부분 토막 내어져 알뜰하게 사용됐다”며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사적 대화 및 에피소드 전체가 그대로 ‘대답을 듣고 싶어’에 실렸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성 정체성과 관련된 사적 질문을 받았으며 준비되지 않은 커밍아웃을 했다고 주장한 트위터리안은 “불쾌함과 배신감을 느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과 공포”를 표현했다. 


이 주장에 김세희 작가는 법무법인 지평(담당변호사 박성철)을 통해 법적 조치 및 강경 대응할 것을 알렸다. 김세희 작가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소설 속 ‘나’는 김세희가 아니다”라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 역시 “모두 작가가 창작한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전소설이라도 해도 허구라는 근본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소설가 박완서가 화가 박수근의 삶을 바탕으로 한 ‘나목’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트위터리안과의 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한 입장문에는 “소설가 김세희로서도 친구관계만을 생각해 물러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분신과 같은 작품에 대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결과물이라는 공격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만큼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히며 대처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그리곤 “진실이 아닌 허위에 기댄 위법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적 조치한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실존 모델을 다루는 소설, 영화 등의 경우 명예훼손 분쟁은 잦다. 결국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창작자의 기본적인 의도와 피해 대상자의 실질적인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라며 “창작자의 당초 의도와 다르더라도 결과적으로 콘텐츠 속 모델로 의심을 받는 당사자에게 피해는 발생한다. 하지만 직접적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면 법률적으로 명예훼손 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법률적 소견을 밝혔다.

 

이어 “결국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존 인물을 다루었다는 의심을 주는 콘텐츠의 경우 그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법률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사전 접촉, 각본 수정 등의 사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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