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조롱 논란에 휩싸인 ‘펜트하우스3’ 알렉스 리(사진=방송화면 캡어) |
콘텐츠의 문화적 전유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부르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를 부른 마마무, 힌두교 신상을 연상시키는 소품을 바닥에 깔아 논란이 됐던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 배우 얼굴에 검은 칠을 해 흑인 캐릭터를 표현했다 맹비난을 받고 수정해 돌아온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등 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는 “문화가 다른 데서 오는 오류”로 “미국에서는 블랙페이스 등 인종차별적 표현에 민감해 조심스레 다뤄왔지만 한국은 아직 그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인한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말괄량이 길들이기’(사진제공=국립발레단) |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연말 방송된 KBS ‘우리 다시, 더 발레’로 9일 인권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사진=방송화면 캡처, KBS 제공) |
이에 국립발레단 측은 개인면담 결과를 공유하며 무용수들의 자발적인 참여였으며 “괜찮았다”는 취지의 단원들 면담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인권위 조사에서 단원들이 입장을 바꿔 피해를 호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전유와 국립발레단의 인권위 제소에 대해 교육학박사인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국립발레단의 학대논란이나 인권침해, 문화적 사유는 예술을 음미하는 관객들의 눈높이와 기대수준을 명료하게 보여준다”며 “제작과정이나 작품내용에 포함된 학대나 폭력, 차별 등은 관객들의 인권의식과 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장애인 비하 안무나 ‘펜트하우스3’의 흑인문화 조롱 등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금과는 다른 인권의식과 감수성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수정할지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할지는 문화예술계의 오랜 딜레마이기도 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관객, 시청자 등의 민감해진 인권의식과 예리한 시선, 계속 되는 비판의 목소리가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무,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의 미성숙한 표현 등의 수정을 이끌었다.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다양성에 대한 세심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관객의 인권의식과 감수성에 반하는 예술은 더 이상 공감받거나 향유되지 못하고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전문가는 “비하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을 반복하기 보다는 다소 신중하지 못했던 인권의식, 시대를 역행하는 장애인·다른 인종·여성 등 차별 대상에 대한 인지 감수성을 반성하고 공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