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자매’에서 막내딸 미옥 역할을 맡은 장윤주.(사진제공=에스팀엔터테인먼트) |
머리로는 우물쭈물하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벌써 미옥을 분석하고 있었다는 그는 “운명같은 영화였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사진제공=에스팀엔터테인먼트) |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세자매’는 전혀 문제 없어 보이는 세 명의 여성을 통해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다.
“사실 제안을 받고 한달 넘게 고민했어요. 실제로 딸 만 셋인 집안의 막내기도 하고 끌리는 캐릭터인데 ‘내가 연기를 해도 되나’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옥에 대해 분석하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제가 가진 커리어와 기존의 이미지를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돌 다리도 두드려보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일단 결정하면 불도저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그래서인지 ‘세자매’ 속 막내딸 미옥은 거침이 없다. 수많은 공연이 매일 무대에 오르내리는 대학로에서 ‘글빨’로는 알아주지만 주당으로 업계에서 외면당하는 인물.
영화 '세자매'의 한 장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10대 아들을 둔 이혼남과 가정을 꾸린 초보맘이기도하다. 노랗게 탈색한 단발머리에 패션 센스라고는 거의 없는 탓에 의붓아들은 그를 ‘돌아이 새엄마’라고 저장해놓을 정도다.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거침없는 화법과 행동만큼은 여전한 모습으로 영화 속 유일한 웃음을 주는 존재다. 극중 매사에 답답한 큰언니와 야무진 둘째 언니 사이에서 막나가는 남동생을 휘어잡는 존재이기도 하다.
김선영과 문소리는 현장에서 스승이자 친구, 언니같은 존재였다. 큰언니 김선영은 “작은 역할이라도 연기하는 본인이 그 캐릭터를 사랑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고 ‘세자매’로 프로듀서로 데뷔한 문소리에게는 촬영이 없는 날까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끊임없는 질문을 해댔다. 장윤주는 “(문)소리 언니를 많이 괴롭힌것 같다”며 멋쩍어 했다.
작품을 열 개쯤 찍으면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장윤주.(사진제공=에스팀엔터테인먼트) |
장윤주는 “성인이 돼 큰언니랑 싸웠던 기억이 났던” 그때를 “눈물은 나고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는 그 감정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끌어와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배우보다 관객으로 있던 시기가 긴 만큼 그 인물에 동화되고 역할마다 확 바뀌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극 중 남편으로 나온 현봉식 배우가 사실 저보다 4살 어린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설정상 어린 신부인 저를 많이 챙겨주고 한편으로는 당하는 역할인데 저를 잘 리드해줬죠. 라면과 김밥, 생굴에 초고추장 같은 호흡이니 기대해주세요.”
장윤주의 2021년은 ‘소처럼 일하는 해’로 기억될 듯 싶다. 송강호와 영화 ‘1승’이 크랭크인을 준비 중이고 지난 연물부터는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등이 뭉친 ‘시민덕희’의 촬영을 시작했다.
장윤주 개인으로서는 “사랑하고 싶어지는 아내, 딸에게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