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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극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극장 '아닌' OTT로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다시보는 재미, 편히보는 재미
한국영화재개봉 전문관 '시그니처K'관객들 발길 몰려
넷플릭스행 '낙원의 밤',극장과 왓챠 동시에 '서복' 전세계 팬들과 만나

입력 2021-04-06 18:30 | 신문게재 2021-04-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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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이 영화를 함께 보고 나더니 ‘나 영장 나왔다’ 했었죠.”

지난달 19일 CGV 강변에서 만난 도진호(40)·황인경(38) 부부는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국 영화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넘긴 ‘태극기 휘날리며’가 17년 만에 4K 초고화질(UHD·3840×2160) 해상도로 리마스터링 돼 극장에 걸린 첫 주말이었다. 

진호씨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인경씨에게 차마 “군대에 간다”는 말을 못하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장동건·원빈 주연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러갈까?”라며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영화를 보고 너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이 채 가라앉기도 전 애인의 입대 소식을 들은 지금의 아내는 “난 기다릴 자신 없다”는 말로 희망고문을 아예 차단했다.

그는 “막상 입대한다고 하니까 속은 후련했지만 전쟁의 비극을 다룬 영화여서인지 마음이 착잡했다”면서 “하지만 부부가 돼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개봉을 앞둔 화제작보다 이런 추억의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는 소식에 더 눈이 간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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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K관을 통해 다시 선보일 영화들중 ‘태양은 없다’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CGV)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초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공개하며 극장 전체 관객 수가 5952만명으로 전년보다 73.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극장 관객 수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1억명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억명대를 유지해 왔다. 매출액은 2005년 이후 최저치인 5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73.3% 감소했다. 하지만 극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떨어지는 관객 수를 바라만 보기보다는 적극적인 변화로 관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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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과 이정재의 멜로물 영화 ‘시월애’.(사진제공=CGV)

구멍난 스크린을 막을 고육지책으로 시작했던 재개봉 열풍은 이제 뉴트로 시대와 맞물려 새로운 문화생활로 자리잡았다.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이터널 선샤인’은 2015년 재개봉으로 첫 개봉 때보다 더 높은 흥행을 기록했다. 로맨스 장르의 바이블로 불린 영화를 극장에서 보려는 젊은 세대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영화였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재개봉은 아예 신작들을 위협했다. 첫 선을 보인 2001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해리포터 키즈들이 2018년 있었던 4DX 재개봉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것.

CGV는 업계 최초로 이런 블루오션에 주목했다. 앞서 소개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CGV가 한국영화 재상영관 ‘시그니처K’를 개관하면서 첫 영화로 극장에 걸린 작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신작 개봉이 줄줄이 밀린 데 대한 대책 중 하나로  올해 말까지 CGV가 리마스터링 복원 작업을 거친 한국영화를 선보인다. 4월은 ‘아날로그 감성과 청춘의 얼굴’을 선정해 ‘번지점프를 하다’ ‘태양은 없다’ ‘시월애’를 상영한다.

시그니처K를 기획한 김홍민 팀장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00년도 전후 작품들을 극장에서 선보이면 관객들에게 색다른 가치와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이를 계기로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재현해보면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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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최고의 작업멘트 “라면먹고 갈래요?”를 탄생시킨 영화 ‘봄날은 간다’.(사진제공=CGV)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영화를 본 사람만 평가를 남길 수 있는 골든에그에는 20대 후반과 30대의 비중이 많았으며 “재개봉해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어 의미가 매우 깊다” “말로만 듣던 명작을 극장에서 온전히 볼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대세인 OTT行 누가 막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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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OTT로 공개되는 박훈정 감독의 느와르 ‘낙원의 밤’.(사진제공=넷플릭스)

 

국내 극장 산업이 전례 없는 큰 타격을 맞으면서 개봉을 포기한 영화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승리호’ 등 기대작들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Over The Top Service)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가입자는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11억명에 도달한 만큼 굳이 극장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업계의 바뀐 시각이다.

그 중 ‘낙원의 밤’은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유일하게 초청된 한국 영화로 유수의 해외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키고 있다.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 이후 9년만에 내놓은 ‘느와르의 걸작’이란 기대와 달리 세련된 유머에 더 치중한 모양새다. 피가 튀기고 살이 썰리는 잔인함 위에 배경인 제주도의 탁월한 비경이 맞물려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품고 있는 ‘낙원의 밤’은 한국 시간으로 오는 9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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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로 중에 극장과 OTT개봉을 확정지은 박보검.영화 ‘서복’의 한 장면.(사진제공=티빙)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여러 차례 개봉일을 미뤘던 ‘서복’은 오는 15일 국내 최초로 국내 OTT ‘티빙’(TVING)과 극장 동시 개봉을 시도한다. 티빙이 ‘서복’의 투자배급사 CJ ENM의 자회사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그동안 극장 개봉만 고수했던 CJ ENM의 첫 OTT행, 극장·OTT 동시 개봉하는 첫 영화라는 점에서 그 결과물에 시선이 모아진다.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복’은 전세계 영화 시장이 얼어있는 상황에서도 해외 56개국에 선판매 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 중 대만과 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은 4월 15일 국내와 동시 개봉을 확정지었다. 일본과 독일 등도 개봉 준비 중이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불로장생의 꿈을 가졌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받고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던 신하 서복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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