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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산업’으로 가는 첫발 디딘 K뮤지컬…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 ① “행복한 뮤지컬을 위해! 대화가 필요해”

[컬처스케이프]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 "전세계로 뻗는 'K뮤지컬' 조석 놓을 것"

입력 2021-12-17 18:00 | 신문게재 2021-12-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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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나 혼자는 못해.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야.”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이하 협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후배 프로듀서들에게 ‘모두의 일’임을 강조했다.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 중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를 비롯해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닥터지바고’ 등을 성공으로 이끈 제작사 오디컴퍼니 대표이기도 한 신춘수 회장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현역 뮤지컬 프로듀서 중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다. 

 

정치적인 성향을 지니지도, 나서는 데 적극이지도 않은 성향의 그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맞지 않는” 협회장을 맡아 “후배들과 호흡하면서 만들어 나가자” 마음먹은 것은 “뮤지컬의 장르 독립, 기준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합리적인 선순환구조의 제작시스템 구축,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마련 및 정책 제안 등을 바탕으로 한 산업화 그리고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신춘수 회장을 비롯해 선배, 현역, 후배 프로듀서들이 힘을 합쳐 “대화를 시작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와 최은경 신시컴퍼니 대표가 부회장으로, 연우무대 유인수·에스앤코㈜ 신동원·네오 이헌재·HJ컬쳐 한승원·라이브 강병원·에이콤 윤홍선 대표가 상임이사로, 에이콤 윤호진 총예술감독·PMC프러덕션 송승환 총예술감독·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에스엔코 설도윤 예술감독이 고문으로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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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알아요. 모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관행처럼) 이어온 것들이 있으니까요. 이걸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이제부터라도 많은 대화를 나눌 겁니다.” 



◇뮤지컬, 그 장르의 독립을 위하여

  

“뮤지컬은 정책적 입안도, 공연법상으로도 여전히 연극의 하위 단위에 속해 있어요. 오랫동안 연극과 동일 개념으로 순수예술 분야로 인식돼 왔죠. 하지만 뮤지컬은 태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어찌 보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춘 중산층을 겨냥해 만든 장르예요.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는 철저히 자본으로 움직이고 있죠.”

 

이어 신 회장은 “게다가 지금 현재 대한민국 전체 공연예술 시장의 70% 이상을 뮤지컬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제는 콘텐츠 산업으로 가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정책 입안자들도 뮤지컬 시장 자체를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어요. 공연을 베이스로 콘텐츠 산업으로 간다는 건 산업적으로 정리해야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의미죠.”

 

산업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은 장르의 독립 그리고 투자와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 및 선순환 구조 구축이다.  뮤지컬은 지난 3월 김승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독립 장르로 분리·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전체 공연예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뮤지컬은 콘텐츠 산업치고는 작은 시장이에요. 그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장이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은 관광상품으로 미국, 영국 정부에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발전시키면서 어마어마한 고용 창출도 이뤄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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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그리곤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한국의 뮤지컬 역시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더 큰 고용창출을 할 가능성을 가진 유일한 공연장르”라며 “정부 역시 그런 시점에서 바라보고 산업화시켜 K뮤지컬이 K드라마·영화·팝처럼 시장을 넓힐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충실한 시장조사를 거쳐 제대로 정책을 입안해 산업으로 키우게 되면 뮤지컬 종사자들, 시장 진입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나 전공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될 거예요. 지금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은 순수예술이 아니라 상업적이고 산업적인 공연예술로 인식돼야 하고 시장확대를 통한 산업화 노력도 이어져야 하죠. 그에 맞는 정부 부서가 마련되고 지금까지의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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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대화를 통한 가이드라인 마련 중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는 프로듀서와 극장이 중심이 된 리그가 있어요. 배우, 작가 등의 노조도 있어서 매년 협상을 통해 미니멈 개런티를 조정하죠. (그렇게 저마다의 이해를 추구하는 시스템 속에서도) 이들은 한 산업군 안에서 같이 움직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이어 “공연은 기껏해야 한 극장에서 한회에 1000~2000명이 보는 리스크가 큰 장르”라며 신춘수 회장은 ‘상생’을 강조했다. 그 상생은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로키’ ‘닥터지바고’ 등으로 브로드웨이를 공략했던 2013, 2014년의 뼈아픈 실패의 전리품이다. 

그는 “투자자들, 프로듀서들, 극장주들 등을 모아두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그들에게 반응이 없으면 공연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한국은 대관료만 있으면 극장을 빌려 공연이 가능하지만 브로드웨이는 절대 안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주가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공연을 할 수 없거든요. 한 공연을 위해 끝나는 날짜도 정하지 않고 극장을 비워두죠. 공연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자진해서 대관료를 깎아주기도 해요. 배우나 스태프, 창작진도 마찬가지예요. 공연이 폐막하는 순간 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니까요.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작품이 잘 돼야 모두가 수혜자라는. 그러니 작품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죠.” 

신 회장이 밝힌 “공연이 잘 돼서 매출이 오르고 오래 공연되는 게 가장 좋은 비즈니스”는 공연의 성공에 대한 리워드는 물론 실패에 대한 리스크까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신 회장은 “지금의 한국 뮤지컬계는 공연이 잘되면 일부만 수혜자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며 “제작사, 극장주, 투자사, 창작진, 배우 등 모두가 어떻게 해야 이 산업이 유지되고 안정될 수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 해야할 일은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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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한국에는 각 군별 단체가 없어서 공식적으로 협상할 대상은 없지만 합리적으로 앙상블들의 미니멈 캐런티 보장, 계약상 문제 해결을 비롯해 창작진들, 제작사, 투자사 등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이드를 계속 낼 거예요. 각 부문별로 대표하는 조직이 없어서 오히려 고민이 많아요. 균형감 있는 내용을 그들에게 전달하고 하나하나 정리할 생각입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합리적인 제작방식에 다 들어있어요. 제작사는 물론 배우, 작가, 스태프 등이 시장에서 상생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이에 그는 “일순위로 창작자인 작가들의 계약을 정리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작곡가로 참여한 작품의 개막 사실도 모르고 있는 음악감독,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진 배우 출연료 및 창작진·스태프 페이 미지급 사태, 저작권 확보의 어려움, 불투명한 회계, 수억대에 달하는 대관료 선지급 혹은 일방적인 공연 중단 요구 등 극장주들의 횡포와 불공정 계약, 스타캐스팅으로 인해 지나치게 큰 배우 출연료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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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와 그로 인한 불신의 팽배는 한국 뮤지컬 업계의 고질병이다. 

신 회장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로열티(Royalty), 저작권, 공연권, 피(Fee) 등의 개념도 명확하게 정리해 저마다가 받아들일 건 받아 들여야 한다”며 “(후배 프로듀서들에게) 양보할 건 양보하고 모든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고 설득 중”이라고 덧붙였다.

“프로듀서, 작가 등의 권리를 명확하게 보장하는 걸 일순위로 생각하고 있어요. 브로드웨이처럼 5대5가 안되면 7대3으로도 계약하고 장부도 전부 공개하라고 조언해요. 대극장은 대극장대로, 대학로는 대학로대로, 최근 잦아진 영상은 영상대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신 회장은 “시장이 잘되면 브로드웨이처럼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누리는 혜택도 많아진다”며 “예를 들어 ‘지킬앤하이드’의 오리지널 프로듀서는 공연을 하지 않아도 작가의 수익 30~40%를 평생 받을 수 있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작가노조와의 장기간 대화 끝에 생긴 규정”이라며 “이는 투자, 캐스팅, 모객 등 프로듀서 없이는 공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미래에는 한국 뮤지컬에서도 제작자나 작가 뿐 아니라 연출, 무대 디자인 등에 로열티가 붙을 거예요. 서로 이해할 수 있게 정리된 가이드라인 마련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행복한 뮤지컬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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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사진=이철준 기자)

 

“제가 직접 대화를 많이 할 거예요. 미국은 50분 연습하고 무대감독이 호루라기를 불어 휴식시간을 무조건 가져요. 배우도, 창작진도 싫지만 약속했기 때문에 존중하는 거예요. 그런 미국처럼 할 수는 없어요. 한국형을 만들어야죠.”


이렇게 전한 신춘수 회장은 “선배로서 책임을 가지고 뮤지컬의 산업화 전략과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공청회, 포럼 등을 통해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콘텐츠 산업으로 가는 데 중요한 시기”라며 “지금은 산업을 위해 뮤지컬인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로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지점을 찾을 때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행복하게 뮤지컬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응원해주시고 시장을 지켜주신 관객분들도 다양한 작품을 보고 지지해주시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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