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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한국화된 사이먼 스톤, 전도연, 박해수의 연극 ‘벚꽃동산’…사람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

입력 2024-04-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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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연극 ‘벚꽃동산’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무대 디자이너 사울 킴,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사이먼 스톤,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사진=허미선 기자)

 

“체호프의 작품, 특히 ‘벚꽃동산’은 무대에 올리기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회를 찾기도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과거와 전통, 혁신, 세대 간 갈등, 멜랑콜리한 점에서 오는 희망과 절망 등 이 작품이 가진 것들은 그만큼 급변하는 사회를 바탕으로 해야 하거든요.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디그’(The Dig) 등의 영화감독이자 영국 내셔널씨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과 협업한 연출가 사이먼 스톤(Simon Stone)은 연극 ‘벚꽃동산’(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 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벚꽃동산_포스터_듀엣_계단
연극 ‘벚꽃동산’ 포스터(사진제공=LG아트센터)
“한국은 외부적인 시선으로 보기에 굉장히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뤘어요. 경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죠. 이 역시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룩했어요. 그 모습이 ‘벚꽃동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벚꽃동산’의 한국화 이유를 이렇게 전한 사이먼은 “격동기를 맞던 시기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한국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무려 27년만에 전도연을 무대에 오르게 한 연극 ‘벚꽃동산’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에 이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4대 희곡 중 하나로 극의 배경인 1860년대, 그가 대본을 집필한 1905년 급변하던 러시아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서린 벚꽃동산까지 경매에 붙여야할 지경까지 몰락해 6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귀족 류보비 안드리예브나 라네프스카야(류바), 지속적으로 재정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제안하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미칠 지경에 이르는 농노의 자식이자 신흥사업가 로파힌 예르몰라이 알렉세예비치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자극이다.

급변하는 사회상과 그에 따른 갈등, 혼란 등은 라네프스카야와 로파힌을 비롯해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 수양딸 바랴, 그의 오빠 레오니드 안드레예비치 가예프, 사회주의에 심취한 만년 대학생이자 가정교사 페차 등 벚꽃동산 처리를 두고 저마다의 의견만을 개진하며 기묘한 관계로 얽히고설키는 상징적인 인물들 속에 담긴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벚꽃동산’은 ‘메디아’ ‘입센 하우스’ ‘예르마’ 등 고전의 재해석에 탁월한 사이먼 스톤이 연출을 비롯해 각색까지 맡는다. 2024년 한국을 배경으로 하면서 캐릭터들도 류바는 송도영(전도연), 로파힌은 황두식(박해수), 가예프는 송재영(손상규), 아냐는 강해나(이지혜), 바랴는 강현숙, 트로피모프는 변동림(남윤호) 등으로 한국화해 변주된다.

벚꽃동산
연극 ‘벚꽃동산’ 사이먼 스톤 연출(왼쪽부터)과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사진=허미선 기자)

 

사이먼 스톤의 한국행에는 “무엇보다 독특한 위상의 한국 배우들”이 큰 몫을 했다. 그는 “2002년 멜버른 필름 페스티벌에서 아직 유명하지 않았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면서 한국 영화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는 한국영화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한국 영화는 예술성과 상업성이 잘 어우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배우들의 재능 같기도 합니다. 어떤 것들은 좀 이상하다 싶은데 배우들이 채우면서 좋은 영화로 만들거든요.”

그는 “그렇게 제가 동경했던 배우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너무 영광”이라며 “지금 제가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벚꽃동산
연극 ‘벚꽃동산’의 박해수(왼쪽)와 전도연(사진=허미선 기자)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건 결코 쉽지 않은데 한국 배우들은 엄청나게 비극적인 상황에 젖어 있다가도 갑자기 웃음이 나는 희극으로 잘 넘어가는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들이 저에겐 너무나 훌륭하게 다가왔죠.”

사이먼 스톤은 전도연 캐스팅에 대해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 필요했다”며 “이 작품에서 류바는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어떤 걸 하더라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도연 배우의 많은 영화들을 봤는데 나쁜 역할도, 선한 역할도 매력적이었어요. 그런 요소들을 이미 갖고 계셔서 (류바 역에) 굉장히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벚꽃동산’이 담고 있는 당대 귀족층,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들은 보통 사람들의 고민과는 조금 다를 수 있어서 인간적인 면모로 관객들과 커네션을 구축해야 하거든요. 이에 가장 적합한, 정교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해수에 대해서는 “전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배우”라며 “강렬한 느낌도 있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연약함도 담고 있는 등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연약함과 강함을 오갈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죠. ‘벚꽃동산’ 초반에 로파힌은 자신감도 없고 초조해 하는 인물이었어요. 그러다 작품 말미에는 굉장히 강렬한 인물로 부상하죠. 그걸 박해수 배우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벚꽃동산’은 전도연이 ‘리타길들이기’ 이후 27년만에 서는 무대 복귀작이기도 하다. 2021년 사이몬 스톤이 연출한 ‘더 디그’를 인상 깊게 봤다는 전도연은 “장르적으로 연극이기는 하지만 ‘벚꽃동산’은 도전이라기보다 제가 해보지 못한 수많은 것들을 하는 과정 중 하나”라며 연극무대에 선뜻 오를 수 없었던 데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온전히 나를 관객에게 다 드러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 작품 출연제의를 받고도 어떻게 하면 거절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메디아’라는 작품을 영상으로 보고는 배우로서 피가 끓었어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연극 벚꽃동산
연극 ‘벚꽃동산’ 손상규(왼쪽부터), 전도연, 박해수(사진=허미선 기자)

 

박해수는 “사이먼과 처음 만나 저희 얘기를 많이 꺼내봤다. 저 박해수, 제 아버지 등 배우 각자가 꺼내놓은 이야기를 사이먼이 종합해줬다”며 “그렇게 ‘벚꽃동산’의 신흥세력과 가진 것을 지켜내려는 세력을 몰락해 가는 기업과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대체해 조금은 더 우리 근처의 이야기들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손상규는 자신이 연기할 송재영에 대해 “나쁘기 보다는 무력한데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굉장히 성공했던 집의 사람으로서 성공하지 못할 바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사람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전도연은 “사회 변화, 개혁 등은 어떤 건물이 갑자기 없어지고 갑자기 새로운 게 나타는 것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람이 바뀌어야 이 사회가 바뀌죠. 정체된 인간들과 변화하는 것에 대한, 한국적인 정서로 바뀌었지만 글로벌하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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