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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범죄 대응' 빠진 암호화폐 공약

입력 2022-02-16 08:36 | 신문게재 2022-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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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역시 선거가 좋다. 어김없이 화려한 청사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록 선거 끝나고 나면 빌 공자 공약이 되기 일쑤지만 그래도 실천여부를 떠나 방향성의 제시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다. 

 

몇 주 남지 않은 이번 대선에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에 능통한 ‘MZ세대’가 캐스팅보터로 부상하자 이들을 향한 후보들의 구애 또한 열렬하다. 이들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특히 암포화폐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대선후보로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유력 두 후보 모두 암호화폐를 비롯한 NFT(대체불가토큰) 등 가상자산을 제도화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눈 감지 않겠다는 의미와 함께 캐스팅보터를 향한 ‘당근’의 측면도 있어 보인다. 법제화와 함께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기준을 현재 시행 예정된 기준보다 20배 정도로 대폭 높이고 과세시기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나는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기에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되고 이에 따른 혼란이 있었다. 그러나 그 혼란 또한 ‘시간과 기술의 진행’을 통해 발전된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수 십 년 전 ‘인터넷 버블’이 터지면서 혼란이 있었지만 당시의 창의적 시도들은 디지털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지금은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 카톡 같은 메신저, 페이스북 같은 SNS는 물론 폰뱅킹으로 모든 금융생활을 온라인으로, 손안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선거 공약의 솔깃함이나 기술발전의 편리함에 취해 있을 것만 아니라 이면도 생각해야 봐야 한다. 혁명에 비견할 산업의 변화와 혁신 과정 속에서 신속함과 편리함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묻혀버린 수많은 피해로 인한 고통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선거 공약에서는 이 점에 대한 구체적 관심이 약해 보인다.

 

20여 년 전, ‘닷컴’이란 글자를 회사 이름에 붙여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했고 ‘운 좋게’ 상장된 주식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상황이 이러니 상장을 미끼로 수많은 유사수신과 사기가 횡행했었다. 당시 IMF외환이기 이후여서 수많은 ‘퇴직금’이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었다.

 

지난 11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대표에게 징역 22년이란 형이 선고되었다. 연쇄살인, 내란죄 정도에 내려지는 형량이다. 피해자 5만 명에 2조2000억원이란 천문학적 피해금액이다. 검찰은 단군 이래 최대 사기로 꼽히는 ‘조희팔 사건’을 능가하는 유사수신·사기사건이라며 이례적으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었다.

 

실물시장이든 투자시장이든 시장참여자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실패하는 참여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시장이라 할 수 있고 그러한 실패가 시장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시장이 우리가 희망하는 시장일 것이다. 사기꾼의 농간에 피해 입은 시장참여자의 실패는 시장의 토양을 오염시키는 독일뿐이다.

 

가상자산시장 또한 형성 초기에 있는 혼돈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을 육성하고 시장참여자에게 유인책을 펴는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육성과 함께 시장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반의 피해를 막는 방법에 대해서도 같은 비중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반을 대상으로 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의 수집, 분석, 범죄예방을 위한 연구, 대국민 홍보 및 수집된 범죄 사안에 대한 수사기관이첩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범죄정보원’의 설립을 제안한다.

 

가상자산시장 뿐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금융관련 시장에서의 피해예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고치는 것이 상지상책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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