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은 국제종합팀은 해외경제포커스 ‘국제원자재시장 수급여건 점검 및 평가’에서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종식은 단기적으로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구조적 수급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높은 원자재가격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같은 진단의 배경으로 탄소중립정책, 전략난, 에너지가격 상승을 꼽았다.
우선 각국의 탄소중립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를 축소해왔다. 특히 원유생산 관련 투자를 외국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세불안 등으로 투자가 축소되면서 생산량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OPEC+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만 충분한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증산이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정책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의 투자가 제약되면서 미국도 원유공급이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시추에 필요한 노동력과 장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국이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 친환경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니켈, 구리, 알루미늄, 아연, 납 등 비철금속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자료=한국은행) |
에너지가격 상승은 비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감소와 천연가스 가격급등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은 제련원가와 비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비철금속 및 곡물 가격의 추가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이 축소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확대됐다. 원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 이외에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의 공급비중이 높은 니켈을 비롯한 비철금속과 밀, 옥수수 등 곡물의 공급 차질 우려가 증폭했다.
(자료=한국은행) |
원유는 미국, OPEC+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타이트한 수급여건이 지속될 전망이다. 비철금속의 경우, 탄소중립정책 추진으로 수요가 확대하는 가운데 에너지가격 상승과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공급차질로 수급불균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도 이상기후로 주요 곡물생산국의 작황이 부진한데다 비료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곡물 파종 및 경작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높은 가격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차장은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실질구매력 저하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기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