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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알찬 하루 보내기

<시니어 칼럼>

입력 2022-06-30 14:38 | 신문게재 2022-07-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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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부지런한 세월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칠순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마음은 고향 시냇가에서 미역 감고 뛰놀던 초등생이다. 신체는 내용 년 수를 다 채운 녹슨 기계처럼 따로국밥이다. 세월 속에 쌓아둔 그리움을 재부팅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실감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없지만, 새롭게 맞이한 하루는 알찬 실천으로 채운다. 그날이 그날이지만 특별한 하루를 위해 손때가 묻은 가방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다.


특별한 하루는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렸던 설날 같이 설렌다. 일과표는 설렘의 시간을 만드는 계획이다. ‘범사에 감사하라’ 는 성경 구절을 가슴에 담고 메모지에 우선순위 메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은퇴 후의 생활이 의식주에 매달리지 않고, 취미생활과 배움터를 찾아다닐 수 있어 감사하다. 아내는 가끔 나를 쳐다보면서 잘 나간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내가 말하는 잘 나간 사람이란 집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껌딱지처럼 함께하는 내 가방 속에는 안전 점검표가 들어있다. 2인 1조가 되어 아파트 지역난방 열 수송관 매몰 상태를 점검한다. 그럴 때면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올망졸망한 초등생들과 눈을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준다. 함께 웃는 어린이가 손주처럼 사랑스럽다. 얼굴을 돌린 학생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내다 보면 마음이 한결 정화된다. 점검이 마무리된다. 나무 그늘에 앉아 K씨와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나눈 인생 이야기는 달콤하다. K씨는 젊어서 건설업으로 재미를 봤으나 IMF 시기를 비껴가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털어놓고 가슴이 뻥 뚫린 듯 후련하다고 했다. 이처럼 노인들의 일자리는 용돈도 벌 수 있고, 소통과 건강을 회복하는 치유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안전점검으로 8000여 보 걷기는 덤으로 얻은 일거양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학습장은 활성화되었다. 나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우리 사회가 고맙다. 목요일 국보 문학 교육장에서 글쓰기 공부는 가장 중요한 배움터다. 동료 중에는 80대가 4명이다. 지도교수를 비롯한 열성적인 실버수강생이 존경스럽다. 교육장까지 오가는 길이 왕복 4시간이 소요되지만, 오히려 감사의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목요일이다.

글쓰기는 행복한 노후대책이고 평생직장이다. 하루는 누구나 공평한 24시간이지만, 글쓰기에 몰입하면 그 이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낭비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표정과 옷차림, 마음마저 부드러워진다. 소통의 능력이 세련되고 인간관계는 물론 마음의 근육까지 튼튼해져서 생활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뿐인가 글쓰기를 하면 치매도 예방된다. 이보다 더 나은 질병 예방 노후대책이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글 쓰는 일은 자신을 젊게 만드는 비결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즐길 때 행복하다.

장수 시대에 가장 회피하고 싶은 질병이 치매라고 말한다. 운동과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면 치매가 예방되고 삶이 즐겁다.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 지금 나는 잠자고 있는 열정을 끄집어내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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