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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여~나, 이범수" 다재다능한 배우의 향기!

[人더컬처] 영화 '컴백홈'의 웃픈 악역으로 돌아와 배꼽저격

입력 2022-10-24 18:00 | 신문게재 2022-10-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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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으로 ‘범죄도시3’에 출연하는 그는 “아마도 11월 둘째 주에 촬영이 끝날 것 같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과 오락성, 액션이 담겨있다”고 말했다.(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평균 남성보다 작은 키. 미술과 역사를 좋아하던 소년이었던 배우 이범수는 현실적인 고민에 빠진다. 취미로서의 미술은 더할 나위 없지만 직업적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역사는 학교 선생님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체질적으로는 육사가 맞았지만 영웅은 전쟁시에 탄생하는 거라 생각해 제외시켰다. 


“제 직업이 일종의 여행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 다음 여행지가 기대되는 심정이랄까. 일로 박수까지 받으니 전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컴백홈’은 콤플렉스 가득한 못된 놈이라 ‘연기하는 맛’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힘든 시대에 웃을 수 있는 경쾌하고 가벼운 영화를 하고 싶을 때 들어온 시나리오라 고민을 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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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백홈’의 공식포스터. 개봉 3주차에 약 5만명의 관객수를 모았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지난 5일 개봉한 ‘컴백홈’에서 이범수가 맡은 강돈은 조직의 2인자이자 보스의 아들 기세(송새벽)에게는 친삼촌같은 인물이다. 

 

개그맨을 꿈꾸며 일찌감치 집을 나간 기세를 대신해 든든한 아들노릇까지 자처했지만 보스가 죽자 숨겨준 야심을 드러낸다.

 

‘벗은 가까이, 적은 더욱 가까이’라는 말처럼 어쩌면 ‘짝패’에서 연기한 장필호 연장선 같다는 말에 “자기복제에 대한 경계가 있는 편”이라고 과거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작품이 쌓이다 보면 이미지가 안 겹칠 수가 없는데 그 중 드라마 ‘파스타’의 버럭셰프를 놓쳤던 일화다. 그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내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외과의사 봉달희’가 끝난 후 까칠하고 버럭하는 역할이 또 들어와 고사했다”는 것.

 

“(영화 ‘짝패’처럼) 같은 충청도 사투리를 쓰니까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강돈이란 캐릭터는 좀더 스마트하고 계획적인 인간이라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수완도 뛰어나고 최첨단 IT기기를 잘 다루는 현대화된 악인이랄까요.”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범수는 카카오톡을 안 쓰기로 유명하다. 되도록 직접 전화를 하고 문자하는 걸 선호하기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그의 아내인 동시통역사이자 방송인 이윤진은 방송에서 아날로그의 삶을 즐기는 이범수의 일상을 공개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을 보낼 때도 MMS를 써야하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도전과 변주를 즐기는 편이다. 극 중 상대 조직의 우두머리를 청부살인한 뒤 맛깔나게 부르는 ‘멋진 주말’은 음악선곡과 안무까지 이범수의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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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 스크린 복귀작으로 자신의 특기를 살려 코믹 장르의 악역으로 돌아온 이범수.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번 영화를 찍으며 처음으로 알게 된 노래예요. 여자 가수가 부른 노래인데 신나면서도 레트로적인 리듬이 단번에 저를 매료시켰어요. 한쪽은 죽어가고 있는데 저는 신나게 불러야 했기에 일부러 방정맞고 경박한 느낌이 들게 춤도 언밸런스하게 췄습니다. 옛날 노래가 주는 구수함에 신나는 요즘 댄스를 접목시켰죠.(웃음)”

 

그가 정의하는 ‘컴백홈’은 한국영화계의 코믹 대가들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부성애다. 라미란, 김원해, 인교진 등 여러 영화의 주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의 시너지도 좋았지만 남다른 부성애가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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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백홈’의 이범수.(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는 “소모적인 웃음보다 뭔가 생각나는 웃음이 있다. 자칫 가볍고 마냥 까부는 코믹함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를 베테랑들이 묵직하게 감동까지 이끄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컴백홈’은 소비적인 웃음 사이에 고향 친구들의 든든한 우정, 싱글맘의 당당함 그리고 결코 티 낼 수 없었던 진한 부성애, 피의 숙청을 넘어선 각 조직간의 의리가 켜켜이 쌓여있다. 

“사실은 시사회때 눈물이 나오려고 했어요.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것도 코미디의 매력이지만 뭔가 생각하며 웃게 만드는 건 정말 힘든 거잖아요. 극 중 기세가 뭘 해도 안되고 고생할 때 저의 과거도 생각나고 아버지와의 오해가 풀렸을 때는 배우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도 찡했습니다.”

그런 그는 어떤 아빠일까. 과거 육아예능 프로그램에서 두 아이를 공개했던 그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둘 다 끼가 있긴 하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자신의 길을 따르겠다면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배우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되는 직업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즐겁게 해야 하고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컴백홈’에도 소재는 비록 조폭이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지와 당부가 큰 축을 담당하기에 이범수의 말은 무척 의미심장했다. 


“아빠가 배우니까 자라면서 본 게 1번이라고 치면 적어도 2번부터 20번까지는 겪어보고 이 길을 하겠다고 하면 찬성이에요. 1980년대 ‘영웅본색’을 극장에서 보고 이 길을 간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10대를 보냈거든요. 그런데 21세기에 무턱대고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거예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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