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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중꺽마' 진선규, 이제 멜로만 남았네?

진해출신, 복싱취미의 그가 첫 주연으로 나선 영화 '카운트'
"극중 캐릭터와 나, 인간적인 지향점 같아 찍으면서 행복"

입력 2023-03-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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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
‘카운트’는 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CJ ENM)

 

감히 한국판 ‘록키’로 부르고 싶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카운트’에 나오는 대사 한 토막. “복싱이라는 게 다운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 10초씩이나 주는건 너무 힘들고 고될때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어라. 그리고 숨이 좀 돌아오면 그때 다시 일어나 싸우면 된다”라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곧 국위선양이었다. 요즘말로 ‘국뽕’이라 할 수 있는 당시 스포츠계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경기’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금메달이란 은이나 동은 결코 채울 수 없는 완벽의 색깔이자 한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만능키였다. ‘카운트’의 복싱선수 시헌은 바로 그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모두가 열심히 싸웠고 거기까지 올라간 모든 사람이 승자인 올림픽에서 주심은 그의 손을 든다.

시헌이 상대한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는 나중에 프로로 전향해 4체급을 석권할 정도로 막강했고 실제로 2라운드에서는 스탠딩 다운은 당하는 등 고전을 면치못했다. 아마추어 선수로서 최고의 명예라는 금메달 리스트가 됐지만 실제 경기 직후 본인조차 맘 놓고 환희하지 못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영화 카운트
극중 박시헌은 끝내 이겼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사진제공=CJ ENM)

 

‘카운트’의 시작은 바로 거기에서 부터다. 그를 모델로 한 이 작품은 실제 진해 출신 배우 진선규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은퇴한 박선수가 모교인 진해중앙고 체육교사로 부임한 뒤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굴렁쇠 소년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억나는 게 없어요.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죠. 무엇보다 제 인생에 있어서 서사를 끌고 갈 수 있는 첫 단독 주연작이라 많이 뜻깊고 감사하죠. 말로만 듣던 금의환향(출세를 하여 고향에 돌아옴)이란 뜻을 직접 경험한 느낌이랄까. ‘범죄도시’가 인생의 스타트를 끊어줬다면 ‘카운트’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걸 알리고 싶습니다.”

학교생활에서 겉도는 아이들에게 재능을 발견하고 복싱부를 끄려 권투라는 승부의 세계로 다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코믹하면서 동시에 코끝이 시큰하다. 그는 “내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에 가까운 인물이더라. 진해에 이런 인물이 있는지 몰랐다는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시헌이 아닌, 진선규라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 카운트1
누적관객 4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카운트’.(사진제공=CJ ENM)

 

실제로 극중 캐릭터는 배우로서 오랜시간 무명의 삶을 견뎌온 진선규와 닮아있다. 취미로 복싱을 하며 체중관리를 하고 과거 체육 선생님을 꿈꿨다는 점, 또 자신의 고향인 진해가 배경이라는 점은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진선규에게는 ‘코수술 계’를 만들며 그의 연기 생활을 지지한 친구들이 있다. 실제로는 평범하지만 카메라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친구의 모습에 친구들이 수술을 해주기로 돈을 모은 남다른 우정은 특히 유명하다.

이에 대해 그는 “앞으로 코 수술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고향에서 찍으니 좋아하는 향어회도 마음껏 먹고 1년에 한 번 친구들을 만나고 올라오는 게 다였는데 여유롭게 친구도 만났다”고 전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그는 주연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진선규
배우 진선규는 2004년 연극 무대로 데뷔해 오랜 무명 시간을 견뎌 ‘범죄도시’로 눈도장을 찍은 후 영화 ‘극한직업’, ‘승리호’, 티빙 ‘몸값’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사진제공=CJ ENM)

 

“영화는 전체의 협업이지만 단역의 경우 주연처럼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요. 기다림은 길고, 촬영은 단촐하죠. 그래서 일부러 단역 한 분씩 다 만나서 리딩하고 인사하고, 식사를 하면서 최대한 촬영 때 준비한 모든 것을 뽑아낼 수 있도록 친분을 쌓았어요. 어색함이 덜하면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니까요.”

진선규는 20년 전과 현재 연기를 향한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저 즐겁게,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왕이면 멜로 장르는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물론 시간을 좀더 필요하겠지만”이라면서 “나의 목표는 ‘꼭 주연을 해야지’가 아닌, 그저 배우로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고 특유의 순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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