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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장조림, 사골국, 들개와의 사투 그리고 그림. 영화 '비공식작전'의 퍼즐!

[人더컬처] 영화 '비공식작전' 하정우
"잘 담근 장 같은 작품으로 탄생"

입력 2023-07-31 18:30 | 신문게재 2023-08-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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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비공식작전’에 대해 하정우는 “장을 잘 담근것 같다”며 그간의 시간을 에두르면서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건 무려 5년 전이다. 영화 ‘터널’을 함께 찍은 감독이자 자신의 본명과 같은 김성훈이 ‘피랍’이라는 제목의 책을 전해줬다. 허울 좋은 외교관이지만 중동 전문으로 좌천된 탓에 늘 미국과 유럽 발령을 꿈꾸는 성공지향적인 인물인 민준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19개월 전 납치된 후 연락이 끊긴 선배 외교관의 비밀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 비밀작전이 기본 토대였다. 

 

실제 1986년 레바논 주재 한국 외교관 피랍 사건에서 출발해 과거 ‘모가디슈’ ‘교섭’이 거처간 익숙한 소재를 하정우와 주지훈이 지닌 특유의 티키타카로 버무려냈다. 배우와 감독이 지닌 교집합은 양날의 검이다. 하정우와 주지훈은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1000만 배우로 거듭났고 주지훈과 김성훈 감독은 드라마 ‘킹덤’으로 K콘텐츠의 시초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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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넘치는 소재지만 스피드있고 더 재밌어져 돌아온 영화 ‘비공식작전’의 하정우(사진제공=쇼박스)
“개봉 전 본 것만 해도 3번, 다른 시나리오가 기본으로 15고(원고를 수정한 횟수)라면 ‘비공식작전’은 50고에서 시작했죠. 넷플릭스 ‘수리남’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끝내고 바로 카사블랑카로 날아갔어요. 코로나19가 득실대던 시기라 해외 로케이션이 진행될 수 없었지만 모로코 국왕이 특별히 허가를 해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피랍’이라는 가제가 첫 촬영에 들어간 뒤 ‘비공식작전’으로 개봉하기까지는 무려 2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외에서도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기에 촬영 후 유일한 재미는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것이었다. 

 

크랭크인 한두 달 전 미리 한국 식재료를 숙소로 보내는 것도 ‘베를린’를 찍으며 알게 된 하정우가 향수병을 없애는 방법이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소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기도 하거니와 젖소밖에 없어서 마블링이 전혀 없는 소고기로 장조림만 주구장창 만들었다”면서 “소뼈를 버리기에 그걸 수거해 사골국을 끓여먹었다. 미니돈까스, 편육이 먹고싶은 고통이 가장 컸다”고 타고난 ‘먹방스타’로서의 일상을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비공식작전’ 속 하정우는 주류가 아니다. 당당히 외무고시를 패스했지만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고 밀리고 서슬퍼런 군사정권을 배경 삼아 권력의 1등은 늘 안기부 차지다. 늘 정장을 하고 책상에 앉아있는 외교부 직원들은 트레이닝 차림으로 들이닥쳐 자신들을 하대하는 안기부들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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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 하정우가 가장 고된 촬영 장면으로 꼽은 고립신. 이국적인 풍경을 위해 자갈길로 뒤덮힌 절벽길을 2시간이나 달려 아침햇살을 담을 수 있는 시간에 잠깐 촬영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의 반복이었다. (사진제공=쇼박스)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투지, 그걸 블랙코미디로 승화시키죠. 솔직히 저는 판수(주지훈) 캐릭터도 무척 탐이 났는데 주연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사항보다는 2번 혹은 3번 빌런에게 시선이 가는 요즘입니다.”

그간 한국 영화계에서 하정우의 존재감은 대체불가에 가까웠다. 프로포폴 의혹으로 대중에게 고개를 숙인 흑역사를 제외하고는 ‘신과함께’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아가씨’ ‘암살’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200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이끈 최연소 1억 배우로 등극했다.

 

이에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의 촬영에 대해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던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지금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하지만 김성훈 감독의 꼼꼼함은 ‘봉테일’로 불리는 봉준호 저리가라의 완벽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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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의 하정우.(사진제공=쇼박스)

 

해외에서 오래 체류하며 촬영한 탓에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서 쉬는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현장이기에 자연스럽게 연기에 집중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놀러간 건 아니니까 다들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를 만들까’에 대한 아카데믹한 고민을 하며 버텼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 중 에프킬라를 가져다 후배의 꽃다발에 뿌리는 아이 같은 모습, 바닥에 떨어진 문구통을 흡사 축구공처럼 차버리는 신은 모두 하정우의 아이디어였다. 소문난 애견인이지만 ‘비공식작전’ 중 산기슭에서 만난 들개에게 쫓기는 장면은 실제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며 달렸기에 관객들이 그 신을 꼭 챙겨봐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작품은 클래식한 휴머니즘을 담았지만 깨알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는 영화”라면서 “개들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열연했다. 훈련된 개들이라고 했지만 정말 눈빛이 살아있었다”고 특유의 위트 넘치는 대답을 내놨다. 

 

 

하정우는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미술애호가기도 하다. 호텔이 아닌 집을 빌려 현지에서 머물며 그곳에서 영감받아 그릴 종이와 물감을 준비하는 그는 ‘비공식작전’의 결과물을 모아 올해 초 서촌 표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감독으로서의 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9월 촬영에 들어가는 ‘로비’는 국가 사업권을 따내려 골프 로비를 하는 연구원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는다.

“골프를 배우기도 전에 필드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평소에는 ‘골프를 왜 치지?’했는데 필드를 걷고 보니 자연을 만끽하는 스포츠더라고요. 흥미로운건 18홀을 돌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는 거예요. 순한 양 같은 사람도 사나워지고 드센 사람이 소녀같은 감성이 나오는 걸 발견했거든요.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는 찍고 싶은 대로 덤볐고 ‘허삼관’은 상업적 성공에 너무 신경 쓴 경향이 커요. 배우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는데 연출은 저에게 또 다른 배출 통로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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