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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여행 전 공항에서 극지로 떠나는 틈새여행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Culture Board]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입력 2023-08-02 18:00 | 신문게재 2023-08-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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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해외 여행객들의 필수 관문, 공항이다. 휴가철을 맞아 한국을 찾는 그리고 한국에서 떠나는 여행객들이 본격적으로 여정을 시작하기 전 혹은 끝내기 전 남극과 북극을 만날 수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11월 30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이 한창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 극지연구소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손잡은 이 극지 틈새여행에서는 김승영, 조광희, 손광주, 김세진, 염지혜, 이정화, 홍기원 작가의 설치 및 미디어 작품 7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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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지난달 7일까지 공근혜갤러리에서 진행된 극지 레지던스 성과보고전 ‘0.1cm :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에 이은 연계전시로 예술위와 극지연구소가 2011년부터 운영해온 극지 레지던스에 참가한 23명 중 공항에 적합한 콘텐츠들을 추려 꾸렸다.


작가들은 이스트라 TV 후원으로 설치된 대형 패널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남극과 북극 풍경을 비롯해 환경문제, 남극조약이 만료되는 2048년에 대한 상상, 전세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 공간으로서의 남극, 소크라테스의 최후에 빗댄 북극해의 현재, 아라온호 승선 레지던스 당시 과학자들과 그들의 인터뷰 등 극지에서의 경험을 저마다의 색으로 작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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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효진 독립큐레이터에 따르면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과 북극으로 출발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작품으로 승화해 컨테이너에 담겨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콘셉트로 마음스튜디오가 꾸렸다.”

“순수하게 과학적 목적으로만 이용되는 남극과 북극 그리고 출국 혹은 경유를 위해 발 딛는 공항의 출국장은 국적이 없는 공간이라는 데서 닮았어요. 더불어 24시간 열려 있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이라는 점도 닮았죠. 극지 예술가들이 극지에 체류하는 기간은 두달 남짓, 그곳의 과학기지 월동대원들도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년여거든요. 출국장 역시 여행객이 머무는 시간은 보통 두시간 내외, 길어야 하루이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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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 전시에서는 2011년 노마딕 프로그램을 통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다녀온 김승영 작가의 ‘플래그’(Flag)와 조광희 작가의 ‘아름다운 소멸’을 비롯해 김세진 작가의 ‘2048’, 손광주 ‘파이돈’, 캐스퍼를 통해 극과 극 균열 및 불평등을 함축한 염지혜 ‘검은 태양’, 이정화 ‘올드랜드2’ 그리고 2022년 아라온호 승선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홍기원 작가의 최근작 ‘마음을 담아라’를 만날 수 있다.

김승영 작가의 ‘플래그’는 아라온호를 형상화한 입구부터 남극의 백야 경험을 푸른 빛, 빨간 깃발, 꽃소금 등으로 형상화했다. 그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자연의 숭고함을 느꼈고 그 풍경이 마치 진공 상태의 푸른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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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조광희 작가의 ‘아름다운 소멸’은 여름을 맞아 떠내려온 거대한 유빙들이 여기저기서 녹아내리는 풍경을 통해 12년 후 남극에 대한 상상을 담는다. 

조광희 작가는 “그간 보지 못했던, 적어도 사람 크기만 한 유빙들이 부딪히는 소리도 있지만 기포가 터지는 소리도 들린다. 그 소리들이 훨씬 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끼게 한다”며 “1미터의 얼음이 만들어지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들었는데 수천년을 축적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아파트 10층 높이의 유빙들이 하루만에 녹는 모습들이 경이로웠다”고 설명했다.  

손광주 작가의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사망 직전 제자들과 나눴던 대화에서 만져지는 영혼 불멸 사상을 기후변화, 자원개발 각축장으로의 전락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북극해를 비유한 낭독극 형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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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정화 작가는 ‘올드랜드2’를 통해 14세기 가짜편지 속 젊어지는 기적의 샘물이 신항로 개척이라는 인류의 업적을 낳은 역설에 빗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북극에서 채취한 재료로 젊어지는 신약 개발에 나서는 가상 스토리를 선보인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에서 문화예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공항의 인프라 경쟁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중국보다 인프라를 잘 지을 수 없고 중동보다 더 비싼 것들을 갖다 놓을 수 없다”며 “이에 콘텐츠에서 차별화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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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5 게이트 인근 A/S 내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저희가 10년 넘게 컬처포트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전통문화 뿐 아니라 K팝, K드라마, K영화부터 K아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K컬처가 주목받고 있죠. 한국의 관문이기도 한 공항이 공공기관으로서 K컬처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예산을 투입해 문화예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략 20만명 이상이 보고 가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은 공항의 차별화를 위한 브랜딩 전략이에요. 더불어 K콘텐츠가 글로벌로 가는 발판이 되는 후원기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행 중이죠.”


통창 너머로 비행기 이착륙장이 펼쳐보이는 공간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 이하 키아프 9월 6~10일 코엑스)와 프리즈 서울과 연계한 특별전(8월 28일)도 계획돼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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