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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공주와 완두콩’ ‘생쥐와 인간’ ‘오이디푸스’가 등장하는 이유 ‘3일간의 비’

입력 2023-08-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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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비 프레스콜
연극 ‘3일간의 비’ 프레스콜에 참석한 오만석 연출(왼쪽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낸과 라이나 역의 류현경·안희연, 핍과 테오 역의 이동하·유현석·김찬호, 워커와 네드 역의 김바다·박정복·김주헌(사진=허미선 기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비가 내린다는 겁니다. 지난번에는 라이브 연주를 했어요. 마치 이웃집에 사는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처럼요. 비 뿌리는 장면은 마지막 빗속에 선 테오(이동하·김찬호·유현석)의 상태나 세 사람의 관계 그리고 비가 왔었던 날들로 이루어졌던 시간들을 좀 더 이미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8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3일간의 비’(10월 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 프레스콜에서 오만석 연출은 2017년 초연에 이어 6년만에 돌아온 재연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는 원작으로의 복귀다.

“지난번에는 좀 불친절한 부분이 꽤 있는 작품이어서 불특정 다수들도 좀 편하게 볼 수 있게 쉽게 풀거나 단순화시킨 부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남매인 낸(류현경·정인지·안희연)과 워커(김주헌·박정복·김바다)가 관객들에게 이 작품과 삶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백신들이에요. 초연에서는 낸의 독백으로 바꿨었는데 이번엔 원작대로 둘이 같이 끌어가는 구성이죠.” 

 

오만석 연출
연극 ‘3일간의 비’ 오만석 연출(연합)

이어 “세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난번보다는 조금 가벼우면서도 좀더 친밀하게 그들이 서로 지냈었던 부분들을 살려냈다”며 “그냥 분위기를 만들기 보다는 각각이 실제 인물들로서 같이 현실적으로 부딪혀 어떤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했다”고 부연했다.

연극 ‘3일간의 비’는 유명 건축가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다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1995년과 1960년을 오가며 풀어가는 이야기다. 1명의 배우가 1960년과 1995년의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형식으로 리처드 그린버그가 대본을 집필해 1997년 캘리포니아에서 초연됐다.

 

1998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1999년 영국 등으로 진출했으며 각 프로덕션에는 ‘킹스맨’ 시리즈의 콜린 퍼스를 비롯해 줄리아 로버츠, ‘엑스맨’ 시리즈의 제임스 맥어보이, ‘어벤져스’ 시리즈 브래들리 쿠퍼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무대에 올랐다.

1995년의 자유로운 방랑자 워커와 그의 아버지 네드를 연기하는 박정복은 “배우들 모두가 1인 2역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본이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그 표현을 잘 하면 (두 캐릭터 간의 차이가) 반드시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같은 나잇대 사람이지만 1960년과 1995년이라는 시대성에 포커스를 두면서 적응했다”고 전했다.

쾌활한 핍과 아버지 테오를 오가는 이동하는 가장 인상깊은 대사에 대해 “워커에게 지금까지 쌓여 왔던 것을 터뜨린 후 핍의 ‘싫든 좋든 넌 내 가장 오래된 친구야. 나도 너 사랑해’ 그리고 테오일 때 네드와 싸운 후 ‘넌 내가 있는 게 더 낫잖아’가 둘의 관계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가장 인상깊게 마음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1995년의 평범한 가정주부 낸과 그의 어머니 라이나를 연기하는 류현경은 “극 중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워커가 왜 그랬을까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책을 읽어보시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그린버그씨가 극 중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숨겨놓으셨어요. 수수께끼처럼요. ‘공주와 완두콩’ 뿐 아니라 ‘생쥐와 인간’ ‘오이디푸스’ 등을 한번 찾아보시면 즐거울 것 같아요.” 

 

3일간의 비
연극 ‘3일간의 비’ 프레스콜에 참석한 핍과 테오 역의 김찬호·유현석·이동하, 낸과 라이나 역의 안희연·류현경, 워커와 네드 역의 김바다, 오만석 연출, 워커와 네드 박정복·김주헌(사진=허미선 기자)

 

류현경의 말에 오만석 연출은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들의 대사에 이 작품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된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작품 속에서 일기장 안의 글들을 누군가는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듯이 (대사나 우스갯소리 등에) 장치들이 숨어 있어요. 하지만 (그 발견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깊이 생각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못느낄만한 것들이죠.”

그리곤 “극 중에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이 작품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운명, 신탁을 피하고 내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맞서서 내 운명을 찾아서 살 것인가, 그 선택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혹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온전히 내 삶을 여기에서 살 수 있을까 등의 질문들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통해 설명된다”고 말을 보탰다.

“사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쉬운 스토리도 아니고 대사도 너무 많아 집중하지 않으면 흘러가버려 집중력의 한계를 느끼실 수도 있죠. 그렇지만 ‘다양성’ 면에서 ‘3일간의 비’ 같은 작품도 사랑받으며 선보일 기회가 좀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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