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비바100] 반도체 성능이 곧 미래차 성능

[트렌드] 완성차업계, 고성능 반도체 개발 경쟁 치열

입력 2023-08-16 07:00 | 신문게재 2023-08-16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3081504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전세계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동시에 자율주행과 정보기술(IT)의 발전 바람을 타고 거대한 전자기기로 탈바꿈하면서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성능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자동차가 기계공학 중심의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미래차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주행 성능은 물론 편의·안전장비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극대화할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가 복잡해지면서 연산과 처리를 빠른 속도로 실행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래차 산업 주도권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설계 및 개발에 나서면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높아지는 소프트웨어 중요성…완성차업계, 고성능 반도체에 집중

 

1263611579
(사진출처=게티이미지)

 

미래의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융복합 전자기기로 진화하게 된다. 기존의 자동차가 단순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면, 미래차는 소프트웨어가 운전자 대신 주변 지형을 살피고, 탑승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빠른 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마디로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에서 편의 수단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복잡한 기능을 구현할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차량용 반도체보다 높은 성능을 갖춘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미래차에는 데이터를 해석·계산·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인공지능(AI),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에 활용되는 자율주행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고성능 반도체 기술 확보가 곧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 난이도가 높고 고신뢰성 장비·시설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또한, 내연기관차 1대당 약 200개 정도의 반도체가 적용되는데 비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그 10배인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미래형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의 주행 및 탑승자 안전 상황 정보를 센서를 이용해 감지하고, 다수 센서의 입력 정보를 일련의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차량내 전자장치의 각종 기능을 판단해 이를 전자 제어장치를 통해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반도체가 요구된다. 그 수요는 전체 메모리 시장의 3~4%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전장화가 가속화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415196683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차량용 반도체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종류가 수십 가지인데, 이 모든 걸 한 업체가 생산할 수 없어 절대적인 강자가 없고, 분야별로 업계 상위권이 모두 다르다.

반도체업체들은 기존에 영위해온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고도화하고 신규 사업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인 르네사스는 지난 2021년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를 인수했다. 다이얼로그는 전력 및 사물인터넷(IOT)반도체 전문 설계 기업이다. 르네사스는 차량용 반도체 역량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 전력·IOT·커넥티비티 분야 반도체 설계 역량을 보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NXP 또한 지난 2020년 지능형 시스템용 프로세서 분야의 선도업체인 칼레이에 투자하고 자율주행 플랫폼을 고도화 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 2021년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고성능 CPU 설계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 인포테인먼트, 운전자 지원 시스템 반도체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기술 선도적인 입지를 굳히기 위해 미래차에 적용될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계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 초기에는 모빌아이, 엔비디아와 협력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부터는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반도체 설계(팹리스)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를 통한 우회 전략으로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다각도로 ‘고성능 반도체’ 확보 노력

 

엔비디아
현대차그룹과 협력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도 글로벌 반도체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빠른 전동화 전환과 독자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미래차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약 642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 차 등에 일부 적용 가능한 맞춤형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텐스토렌트와 공동 개발한다.

텐스토렌트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전설적 인물로 알려진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짐 켈러는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A칩’, AMD에선 PC용 CPU ‘라이젠’ 등 고성능 반도체 설계를 주도했다. 테슬라에서도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업무를 맡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과 텐스토렌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를 개발한다. 두 회사는 추후에 로보틱스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영역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에는 현대자동차·기아가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실시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기아는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 2호 펀드를 통해 보스반도체에 투자한 바 있다.

보스반도체는 고객사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및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 및 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보스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 안전 및 신뢰성 관련 기술, 자율주행에 필요한 AI 반도체 기술 등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팹리스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엔비디아와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위한 고성능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왔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정보 처리 반도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빠른 속도로 대용량의 데이터 연산 처리가 가능하며 효율적인 전력 관리 기능을 갖췄다.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지난해부터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 카 운영 체제(ccOS)’에 탑재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있다. 무선 업데이트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차량을 구입한 이후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차량의 기능과 성능 업데이트가 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기반 3세대 통합 제어기를 선행 개발 중이다. 이는 현재 양산 적용 중인 2세대 제어기보다 더욱 고성능의 CPU를 탑재하고 제어기 통합 수준을 높여, 더 빠른 연산과 효율적인 제어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레벨 3의 양산 확대 적용과 더불어 자율주행 레벨 4와 5까지 적기에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전문으로 설계하는 국내 스타트업 딥엑스와도 지난 3월부터 로봇 플랫폼용 AI 반도체 적용하기 위한 기술 협력이 진행중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AI 모델과 학습용 데이터셋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지원하고 딥엑스는 반도체 엔지니어링 샘플과 로봇 탑재를 위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추후 딥엑스가 설계한 NPU를 검증하고 미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