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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정소민이 배우가 아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영화 '30일'

이혼 30일 앞두고 동반 기억상실증 걸린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
"결혼 생활 유지하는 부부들에게 존경심 생겨, 장르에 대한 도전 멈추지 않을 것"

입력 2023-10-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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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
대본을 보자마자 “빨려들어갔다”는 말로 영화의 매력을 강조한 정소민. (사진제공=마인드마크)

 

배우 정소민은 묘한 매력을 가졌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술자리에는 끝까지 남아있고 공주같은 외모에도 의외로 털털하다. 수다스러움은 카메라 앞에서 뿐이지만 그마저도 배우라는 본분에 충실한 거니 뭐라 따질 수도 없다.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으며 ‘흥행 복병’으로 불렸던 영화 ‘30일’이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한글날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으며 7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이 작품은 이번 주 1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손익분기점인 160만명에 성큼 다가간 것.  

 

영화 30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30일’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영화의 설정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다소 거리가 있다. 오해와 고난을 넘어 사랑에 빠지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이미 결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퍼붓는 저주에서 시작된다. 이후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끼를 견디다 못해 이혼숙려기간 30일에 돌입한 두 남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2막을 연다.

서로의 다름에 끌려 모두의 반대를 딛고 결혼했지만 그 감정이 현실이 되니 지옥도 이런 지옥이 따로 없다. 법원이 제시한 30일만 지나면 그렇게 원하던 남남이 되는데 두 사람은 모두 기억을 잃고 잊고 있던 설렘을 마주하게 된다. 

 

강하늘이 소심한 대학생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된 정열 역할을, 정소민이 장군의 딸로 아무도 못 말리는 망아지였지만 매사 똑 부러지는 영화PD 나라 역할을 맡아 실제 부부 케미를 뽐낸다. 두 사람은 이미 영화 ‘스물’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정소민8
정소민은 강하늘과의 호흡에 대해 “너무 친하니까 연기하기 민망했다”면서 “술 먹고 들이대는 연기에서 특히 NG가 많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솔직히 100%맞는 사람은 상상 속에만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할 상대라면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은 기본이고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소통을 할 줄 아는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나라가 느끼는 정열이의 귀여움이 살짝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필터링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나라의 옷을 입은 정소민의 모습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오랜 연인이었던 정열과 잠시 헤어지고 홧김에 완벽한 조건의 남자를 만난다. 일사천리로 결혼식장까지 잡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을 잡지 못하는 정열에게 결국 돌아간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어온 나라의 순애보도 잠시 둘은 눈만 마주치면 살 떨리게 싸우는 현실 부부의 삶을 산다.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해피 엔딩이란 생각으로 역할에 접근했다”면서 “사랑을 느끼는 순간에 이별을 예상하는 여자는 없지 않나”고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MBTI를 굉장히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름 생각을 해봤는데 정열이는 깔끔하고 뭐든 정리하는 ISFJ 라면 나라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ESTP가 아닐까 싶어요. 전 신중하고 고집이 센 INFJ입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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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여러 번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들이 많은 것도 전소민의 필모그라피의 특징이다. 준호와 ‘스물’ ‘기방도령’을 함께 했고, 서인국(‘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늑대사냥’), 김지석(‘월간집’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 하석진(‘스탠바이’ ‘디데이’) 등과도 두번씩 만났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정소민은 이번 영화에서 망가짐도 불사하지 않는다. 입에 밥을 가득 물고 튀겨가며 말하는 더티함과 의사 남친이 바람나자 야구장에서 전광판에 나올 정도로 막춤을 추는 똘끼 사이를 탁월하게 오간다. 이에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확신보다 더 잘 해주더라. 망가지는 연기를 우려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거야 말로 나의 우려였다”는 말로 정소민의 연기를 극찬했다.

지난해 드라마 ‘환혼’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정소민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무대로 향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간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를 경험한 그는 “당시 ‘30일’ 촬영과 공연 연습이 겹쳐 쉴 새가 없었다. 제게 두 작품은 쌍둥이”라면서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향해 한 마음으로 가는 기쁨을 만끽했다. 기회가 되면 또 연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금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부부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결혼에 대한 환상? 떨어져서 보면 ‘나는 이럴 거야’ 하지만 막상 내가 닥치면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대한 후회 없이 하려는 부분은 나라와 같으니까 좋은 인연, 기다려 봐야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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