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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시즌 왔지만…'퇴직금 잔치' 트라우마 은행들 ‘눈치보기’

퇴직금 잔치 논란 부담…‘ELS 사태’도 발목

입력 2023-12-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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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사진=각사]
은행권의 희망퇴직 시즌이 다가왔지만 올 연말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수요는 많지만 ‘퇴직금 잔치’라는 후폭풍을 우려한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농협은행만이 연말 희망퇴직 관련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통상 은행들은 연말 연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는데, 인생 2막을 준비하고자 하는 직원들과 비대면 트렌드의 가속화로 인한 구조조정 수요가 맞물려 매년 희망퇴직 규모도 증가해왔다. 일부 은행은 수시채용과 마찬가지로 희망퇴직도 정례화하고 있다.

실제 이들 5대 은행이 최근 5년간 희망퇴직 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매년 8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희망퇴직제도를 통해 은행을 떠난 직원은 5대 은행에서만 2357명이었으며, 이들이 수령한 퇴직금은 1인당 약 3억6000만원이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은행권의 실적 호조로 인해 5대 은행 모두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이들 은행이 희망퇴직으로 쓴 비용도 8170억원으로 전년(595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 역시 은행권의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노사 모두 희망퇴직 시행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자칫 ‘퇴직금 잔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올 들어 국내은행들은 성과급 잔치 논란에 이어 독과점, ‘갑질’, ‘종 노릇’ 등과 같은 부정적 이슈에 휘말려 왔다. 여기에 막대한 이자이익에 따른 ‘횡재세’ 이슈에 이어 최근에는 홍콩H지수 ELS 손실 가능성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겹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최대 3년치에 가까운 특별퇴직금을 지급할 경우 또다시 ‘돈 잔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은행들은 최대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어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질 경우 ‘상생(相生)’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은행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이면서 희망퇴직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측으로서도 예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 은행의 희망퇴직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상반기 ELS 사태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LS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관련 민원이 속출할 것은 불보듯 뻔한데 해당 상품의 판매·관리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은행을 떠나게 되면 남겨진 인력이 모두 떠안게 된다”며 “이전 사모펀드 사태 때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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