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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그저, 이렇게. 루시드 폴…"소리 폐기물, 음악으로 업사이클링"

[人더컬처] 루시드 폴, 두번째 임비언트 앨범 'Being-with’ 12일 발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소리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싶다"

입력 2023-12-11 18:30 | 신문게재 2023-12-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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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3
세계 최고 공과대학 중 하나인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화학공학자, 작가이자 제주에서 감귤과 레몬을 재배하는 농부로 유명한 루시드 폴. (사진제공=안테나)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에 다니다가 친구들과 음반을 냈다. 큰 자본이 들어간 굴지의 매니지먼트 산하의 음악이 아닌 그저 ‘좋아서 하는 음악’을 만들어 담은 앨범이었다. 멤버들과는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갔다. 가수 루시드 폴이 조윤석으로 불릴 때의 이야기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장학금을 받고 해외 유학생이 된 그는 차분히 연구원으로서 살았다. 이후 미국 유명 제약회사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후회없이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니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특유의 조용한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12일 오후 12시 두 번째 앰비언트(Ambient) 앨범 ‘비잉-위드’(Being-with)를  첫 곡으로 막 들려주고 나서였다.

“귤 재배는 그저께 끝냈어요. 작년 수확량의 절반 정도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솔드 아웃되기도 했고 덕분에 홍보 활동에 여유가 생긴거죠. 이번 앨범 역시 미니멀 장르의 하나인 앰비언트인데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무척 어려워요.(웃음) 쉽게 설명하자면 소리를 잘게 자르고 몇 만 단위로 섞어 화음을 입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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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발표한 정규 10집 ‘목소리와 기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음반인 ‘빙 위드’의 표지.(사진제공=안테나)

 

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이기도 한 ‘마음거울’의 인트로는 차분하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라고 하자 “공사장 철근을 자르는 거슬리는 소리를 녹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사시사철이 모두 공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활 속에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해 작업하다가 되려 ‘이걸 음악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귀농 후 2018년 농기구에 손가락이 다친 사고가 그를 앰비언트 음악으로 이끈 계기(?)였다. 늘 기타를 치고 연습을 하던 사람이 마우스를 겨우 클릭해서야 작곡이 가능한 상황에 닥치게 된 것. 루시드 폴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멀리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많이 듣게 됐다. 나에게 없었던 음악적 자아가 생긴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전에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고 노래하는 두개의 자아만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 작업은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와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지내는 곳도 그렇게 지어졌을테고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작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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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은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건 오롯이 LP작업”이라면서 “음원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음악으로 공감을 기억하게 하는 과정을 대중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안테나)

 

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이기도 한 ‘마음거울’의 인트로는 차분하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라고 하자 “공사장 철근을 자르는 거슬리는 소리를 녹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사시사철이 모두 공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활 속에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해 작업하다가 되려 ‘이걸 음악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귀농 후 2018년 농기구에 손가락이 다친 사고가 그를 앰비언트 음악으로 이끈 계기(?)였다. 늘 기타를 치고 연습을 하던 사람이 마우스를 겨우 클릭해서야 작곡이 가능한 상황에 닥치게 된 것. 루시드 폴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멀리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많이 듣게 됐다. 나에게 없었던 음악적 자아가 생긴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전에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고 노래하는 두개의 자아만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 작업은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와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지내는 곳도 그렇게 지어졌을테고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작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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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다른 다른 분야의 경험에 대해 “늘 하던 일과 관심 대상이 달라지는 것 뿐”이라고 정의 하는 그는 “뭔가를 만들고 발견하는게 즐겁다”고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대답했다. (사진제공=안테나)

 

루시드 폴은 앨범 발매와 함께 다양한 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16~17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클럽 아크(Club ARC) 위드 안테나’를 열고 ‘루시드폴의 하루’라는 테마 아래 전시와 북토크, 공연, 사인회 등이 계획돼 있다. 남들보다 앞서 ‘프로 N잡러’로 사는 원동력을 묻자 웃으면서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음악을 꼭 해야지’란 생각보다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유학도 집안에 돈이 많아서가 아닌 돈을 받는 곳으로 간 거고. 음악을 전업으로 해보려는 시기에는 예능을 나갔어야 했는데 그걸 못하니까 제주도에 내려갔고 밭농사를 하게 됐어요. 솔직히 요즘엔 땅의 기운을 이길 수가 없다는 걸 절감해요. 그래서 생태계 구축에 내가 개입을 하면 할수록 깨진다는 생각이 커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으로 작물을 기르고 새벽에 일어나 음악 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 일상은 여전히 반복 중이지만 루시드 폴은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찾는 사람에게는 LP를 발매해 음악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도 보고 냄새도 만들 수 있는 대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강단있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3번 트랙이에요. 미생물과 관련된 녹음을 하는데 그 소리가 참 예쁜 거예요. 어쩌면 보말이 지나가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요.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2023년의 루시드 폴’로 정의되겠지만 부연하자면 옥타브와 옥바트 사이에는 어떤 음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음악이란 점은 확실해요. 솔직히 그 마저도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상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정체성이 있듯 혹시라도 그 안에서 차별 받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과 연대하겠다는 각오로 만들었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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