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생활경제 > 식음료 · 주류

'24조' HMM 품은 '17조' 하림, '승자의 저주' 넘을까

인수 성공시, 재계 순위 CJ 제치고 13위 등극
팬오션과 시너지 효과 기대...본계약까지 무사히마칠지 우려의 시각도
오너 2세 김준영 NS홈쇼핑 이사, 입지 강화 포석도

입력 2023-12-20 06:00 | 신문게재 2023-12-20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1
팬오션을 경영하는 하림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한다. 사진은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MM 인수에 최종 성공하면 하림그룹은 팬오션에 이어 HMM까지 거느린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액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인수전 경쟁자였던 동원그룹이 제기한 형평성 논란 등 대내외 리스크로 하림이 본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19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림그룹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최종 인수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 HMM주식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3억9879만주(57.9%)로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이다. 하림그룹은 동원그룹보다 약 1000억원 많은 인수가를 써내 정량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인수자금의 절반 가량을 JKL파트너스와 함께 자체조달할 계획이며, 나머지 절반은 차입할 계획이다.

하림이 입찰 시 제시했던 요구 사항은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입찰 과정에서 자금 안정성을 위해 매각 측에 HMM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연기해달라고 요구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36


인수가 마무리되면 하림은 단숨에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 기업집단으로 등극하게 된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하림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4위다. HMM은 자산이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두 기업의 자산을 합하면 42조8000억원으로,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13위에 오를 수 있다.

닭 가공 기업으로 잘 알려진 하림그룹은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급격히 키웠다. 팬오션 인수로 하림은 곡물운송에서 식탁에 이르는 푸드체인의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해 경쟁력을 강화하며,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HMM을 사들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선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하는 김홍국 하림 회장<YONHAP NO-1711>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역시 지난달 1일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전 참여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하림그룹 오너 2세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NS홈쇼핑 이사가 HMM 인수와 관련된 실무를 진두지휘 중이기 때문이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하림이 무사히 본계약까지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녹록지 않은 가운데, 최근 해운업까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림그룹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HMM을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약 3조원에 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이 같은 우려의 요지다. 여기에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운임 하락 등으로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데다, 산업은행이 향후 3년간 HMM의 배당총액을 연 5000억원으로 제한해 둔 것도 하림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하림은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