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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리스크’ 등 지정학적 갈등 고조…국내 정유사 촉각

입력 2024-0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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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 연속 하락한 기름값<YONHAP NO-1456>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국제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갈등을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동에서 원유를 도입해오는 국내 정유사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업계는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들여올 때 홍해 대신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자리한 해협으로, 석유와 가스를 수송하는 중요한 경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인도양-남중국해를 거쳐 한국, 일본, 중국 등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구조다. 업계에서 이곳은 아시아 석유 유통의 ‘생명선’으로 꼽힌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가 들여오는 원유는 홍해에서 떨어져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기 때문에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해협으로 불똥이 튀는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만약 중동 분쟁을 기점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홍해 봉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유가와 원유 수급에 엄청난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며 국제정세를 시시각각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홍해 봉쇄로 인해 국내 정유사가 수송 차질을 겪은 사례는 없다”면서도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면 해상 운임이 상승하고 유럽향 석유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한 수송비 부담, 경영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국내 정유업계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석유 연구 책임자 댄 스트루이벤은 지난 4일 미국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홍해 지역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도 이어질 경우 국제 원유가격이 두 배로 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또한 현재 국내 정유업계가 홍해를 통해 도입하는 원유 물량도 퍼센트로 따지면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치지만, 분명히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해와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에서도 원유를 소량 들여온다”며 “일단 최근에는 무사히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발 중동 지역 긴장 등에 들썩이면서도 70달러선을 머물며 안정화된 상태다. 지난 8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 가격을 인하한 여파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전 거래일 대비 4.1% 급락한 배럴당 70.7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수요와 공급 상황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함께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이라며 “지정학적 위기 요인이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잘 오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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