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명의칼럼

[명의칼럼] 최신 수면이론 ‘오렉신’과 ‘글림프’ … 잘 자야 치매도 예방

뇌내 노폐물 청소하려면 ‘글림프’ 기능 원활해야 … ‘엘큐어리젠’ 림프계 정화에 도움

입력 2024-04-24 09:16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심영기 뉴3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최근 수년 새 수면에 관한 2가지 새로운 학설이 부각됐는데 ‘오렉신’(orexin, 또는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약어 hcrt)과 ‘글림프’(glymph)에 관한 것이다.

오렉신은 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오렉신뉴런(또는 hcrt뉴런)에서 생성 및 분비된다. 기면증 1형에서는 오렉신의 결핍으로 근육에서 갑자기 힘이 빠짐(cataplexy, 탈력발작)과 동시에 쏟아지는 잠(주로 주간)을 주체할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오렉신뉴런은 불과 수천 개밖에 안 되지만 뇌 곳곳의 각성과 관련된 부위로 가지(축삭돌기)를 뻗고 있다. 축삭돌기 말단의 시냅스에서 오렉신이 분비돼 각성 신호를 전달하면 뇌가 깨어 있고 명석한 인지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나이가 들면 오렉신뉴런의 수가 점차 줄어, 각성 신호 세기가 약해져 두뇌 회전이 젊을 때만 못하게 된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불면증이 심해지고 깊은 잠을 취하지 못하게 되는 걸까. 이는 오렉신뉴런의 수는 줄어들어도, 개별 뉴런 자체의 민감도는 올라가 약간의 자극으로도 활성화돼 그 결과 각성 네트워크가 수시로 작동해 잠드는 걸 방해하고 자다가 자주 깨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이완과 각성 리듬이 교차하는 24시간 주기 간 진폭의 차가 커야 곤한 잠을 자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두 주기 간 낙폭의 차가 작다보니 잠들기도 어렵고 쉽게 깬다는 설명이다.

글림프(glymphatic system, glymphatic clearance pathway, paravascular system)는 뇌 활동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처리하는 청소 체계로 2012~2013년에 그 개념이 정립됐다.

잠을 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면 시간에 에너지 대사량을 줄여 활동 시간에 뇌 기능을 극대화하는 측면도 있고, 필요한 것만을 편집해 기억 및 저장하는 면도 있으며, 뇌가 활동하면서 쌓인 노폐물(주로 변형된 단백질)을 청소하기 위한 것도 있다.

글림프는 이 중 노폐물 청소에 관한 ‘괜찮은’ 이유를 제시하는 개념이라 할 것이다. 글림프는 뇌내 교세포(glia)와 림프계(lymph)의 합성어다. 글림프 체계는 동맥과 이를 둘러싼 교세포 사이의 공간을 흐르는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침투해 여기에 쌓여있는 노폐물을 쓸어내고, 노폐물이 정맥과 이를 둘러싼 교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간 뒤 정맥 뇌 밖으로 빠져나가 목에서 림프계와 합류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노폐물을 함유한 림프액은 정맥으로 들어가 혈액과 합쳐지고 간에서 노폐물이 분해되고 재활용된다.

글림프 시스템이 원활해야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치매나 파킨슨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 나이 들어 수면장애로 글림프 시스템이 부실해지면 아밀로이드베타 같은 노폐물 덩어리가 쌓이고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활성화돼 염증반응이 일어나 결국 뉴런이 죽는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시 ‘깊은 잠’을 자는 비(非) 렘수면 단계가 깊고 길게 지속될 때 뇌 속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하는 글림프의 청소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진다.

물론 단지 이들 2가지 개념만으로 불면증 또는 기면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2022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위스 제약사 아이도시아(Idorsia)가 개발한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DORA)인 ‘큐비빅’(Quviviq 성분명 다리도렉산트 daridorexant)을 성인 불면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기존 불면증 치료제(수면안정제)가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하거나 뇌 활동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작용을 통해 약효를 내는 것에 비해 큐비빅은 오렉신 억제를 통해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약의 개발사는 큐비빅이 기존 수면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고, 단순히 잠이 들게 하는 게 아니라 잠의 구조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어 글림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불면증 치료와 함께 인지력 저하나 신경퇴행성질환의 위험성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고가(30정에 73만원)인데다 오렉신 억제 기전이 통하지 않으면 효과가 저조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런 이유인지 국내에서 가까운 시기에 도입될 것이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필자는 하지정맥류, 림프부종, 각종 통증질환의 치료법을 창안해오면서 림프계 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림프 슬러지(찌꺼기)가 체내에 축적되면 만성 염증에 이어 만성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건강한 세포는 인접한 동종 또는 이종의 세포와 교류하면서 신경 및 대사기능을 조율하는데 림프 찌꺼기가 세포 간 절연체로 작용하면 세포 간 전기 소통이 방해받아 병적인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림프슬러지를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고전압, 미세전류 방식의 ‘엘큐어리젠요법’을 개발해 임상에 응용하고 있다. 올 1월 말에는 FDA 정식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았다. 엘큐어리젠은 전기에너지가 음전하가 부족한 병든 세포에 음전하를 공급해 세포의 건강과 병을 회복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동시에 노폐물이 쌓인 림프계를 정화한다.

노화로 인한 불면증(숙면 방해),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만성질환에 따른 만성염증 및 만성통증 질환을 경험하고 있거나 이를 걱정하고 있다면 엘큐어리젠이 호전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