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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끝없는 총기사고' 왜 美부모들은 아이에게 총을 사줄까

美 총기업계, 동심 정조준

입력 2016-02-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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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주 포트 앨런에 사는 오스틴 웨인 몽크(5세)는 총을 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사진은 총을 든 오스틴과 강아지 루시. (NRA패밀리)

 


 

미국 루이지애나주 포트 앨런에 사는 오스틴 웨인 몽크는 불과 5살이지만 총을 쏠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

생후 7개월 된 가렛 헨리 크로사멜은 ‘헨리 골든 보이, 17구경 라이플’ 소총을 엄마와 아빠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가렛의 부모는 “총에 아이의 이름 이니셜과 생일을 새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이는 ‘헨리 레버 액션 22 라이플’을 10살 생일 선물로 부모한테 받았다. 그의 부모는 “제이가 이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했고 자랑스러운 소총수 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전했다.

전미총기협회(NRA)가 최근 공식홈페이지에 게재한 어린이들의 총기사용 관련 내용들이다.


◇ 자녀들에게 총을 사주는 美부모들

“아이들이 그들의 첫 번째 총을 받고 있다.”

NRA의 홍보문구처럼 미 총기업체들은 이제 어른들의 시장을 넘어 어린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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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 헨리 크로사멜(생후 7개월)의 부모는 아이에게 17구경 소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NRA패밀리)

 


총기 폭력의 근절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폭력정책센터(Violence Policy Center)’ 보고서는 미 총기업계가 새로운 시장으로 어린아이들을 겨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주 고객층이었던 백인들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총기 시장개척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취급하기 쉽도록 플라스틱 부품으로 총기 경량화를 도모하고, 어린이들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색상의 총기를 생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총기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13년 4월 30일 미국 켄터키주 컴벌랜드에서는 어린이용으로 판매된 22구경 라이플로 5세 남자아이가 2세 여동생을 사살한 사고가 최초로 발생했다. 당시 컴벌랜드 카운티의 검시관인 게리화이트는 지역 언론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소형 라이플이 사용됐다”며 “아이는 작은 총을 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작은 총은 ‘나의 첫번째 라이플’이라는 카피로 어린이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무게가 1.1㎏, 총신 40㎝인 가볍고 작은 이 총은 불과 110~140달러(약 13만~17만원)의 가격으로 대형소매점인 월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총을 제작한 ‘키스톤 스포팅 암스’에 따르면 발매 첫 해인 1996년에 4000정, 2008년에는 약 6만정이 판매됐다.

총기업계와 로비 단체들이 ‘가능한 어릴 때 총을 갖도록’ 부모들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폭력정책센터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를 통해 총 매출 증가와 함께 총기 소지를 찬성하는 다음세대를 육성하고 앞으로 있을 정책적 논쟁에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NRA와 총기업체들의 이러한 전략적 활동만으로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위험한 총기를 쥐어주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 총기사고 비판한 뉴욕타임스 1면에 총질한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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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1면기사를 총으로 쏴 구멍을 낸 모습. (트위터)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5일자에 잇따른 총기난사 사고 발생을 비판하며 95년 만에 1면 사설을 게재한 바 있었다.

한 미국인은 이 사설이 난 신문 1면에 총을 쏴서 구멍을 냈다. 보수적인 논객으로 알려진 에릭슨이라는 사람은 이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하며 “이것이 사설에 대한 내 의견”이라고 비난했다.

에릭슨은 NYT가 “법을 준수하는 모든 시민에게서 총을 몰수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 공격에 휩쓸리고 있다. NYT는 IS의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해 맨몸으로 표적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NYT의 1면 사설은 에릭슨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지난 캘리포니아 총기난사 사고에서 사용된 개조된 전투소총과 같은 살상 무기를 법률로 규제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NRA는 공화당의 보수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NRA의 입김이 강한 의회에서 총기규제 강화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지 않자 결국 오바마는 지난 1월 눈물로 총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총기 규제 강화에 관한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대통령령에는 합의되기 어려운 총기 판매 규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가 형성되기 쉬운 신원조사 등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 제안은 개인 간 거래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신원조사의 한계와 자기 방어를 위한 총기 소유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미국 시민들의 지지를 그다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미국인들은 총기규제보다는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총기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 총기 사는 이유 속에 생겨나는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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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가운데)가 10살 생일에 소총을 선물 받는 모습. (NRA패밀리)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민들이 총기를 보유하는 목적은 지난 1999년 ‘사냥(Hunting)’이 49%로 1위였다. 그러나 2013년의 조사에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Among gun owners Protection)’라는 이유가 48%로 1위에 올랐다.

최근 총기관련 커뮤니티들에서 확인되는 것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총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던 사람들의 의식 변화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가 살상무기를 손에 든 평범한 사람들의 폭력성으로 변질된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데이터의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웹사이트 ‘폴리 티 팩트’는 지난 1963년 말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총기로 암살된 이후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내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언제 어디서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발생할 수 있는 자생테러, 각종 범죄에 노출된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와 가족 또한 총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고 아이들도 가능한 일찍 총기 사용을 배우는 것이 낫다는 어른들. 그 어른들 밑에서 어느덧 방아쇠를 당기는 짜릿함을 맛보며 자라는 아이들.

어느 순간 이들은 누군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또 다른 이유를 찾고 있지는 않을까.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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