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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지도층의 '집'에 대한 관점, 고종에게 배워라

입력 2020-08-11 13:54 | 신문게재 2020-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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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수도 한양의 중심인 경복궁. 경복궁 4개 문 중에서 가장 큰 남쪽 정문인 광화문에서 이어지는 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강령전, 교태전 등 중심 건물들은 가히 왕의 권위를 느낄 수 있도록 폼 난다.

그러나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 근처에 있는 건청궁(乾淸宮)은 상대적으로 소박해 마치 궁인들 거처 분위기가 난다. 이 건청궁이 바로 조선 마지막 임금인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함께 지낸 건물이다.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를 당한 곳도 이곳이다. 1909년 일본은 이곳을 철거하고 조선총독부 미술관을 지었다. 1998년 문화재청이 원래대로 복원했다. 건청(乾淸)은 ‘탐욕 없는 맑은 하늘’을 의미한다.

이곳 건청궁은 일반적인 궁궐의 침전양식과는 달리 양반가옥을 응용해 사랑채(장안당)와 안채(곤녕합)를 중심으로 부속건물(복수당)로 이뤄진 조선시대 양반집의 기본 구조로 지어졌다. 고종 부부의 백성을 생각하는 소박한 애민의 정이 보인다.

왕으로서 가장 비싸고 폼 나는 집에서 살아야만 권위가 사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남기고 싶었을까?

매년 발표하는 공시지가에 수백억짜리 집을 소유한 재벌들의 이름이 올라오지만, 그걸 보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집 2채 말고도 여러 채의 건물을 가진 공시가 기준 100억대 재산가인 국토부 산하 공기업 대표의 말이 아래 사람에게 먹힐까?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관료, 국회의원 특히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당사자들도 여러 채씩 집을 가지고 재테크에 나서는 부동산 공화국. 청와대 비서실장도 욕먹으면서까지 똑똑한 한 채에 집착하면서 국민들에겐 집 가지고 뭐라 하니 받아드리겠나. 윗사람이 부동산 투기에 나서면 아래는 묻지마 흉내 내게 돼있다. 하늘이 맑아야 땅도 맑다. 건청궁의 의미다.

- 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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