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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잠수함 리얼리티> 최일

입력 2022-04-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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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전직 함장이 들려주는 진짜 잠수함 이야기’다. 저자는 214급 잠수함 ‘손원일함’의 초대함장 출신이다. 자신을 잠수함 연구가 혹은 잠수함 애호가라고 불러 달라는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는 잠수함에 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들을 독자들의 눈 높이에 맞춰 제공한다. 잠수함의 발전사부터 초호화 민간 잠수함 같은 최근 잠수함 산업의 트렌드, 그리고 천안함 사태 등 잠수함 관련 국내외 핫 이슈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 잠수함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 - 잠수함이 가라앉고 뜨는 원리는 1578년 영국 수학자 윌리엄 본에 의해 처음 고안되었다. 밀폐된 통 하부의 큰 탱크에 물을 넣어 균형을 잡고 양쪽에는 큰 가죽 주머니를 달았다. 주머니에 구멍을 뚫고 물이 들어오고 나가도록 해 배의 무게를 조절하고 가라앉거나 뜨게 했다. 수중에서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는 최초 잠수함은 1621년에 나왔다. 영국 해군에 고용된 네덜란드 발명가 드레벨이 제작했다. 잠수함을 군사용으로 사용한 것은 미국 예일대 출신의 발명가 데이비드 부시넬이 1775년 최초의 공격형 잠수함 ‘터틀’을 제작하면서 부터다. 1인용 수동 잠수정으로 수중에서 최대 시속 4.8km로 항해하며 외부 공기 공급이 없이도 30분간 호흡이 가능했다. 적함 밑바닥에 폭약을 설치해 터트리는 방식이었다, 이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1800년 영국 해군을 공격하기 위한 잠수함 ‘노틸러스’를 제작한 이가 미국 발명가 로버트 플턴이다. 길이 6.5m의 이 잠수함은 수심 7m까지 잠수해 6시간 동안 항해가 가능했다.

 

* 기계 및 전자식 점수함이 나오다 -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최초의 잠수함은 1863년에 나왔다. 프랑스 해군제독이던 시므온 부르주아가 최초의 기계추진식 잠수함 플로저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잠수함의 주요 추진 동력은 전기 배터리로 바뀐다. 폴란드 출신 과학자 스테판 드제비에츠키는 최초의 전기 추진 잠수함을 제작했다. 최초의 현대식 잠수함은 존 홀런드가 개발한 홀런드급 잠수함이다. 아일랜드 엔지니어 홀런드는 ‘현대 잠수함의 창시자’로 불린다. 1897년부터 생산된 홀런드급은 수일 동안 잠항이 가능했다. 6노트 속력에 23m까지 내려가 실제 전쟁에 투입될 수 있는 군용 잠수함의 위용을 갖추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잠수함은 해전의 필수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독일의 ‘유보트’는 연합국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최초의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한 이는 하이먼 G.리코버 미 해군 제독이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원자력 해군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잠수함들(1) - 적함을 격침시킴으로써 군함으로서의 잠수함 역사에 서막을 연 것은 ‘헌리(Hunley)’호였다. 미국 남북전쟁 때인 1864년 북군 함정을 3분만에 침몰시켰다. 실종되었다가 1995년 5월에야 발견되어 2000년 8월에 인양되었다. 미국에서 건조된 최초의 현대식 잠수함은 ‘홀런드(USS Holland VI)’함이다. 수중 추진 시스템과 3차원 기동 시스템을 갖췄고 일정 심도까지 압력을 견디면서 수중 공격이 가능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재래식 잠수함들의 원형은 독일이 2차 대전 때 개발한 고성능 잠수함 ‘타입21’이다. 유선형인 이 잠수함을 기점으로 잠수함의 수중 속력이 수상 속력을 앞지르게 된다. 제한된 수중 활동만 가능했던 가잠함(필요할 때만 잠수가능한 군함)에서 전적으로 수중 작전이 가능한 진정한 잠수함 시대를 맞았다. 2차 대전 중 독일 잠수함 가운데 적 함선을 가장 많이 격침시킨 잠수함은 U-48이었다. 12번 출동해 총 51척을 격침시키고 3척에 손상을 입혔다. 

 

*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잠수함들(2) - 일본도 2차 대전때 항공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12척 운용했다. I-25가 미국 본토 공격의 임무를 수행했다. I-400은 핵추진잠수함을 제외하고 역사상 최대 잠수함이다. 배수량이 6670만 톤에 달해 1960년 SSBN(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이 나오기 전까지 최대였다. 세계 최초 핵잠수함 노틸러스함은 1954년 1월에 진수해 1954년에 취역했다. 북극 빙하 밑으로 들어간 다음 얼음을 깨고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미 해군 잠수함 스케이트(USS State)함이다. 세계 최초로 순수하게 핵추진잠수함을 목적으로 설계된 잠수함이다. 최초로 완전 수중으로 대서양을 횡단한 잠수함이기도 하다. 적함을 공격해 실제로 격침시킨 최초의 핵잠수함은 영국의 ‘HMS 컨너러’함으로, 현재까지 유일하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틀랜드 전쟁 때 순양함 헤네랄 밸그라노를 격침시켜 영국군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 진화하는 잠수함 - 잠수함은 추진 체계를 기준으로 핵추진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비핵추진잠수함)으로 구분된다. 비핵추진잠수함은 다시 AIP 잠수함과 디젤-전기잠수함으로 나뉜다. 배터리 성능 향상 덕분에 기존 납축전지보다 성능이 3배 이상 좋은 리튬 배터리가 실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지전이 일반화될 가능성 때문에 잠수함도 연근해전이나 테러전, 소형 표적에 대비해야 한다. 얕은 수심의 연안까지 가려면 크기를 줄여야 해 바닥에 붙어서 달리는 잠수함까지 나왔다. 최근에는 초전도추진 시스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잠수함 추진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잠수함 무인화 연구도 활발하다. 사람이 타지 않는 잠수함이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200 노트 이상의 속력을 내는 초공동어뢰가 개발된 것을 계기로 미국은 이 기술을 응용해 조만간 비행기보다 빠른 잠수함까지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 잠수함의 ‘천적’ 항공기 - 과거에는 항공기에 들키면 잠수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기동력이 좋은 대잠 항공기는 잠수함에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수함도 잠망경 심도에서 항공기를 쏠 수 있는 대공 로켓포를 장착할 뿐 아니라 수중에서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해상 초계기나 헬기의 소음은 물속에 있는 잠수함이 들을 수 있어 표적 방위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충분히 명중시킬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USS 시울프급 잠수함은 너무 조용해 물 속에서 전속력으로 달려도 정지해 있는 다른 잠수함의 소음보다 적어 일반 항공기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 초호화 레저용 잠수함까지 ‘잠수함의 대중화’ - 잠수함은 수상함 대비 탁월한 은밀성과 적 활동 해역에서의 정찰 및 감시 능력, 탐지 능력과 월등한 무장 규모 등으로 점점 더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더 이상 군용 잠수함에만 머물지 않고 민간 수요에 맞춘 제작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수요층이 테러 집단이다. 마약 밀수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레저용 잠수함까지 생겨나고 있다. 군용 잠수함보다 더 비싼 초호화 레저용 잠수함은 일반 요트에 싫증을 느낀 부호들 사이에서 인기다. 개인적으로 잠수정을 건조해 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 잠망경의 비밀 - 잠수함의 윗부분 함교탑에는 잠망경과 레디어, 스노켈, 통신 마스트 같은 설비들이 설치된다. 잠망경은 겉보기엔 긴 파이프 같지만 속은 오목렌즈와 볼록렌즈 등 수많은 렌즈들이 복잡하게 들어가 있다. 뛰어난 기술이 요구되기에 잠망경을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잠망경에는 눈금이 있다. 표적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함이다. 요즘에는 잠망경 대신 CCTV를 단 잠수함이 늘고 있다. 잠망경에 눈을 대고 밖을 보는 대신 컴퓨터로 편하게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전원이 차단되면 사용할 수 없고, 아무래도 눈으로 직접 보는 잠망경에 비해 현실감이 떨어진다.

 

* 잠수함의 귀 ‘소나’ - 군용 잠수함에는 밖으로 난 창도 없고 물 속에선 레이더도 사용할 수 없다. 그런 잠수함이 물 속에서 항해할 수 있는 것은 귀 역할을 하는 소나(sonar) 덕분이다. 잠수함에는 여러 종류의 소나가 설치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주수동 소나’다. 표적 소리를 듣고 표적의 방위를 식별한다. 잠수함 자체 소음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된다. 요즘은 선체 안쪽에 설치되는 추세다. 표적의 방위와 거리를 측정하는 ‘거리 측정 소나’도 있다. 수중 폭발음 같은 일회성 소리 등 펄스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인터셉트 소나’, 선체 옆구리에 붙어 저주파를 탐지할 수 있는 ‘현측 선배열 소나’ 등도 있다. 

 

* 표적 움직임을 분석하는 ‘TMA’ - 물 속에서 잠수함이 표적 움직임을 분석하는 장치가 TMA(Target Motion Analysis)다. 레이더는 물 속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물 밖에서 전파를 이용하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대신 물 속에선 음파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능동 소나다. 물 속에서 소리를 보내면 표적의 반향음으로 표적의 방위와 거리를 알 수 있지만 위치가 노출된다. 때문에 능동 소나는 꼭 필요한 경우만 사용한다. 다만, 깊은 심도에서의 표적 정보는 전적으로 소나에 의존한다. 잠수함에는 움직이는 물체 소리를 듣는 여러 종류의 수동 소나가 있다. 소리가 점점 커지면 표적이 가깝다는 뜻이다. 개략적으로 잠수함에서 방위와 거리 측정은 7가지 수단으로, 침로와 속력은 5가지 수단으로 그 값을 산출한다고 한다. 표적운동 분석을 위해선 표적 정보 수집 센서가 좋고 이를 처리할 컴퓨터 처리 능력, 승조원들의 수동분석 숙련도가 모아져야 한다. 그래야 전투력 높은 잠수함이 된다.

 

* 잠수함의 리튬배터리 - 일본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잠수함을 이미 전략화시켰다. 우리를 비롯한 각국도 리튬 배터리 잠수함 탑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존의 납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75% 적고 부피는 45% 작다. 반면 수명은 3배나 길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는 NMC(니켈 망간 코발트 산화물) LFP(리튬 철 인산염)다. 중국에선 주로 LFP를 생산하며,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은 NMC를 사용한다. 현재까지 중대형 잠수함에 탑재된 리튬 배터리는 일본 잠수함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배터리의 문제는 폭발 위험성이다. 당장 리튬 배터리를 탑재해 세계 디젤 잠수함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에 설 것인가, 아니면 안전성을 좀더 확보한 뒤 천천히 뒤따를 것인가를 놓고 많은 나라들이 고민 중이다. 전고체 리튬 배터리 같은 더 고성능의 배터리가 상용화될 때 까지 기다리는 곳도 있다. 저자는 리튬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인 우리가 최고 성능의 리튬 배터리 탑재 디젤잠수함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 잠수함 드론 - 잠수함에 장착되는 드론에는 물 속에서 운용하는 AUV(Automatic Under Vehicle)와 공중에서 운용하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있다. 수상함에 비해 잠수함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실시간 영상 정보 확보와 적 전자파 교란 등의 장점이 많아 잠수함 개발자들은 잠수함 드론 탑재에 많은 투자를 한다. 드론을 잠수함에 적용하려면 어디에 탑재해 발사할 것인가부터 방수형으로 할 것인가 회수할 것인가, 어떤 신호로 처리할 것인가, 직접 잠수함에서 드론을 유도할 것인가 등 고려사항이 많다. 미 해군은 2023년까지 총 120개의 잠수함용 드론 ‘블랙윙’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최초의 전력화된 잠수함용 드론은 신호탄 발사기에서 발사가 가능한 직경 3인치의 소형 드론이다. 1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고 옵션에 따라 근거리 폭격도 가능하다고 한다.

 

* 잠수함 선체, 이중이냐 단일이냐 - 잠수함을 건조하는 대부분 나라는 단일선체를 선호한다. SSBN 같은 미국의 대형 잠수함도 단일선체다. 러시아가 이중선채 잠수함을 만드는 대표적인 나라다. 상대적으로 얇은 강판으로 선체를 경량화해 큰 잠수함을 만들어야 했다. 두꺼운 얼음을 깨고 북극해역에서의 작전을 펼쳐야 해 선체 손상 방지를 위해 이중선채가 불가피했다. 이중선체는 폭발 등 충격에 강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반면 선체 외부 크기에 비해 내부 공간이 협소하고 선체가 커 큰 동력이 필요한 게 단점이다. 소음이 커 적에게 발각될 위험도 크다. 용접 가공 등 수작업이 훨씬 더 필요해 건조비용이 더 드는 것도 단점이다. 요즘에는 선체의 한 부분만 이중선체인 잠수함도 개발되고 있다. 2000m까지 심해 잠항이 가능하도록 만든 러시아의 특수 목적 잠수함 ‘로샤릭’은 내부 압력선체가 여러 개 공을 붙여놓은 듯한 특이한 형태다.

 

* 수상함과 어뢰의 싸움 승자는? - 최신 수상함은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조용해졌다. 잠수함의 소나가 표적을 탐지해야 어뢰를 쏠 수 있는데 여의치 않다. 수상함의 속력도 무척 빨라졌다. 오늘날 대부분 군함은 30노트 이상으로 달린다. 수상함의 잠수함 탐지 센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적 어뢰의 접근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들 덕분이다. 어뢰 대응력도 발전했다. 어뢰가 표적을 찾지 못하도록 하는 재머(Jammer)와 어뢰를 아예 다른 쪽으로 유도하는 데키이(Decoy) 같은 기만기들이 발달했다. 그런데 잠수함은 더 조용해졌다. 잠수함 어뢰도 획기적으로 조용해졌다. 속도가 50노트 까지 가능해졌다. 수상함의 기동력이 좋아졌다지만 어뢰는 컴퓨터 로직 덕분에 더욱 진일보했다. 수상함의 표적 탐지 기술이 좋아진 만큼 잠수함과 어뢰의 센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어뢰의 항주 거리도 2차 대전때 10km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50km까지 증대되었다. 수상함이 어뢰 대항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지만 잠수함의 어뢰 또한 그 이상 진보하고 있어 여전히 수상함의 천적이 되고 있다.

 

* 천안함을 침몰시킨 ‘버블제트’ - 수중 무기에는 선박 아래에 부착하는 폭탄이나 수중지뢰라고 할 수 있는 기뢰, 그리고 수중 유도탄 같은 어뢰가 있다. 수중 폭발은 공기 중 폭발보다 훨씬 큰 충격을 준다. 미 해군 논문 등을 보면,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열이 물을 기화시켜 고압의 가스를 만든다. 그 가스가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버블제트가 되어 선체에 충격을 가한다. 물 속에 발생했다 사라진 가스의 공간은 기압이 낮아지는데, 버블 제트로 들어 올린 선체의 가운데가 기압이 낮아진 쪽으로 처지면서 배를 두 동강 낸다. 수중 폭발로 고압의 버블이 물속에 생기고 압력 차로 인해 버블이 위쪽으로 올라간다. 이것이 수면에 도착하면 붕괴되면서 높은 분사 에너지가 되어 물기둥이 하늘로 올라간다. 이게 버블제트다. 이 물줄기가 파괴된 배의 틈 사이로 올라가면서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2010년 천안함 사태도 북한의 어뢰에 따른 버블 제트가 원인이었다.

 

*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의 실체 - 북한은 여러 종류의 SLBM(핵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공개해 왔다. 실제 이 미사일을 탑재하고 발사 시험을 한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 1650~2000톤의 신포급(일명 고래급)이 유일하다. 가장 최근의 2021년 10월 19일 수중 발사 실험도 신포급 잠수함이었다. 저자는 북한이 SLBM을 개발하긴 했지만 이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판단한다. 원래 계획은 대형 SLBM 북극성 4형 또는 5형을 신형잠수함에서 발사하려 했으나 이 정도 미사일의 반발력을 버틸 수 있는 잠수함이 있다고 확신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저자는 또 북한이 SLBM을 실전에 배치한다면 시험 잠수함인 신포급 이외에 3000톤 급 이상의 잠수함을 새로 건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 그런 정도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저자는 북한이 신포급 외에 그 어떤 신형 SLBM을 탑재할 잠수함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 북한의 핵잠수함 탑재 능력 - 저자는 지금까지 신형 디젤추진 SLBM 탑재 잠수함도 못 만든 북한이 바로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021년 신년사에 밝힌 ‘핵잠수함’이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라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북한이 단기간에 SLBM 탐재 잠수함을 확보하려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하는 것이 더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은 선령이 26~48년 정도다. 북한이 신형 잠수함보다는 SLBM 발사용 개조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의 근거다. 이런 정도로는 북한이 하와이 앞까지 가서 미국 본토를 향해 SLBM을 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로미오급 잠수함 개조가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북한은 여러 개 잠수함에서 폭죽을 쏘듯이 쇼를 벌일 것이라고 저자는 관측한다. 

 

* “천안함은 북한의 폭침” - 천안함은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북한 잠수정에 의해 침몰했다. 정부도 북한 잠수함에 의한 도발로 공식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아직도 일부에선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충돌설, 좌초설 등을 주장한다. 타 잠수함과의 충돌, 이수라엘 잠수함 이야기, 한준호 준위가 가라앉은 잠수함 안에서 어뢰를 꺼내다 사망했다는 상의 상식 밖의 이야기도 난무한다. 경계에 실패한 작전이라며 천안함이 해군에 오점을 남겼다고 비방하는 예비역 해군도 있다. 저자는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틀림이 없다고 강조한다. 천안함 선체가 외부에서 내부로 휘어진 것을 외부 충격으로 보고 기뢰에 의한 폭발, 수중 물체와의 충돌, 좌초설 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저자는 기뢰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한다면 해당 수심에서 기뢰에 의한 폭침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 “왜 북한을 비난하지 않나” - 저자는 “들키지 않게 들어와 표시나지 않게 어뢰를 쏘고 은밀히 빠져나가도록 만들어진 것이 잠수함”이라며 천안함의 경계실패 책임을 감싸준다. 당시 천안함이라면 대잠 공격보다는 적의 유도탄 공격에 중점적으로 대비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변호한다. 침몰된 수상함 함장이 처벌받은 경우도 없었다고 말한다. 경계를 해도 잠수함의 어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원일 함장이 아니라 다른 장교였더라도 100% 같은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오히려 최 함장이 불의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패닉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잘 대응했다고 평가한다. 추가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했고 생존 전우들의 함장이 되어 트라우마에 빠진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고 했다. 저자는 천안함 사고가 적 잠수함 공격에 의해 불시에 일격을 당한 사고였다며, 그 울분을 천안함과 해군에 돌리지 말고 불법적이고 비겁한 공격을 한 북한 잠수함과 북한 정권에 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북극해를 둘러싼 미국-러시아 경쟁 - 2021년 3월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Umka-2021’이라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는  이례적으로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빙하를 뚫고 올라온 세 척의 러시아 잠수함 가운데 두 척의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사진이었다. 북극해로 진입하는 러시아 핵잠수함 추적을 주요 임무로 하는 미국으로선 당혹스런 일이었다. 러시아가 북극해에서 전략핵잠수함을 통해 핵미사일을 얼마든 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들 잠수함은 각 16기의 전략 핵미사일을 실을 수 있어 총 48기의 대형 핵미사일을 싣고 북극 빙하를 뚫고 올라온 셈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 덩치 큰 전략잠수함 세 척을 반경 300m 원 안에 부상시킴으로써 물 속에서도 정확하게 항해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의지만 있으면 순식간에 핵미사일을 쏠 수 있음을 과시한 ‘깜짝쇼’였다. 러시아의 도발로 북극해 지역의 통행권을 둘러싸고 더욱 첨예한 경쟁이 예상된다. 만일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한다면 미국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했다.

 

* 죽어서도 올라오지 못하는 승조원들 - 2017년에 침몰한 아르헨티나 산후안함의 승조원 44명은 지금도 잠수함과 함께 해저 907m 밑에 가라앉아 있다. 2021년에 침몰한 인도네시아 낭갈라함의 승조원과 편승자 53명도 같은 처지다.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조각난 선체를 인양하기엔 기술적으로나 경비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유해가 함부로 취급되기도 일쑤다. 2013년 10월에 말레이시아 해역에서 인양된 2차 대전 당시 네덜란드 침몰 잠수함 O-16의 선체 사진이 호주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 고철 상인이 임의로 인양한 이 잠수함에서 내부에 있던 숭조원 유해는 어떤 예도 갖추지 않고 훼손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침몰된 승조원의 유해에 예의를 갖추자는 운동이 전개되었다. 네덜란드 영국 폴란드 등 2차 대전 중 소실된 잠수함을 찾는 나라들은 국제해상법재판소(ITLOS)에 문제 제기를 통해 입법화 노력도 하고 있다.

 

* 6.25 때도 참전한 잠수함이 있었다 - 2차 대전 이후 군비 축소정책이 전개된 덕분에 수백 척이던 잠수함이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는 72척으로 급감했다. 6.25 발발과 동시에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기지를 둔 잠수함들을 참전케 했다. 11월 4일부터 종전 때까지 미국 잠수함은 31번의 작전을 수행했다. 소련 병력 침공에 대비한 정찰과 감시, 조기 경보 임무였다. 대만해협에서도 중국 병력 정찰 및 감시 작전을 수행했다. 저자는 미국 잠수함의 6.25 전쟁 참가 경험이 이후 냉전시대 잠수함의 정찰 및 초계 작전에 큰 교훈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우군 간 교전 방지대책이 수립되었고, 지휘소와의 통신체계가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기뢰회피 소나 장착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전체적으로 6.25 전쟁이 미국 잠수함 부대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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