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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발매 손열음 “우연의 연속, 운명인가 했죠!”

입력 2023-03-1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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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손열음(3) 사진-파이플랜즈 제공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앨범을 발매할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제공=파이플랜즈)

 

“지난 몇년 간 여러 레퍼토리를 새로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면서 살아 있는 느낌도 좋았지만 모차르트를 연주하니 집에 돌아온 느낌이 들었어요.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죠. 이번 기회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다 녹음해 볼까 했어요. 지금 해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모하게 도전했죠. 그렇게 녹음을 시작한 날이 1월 27일, 모차르트의 생일이기도 했어요. 운명인가 싶었죠.”

지난해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발매한 ‘슈만, 라이네케, 슈베르트’ 음반을 위해 통영음악당, 최진 음악감독을 섭외하면서 뜻하지 않게 찾아온 이틀의 추가시간에 녹음할 거리를 찾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기에 이르렀다.

“녹음 날짜는 다가오고 그때 할 수 있는 건 모차르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저에게 모차르트는 집 같고 모국어 같은 느낌이죠. 제 손과 마음의 중심에 늘 있는,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곡가이고 음악가예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두번 정도 5개의 소나타를 녹음했어요.” 

 

02. 음반 커버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앨범(사진제공=파이플랜즈)

그렇게 완성돼 프랑스 음반사 나이브에서 17일 인터내셔널 발매될 손열음의 9번째 솔로음반에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곡이 6개의 CD에 담겼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기자들을 만난 손열음은 “제가 어려서부터 생각하던 모차르트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며 “전곡을 해보니 한두곡을 표현할 때랑 느낌이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제일 다르게 받아들여진 건 모차르트가 다양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다양했나 싶었어요. 정말 만화경 같았죠. 모차르트가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작곡가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 것들을 피아노 소나타라는 장르에 많이 담아 놨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아니스트로서의 희열도 있었고 피아노 발전사의 초창기부터 추적해나가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했죠.”

그리곤 “평소 모차르트 음악을 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금방금방 바뀌지 신기하곤 했다. 잘 생각해 보면 바뀐다기 보다는 이미 내재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다”며 “슬픈 것 같다가 갑자기 기쁘고 경쾌한 것 같았다가 갑자기 깊은 얘기를 하고…단편적인 게 아닌 프리즘 같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보탰다. 

 

“연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순간 순간 바뀌는 게 편하고 잘 맞아요. 똑같은 프레이즈를 유지하는 음악보다 흥미롭다고 해야 하나…모차르트는 저를 놀래키는,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를 주는 음악가이자 음악이죠.” 

 

0314 손열음(4) 사진-파이플랜즈 제공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앨범을 발매할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제공=파이플랜즈)

이어 “이번 음반을 하면서 바람이 있다면 정해진 플롯에서 나오는 음악보다 좀더 즉흥음악처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모차르트 음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간들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반복 구간이 있는데 다 다르게 연주하기도 해요. 정해놓은 해석이라기 보다 즉흥성이 더 많이 발현되죠. 그렇게 제 연주지만 저까지 놀래킬 수 있는, 새로운 서프라이즈를 계속 발견하는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앨범 발매와 더불어 손열음은 5월 2~7일 서울, 원주, 서울, 통영 그리고 6월 21~25일 광주, 대구, 고양, 김해에서 두 차례 리사이틀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 그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연주하는 데 대해 “어려서부터 청중으로서 서울에서만 리사이틀이 열리는 것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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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리사이틀 포스터(사진제공=파이플랜즈)

“음향 좋은 곳을 고를 수밖에 없었어요. 모차르트는 음향이 받쳐주지 않은 공연장에서 연주하면 저도, 청중들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더불어 저에게 각별한 곳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통영은 이 앨범을 녹음한 곳이고 원주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처음 연주하고 자란 곳이죠. 대구, 김해, 고양 등은 그 동안 (연주를 하러) 갔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았었고 금호아트홀 광주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어려서부터 저에게 가장 많은 무대를 제공해주신 금호문화재단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선택하게 됐죠.”


손열음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에 이어 협주곡 전곡 연주에 대한 꿈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는 “피아노 소나타가 일기장 같기도 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여러 실험 과정들이 보이는 장르라면 협주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종교음악, 미사음악, 오페라 등이 완벽하게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시작했을 거예요. 얘기가 오가던 프로젝트가 있어서 2020년쯤 시작하려다 완벽하게 무산됐죠. 그래도 의도치 않게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을 하게 되면서 협주곡을 시작할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어 “협주곡은 한번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서른 초반에 만난 (2018년 음반 발매로 인연을 맺은 영화 ‘아마데우스’ 음악감독인) 네빌 마리너 경이 지금 시작하면 50세에 끝낼 수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10년 이상을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좋아해서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함께 하자 제안드리고 싶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너무 많아요. 한분이랑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녹음을) 할 수도 있고 여러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협주곡도 여러 오케스트라랑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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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앨범을 발매할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제공=파이플랜즈)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었던 손열음은 “더 이상 열심히 할 수는 없겠다, 최선을 다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놓게 됐다”며 “음악제를 통해 배운 것도, 경험한 것도 많지만 저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제가 그렇게 근성과 끈기가 있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물러터지고 열심히 하는 것도 잘 모르는, 별로인 사람인 줄 알았죠. 그런데 음악제를 하다 보니 욕심도 많이 생겨서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함께 하는 다른 분들게 폐를 끼치거나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부분에서는 잘한 것 같아요.”

이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저의 한계도 새롭게 발견한 것 같아서 새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사실 저는 기획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요즘 시대의 연주자라면 누구나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한 게 특별하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이 시대의 음악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뭔가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어요. 기회 닿을 때마다, 그때그때 열심히 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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