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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지옥편’ 태미 응우옌 “저마다 다른 지옥,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탐구”

[B코멘트] 태미 응우옌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지옥편' 展

입력 2023-03-27 18:00 | 신문게재 2023-03-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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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한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의 태미 응우옌(사진=허미선 기자)

 

“단테의 ‘신곡’은 믿음과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와 마찬가지로 요즘 청년들은 믿고 따르고자 하는 대상을 찾는 것 같아요. 세속적인 삶을 살면서도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거든요. 단테의 ‘신곡’에는 도덕적 갈등, 신념의 혼란, 편견 등이 존재하죠. 분명한 신념이나 교리가 있지만 가상의 경험을 통해 왜곡돼 버리고 말아요. 단테가 보여주는 도덕적 갈등, 신념의 혼란 등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란 무엇일까를 탐구해 보고 싶었죠.”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지옥편’(A Comedy for Mortals: Inferno, 5월 6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을 진행 중인 태미 응우옌(Tammy Nguyen)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 ‘신곡’(Divina Commedia)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탐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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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응우옌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 중 첫 번째 전시 ‘지옥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작가 단테가 1308년 쓰기 시작해 죽기 1년 전인 1320년에 완성한 대표작 ‘신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꾸리는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 중 첫 번째 전시다. 내년 리만머핀 런던에서 ‘연옥편’, 2025년 리만머핀 뉴욕에서 ‘천국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은 단테가 고대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나 사후세계인 지옥, 연옥을 경험하고 베아트리체의 인도로 천국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신화 속,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당시 기독교 신앙과 윤리 및 철학 등을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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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한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의 태미 응우옌(사진=허미선 기자)
“특정 문화, 사회, 이데올리기 등이 옳고 그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때 단테 전문가인 동료 교수가 현재 작업 중인 연구에 대한 얘기를 들었어요. 단테의 ‘신곡’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깊이가 있는 작품인 줄은 몰랐어요.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죠. 그러다 베르길리우스에 관련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작품들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을 통해 진리라고 여겼던 것들의 뒤틀림, 그 안에 내재된 모순과 불확실성 등을 표현하고 있다. 

단테를 9개의 지옥으로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를 “순례의 여정에 동반해준 안내자”로 설정한 태미 응우옌은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이라는 공간이 지구의 모습처럼 설명된다. 지옥이 바로 지상의 공간”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그의 작품에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거나 지구의 숲을 통과해 지옥에 들어갔다 아침에 지옥을 나오는가 하면 밤과 여명 그리고 위로 향하는 것들과 하강하는 것들, 단테의 고전 ‘신곡’과 최첨단 로켓, 우주선 등이 공존한다. 

보는 이에 따라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의 여정을 마치고 새로운 여명으로 향하고 있다고 느낄지도, 혹은 두 인물이 우주탐사를 완수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치밀한 의도라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손이 가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품들마다 색이나 기법 등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각 그림마다 다루고 있는 문제는 달라요. 그 문제를 다루면서 그때 그때 옳다고 생각되는 방식을 따를 뿐이죠. 특히 얼굴이 어떻게 아이콘이나 기호, 심볼처럼 활용되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인간의 머리에 전갈의 꼬리를 한 뱀의 얼굴이 화살표로 표현되는 게 그 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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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응우옌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 중 첫 번째 전시 ‘지옥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그의 그림에는 인간의 머리를 하고 있는 뱀을 비롯해 몸은 앞을 향하고 있지만 머리는 뒤를 보고 있는 괴물, 머리가 셋 달린 개, 늑대 등 ‘신곡’에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괴물들과 동물 그리고 미국의 성조기, 일본에서 미군이 발간했던 신문 ‘stars in stripes’ 지면과 헤드라인들, 나사의 위성사진들, 아이젠하워·존슨·케네디 前 미국 대통령, 라우스의 승전 기념비, 스탬핑 기법으로 표현된 지구본과 비행기, 80년대 말 베트남전쟁에 대한 만화책 등 다양한 생명체와 존재들, 다채로운 기법 등이 공존한다. 

이를 통해 태미 응우예은 개인의 도덕적 갈등과 신념의 혼란, 편견 등 윤리적 모호함은 전쟁, 우주경쟁 시기의 미국 지도부, 식민지 역사, 냉전시대, 폭력,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와 존재들, 다채로운 기법 등은 9개의 아티스트 북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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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응우옌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 중 첫 번째 전시 ‘지옥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 아티스트북에 대해 태미 응우옌은 “관람객들이 펼쳐보면서 다양하게 해석도 하고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페이지를 달리 해서 어떻게 연동되고 해석될지 자유롭게 읽고 느끼시릴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중간중간 단테 ‘신곡’ 속 시가 있는데 활자 하나 하나를 선택해 인쇄했다”며 “그 과정에서 몇 글자를 빼기도 하는데 그럼으로서 단테의 시가 저만의 시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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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한 ‘필멸의 존재를 위한 희극’ 3부작의 태미 응우옌(사진=허미선 기자)

 

“저는 9번째 지옥에서의 형벌이 최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지옥, 최악의 형벌은 달라지지 않나 싶거든요. 선과 악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기 보다는 저마다의 윤리적 잣대, 신념, 종교에 대한 충성도 등을 바탕으로 다른 지옥에 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음 쇼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출발점은 지금 작품과는 매우 다를 거예요. 현재는 화석에 대해서 열심히 탐구 중이죠.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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