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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처럼, 음악 사파리로 모험 떠나는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 보다 대중적이고 다채롭게!

입력 2023-11-21 18:00 | 신문게재 2023-11-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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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 서울시향 기자간담회20_ⓒseoulphil
서울시립교향악단의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과의 동행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에요. 마치 사랑을 시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음악적 사파리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 5년 임기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함께 할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은 20일 한국 입국과 동시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는 그 동안 다양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출신 뮤지션들과 오래 작업을 해왔는데요. 이렇게 한국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과 함깨 작업을 하게 돼 기쁘고 앞으로 5년 간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피아노_임윤찬3_ⓒLisa-Marie Mazzucco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서울시향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황제’를 협연할 피이나스트 임윤찬ⓒLisa-Marie Mazzucco(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파란을 일으킨 임윤찬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 말러 ‘교향곡 5번-거인’, 바그너의 ‘발퀴레’ 1막,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레닌그라드’, 손열음과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4번’,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영웅’….

마에스트로 얍 판 츠베덴을 음악감독으로 맞는 서울시향의 행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작정한 듯한 프로그래밍”이라는 한 클래식 관계자의 평처럼 지극히 대중적이며 다채롭다.

서울시향의 손은경 대표이사는 “2024년이 츠베덴 음악감독님의 취임 첫해이니 클래식 주요 레퍼토리들을 한번 경험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메인 교향곡과 협주곡들로 구성했다”며 “저희 출연진들이 잘 알려진 분들이신데 내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다채롭게 꾸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의 설명처럼 임윤찬,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 등 한국의 스타 연주자들 뿐 아니라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Vasily Petrenko),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Jukka Pekka Saraste),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자 내년 4월부터 동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필하모닉를 지휘할 김은선 등이 서울시향과 함께 한다. 

 

더불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Christian Tetzlaff),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 레이 첸(Ray Chen, 陳銳),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Stephen Hough) 등도 새로운 여정의 동반자들이다.

 

츠베덴 감독은 “임윤찬은 이미 대스타로 현재보다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스타를 우리가 당연히 인정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취임 연주회에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취임연주회에서 연주할 말러의 ‘교향곡 1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이라며 “뉴욕 필하모닉 등과의 첫 무대를 함께 했던 곡”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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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손은경 대표이사(왼쪽)와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이 교향곡이 저와 함께 성장했고 저 역시 이 교향곡으로 성장했죠. ‘교향곡 1번’은 말러의 수많은 교향곡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에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역사, 감정 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발표한 모든 교향곡들의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아주 중요한 작품이죠. 말러가 어떤 사람인지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교향곡이기도 해요.”

이를 시작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레코딩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는 서울시향의 이후 행보에 대해 츠베덴 감독은 “이후 연주할 것이 바그너의 ‘발퀴레’ 1막이다. 이 곡을 전혀 다른 작품인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과 함께 연주한다”고 덧붙였다.

“아주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카멜레온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그너를 연주했다가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스트라빈스키를 연주하다가 말러나 현대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고 마음껏 핸들링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4년 시즌 프로그램들은 그런 목표를 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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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의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뉴욕 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 음악감독이자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etherlands Radio Philharmonic) 명예수석 지휘자, 네덜란드 라디오 챔버 필하모닉(Netherlands Radio Chamber Philharmonic) 명예 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향후 서울시향과의 5년 계획을 ‘콜라보레이션’ ‘해외진출’ ‘신진 음악가 발굴’ ‘레코딩’ 네 가지로 요약했다.


“서울은 단순한 음악 도시일 뿐 아니라 예술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오페라단, 젊은 지휘자, 다양한 음악학교, 재능있는 음악가들 등 서울에 있는 모든 예술단체 및 예술가들과 작업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서울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여러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더욱 강화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죠.”

츠베덴 감독의 전언처럼 “국제적인 사운드와 명성을 가진 악단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순회 연주를 계획하고 있는” 서울시향은 내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은 유럽 투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츠베덴 감독은 “서울시향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것과 더불어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것의 저희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음악가들 뿐 아니라 신진 지휘자들 양성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신진 지휘자들에게 더욱 훌륭한 음악 DNA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재능있는 한국 지휘자들과 서울시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제 몫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은 “한국의 여러 음악원, 음악가학교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동시에 오디션을 진행한다.” 츠베덴 감독은 “오디션으로 선발된 지휘자들은 저와 서울시향의 리허설에 참여하고 직접 지휘할 기회도 주는 방식을 생각 중”이라며 “2024년은 제 첫 임기이고 이미 함께 할 다양한 지휘자들, 솔로이스트들이 정해져 있어서 당장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2025년부터는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곤 “네 번째 목표는 레코딩”이라며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 녹음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매 시즌 다양한 오페라 하우스와 협업해 오페라 연주를 하고 싶다. 오케스트라에게 오페라 연주는 보다 많은 유연성을 가져다 줄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한국 작곡가들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신진 작곡가들을 위촉할 계획”을 귀띔하기도 했다.

서울시향 기자간담회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손은경 대표이사(왼쪽)와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 작곡가를 만나 작곡을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도, 전문 작곡가도 아니라며 조금 주저하셨지만 긍정적인 의견을 주셨습니다. 지난해 저는 뉴욕 필에서 19건의 세계 초연 연주를 했습니다. 이처럼 보다 많은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고 싶습니다. 2025년부터는 좀더 본격적으로 위촉한 곡들을 관객들께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gebouw Orchestra), 베를린 필하모니(Berliner Philharmoniker), 빈 필하모니(Wiener Philharmoniker) 등 최근 한국에 전세계의 훌륭한 오케스트라들이 방문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히 훌륭하고 많은 영감을 주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서울시향 역시 전세계의 그 어떤 오케스트라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서울시향이 충분히 입증해줬고 이제는 세계시장에 그 퀄리티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를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다. 그 퀄리티는 아주 가끔이 아니라 모든 연주에서 최상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가 함께 걸어야할 여정이고 우리가 원하는 훌륭한 퀄리티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훈련 함께 즐겁게 음악할 마음가짐이 필요하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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