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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지구를 어슬렁거리는, 그래서 행복한 김창완 ‘나는 지구인이다’

입력 2023-11-25 11:30 | 신문게재 2023-1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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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

 

“우리가 지구인으로서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거기를 걷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이걸 전하고 싶었어요.”

‘문’(門) 이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가수 김창완은 23일 서울 마포구 소재의 공연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1977년 동생 김창훈·김창익과 그룹 산울림을 결성해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쟁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등을 히트시키며 지금까지 가수로, 연기자로, DJ로 활동 중이다. 

 

김창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지구인이다’를 불렀어요. 슬퍼서라기보다는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쩌면 벅차기도 했어요. 너무나 그냥 일상이 돼 버린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뒤집어 보면 진짜 기적 같은 나날들 아니겠어요. 그런 것들에 화들짝 깨어났다고 할까요. 이제는 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음이 절로 먹먹해져요. 그것이 상당히 기쁜, 벅찬 그런 감정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앨범 수록곡인 ‘식어버린 차’ ‘시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Piano Sonata No.14 ‘Moonlight’)을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 쓰려고 만들어둔 ‘이쁜 게 좋아요’ 등을 선보인 그는 “가수 생활을 꽤 오래 하면서 너무 동어 반복하는 거 아닌가, 또 세상 내가 만든 말을 내가 같이 사는 거 아닌가 이런 반성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생각했는데 방법이 뭐 있나요. K팝 열풍이다 해도 세상은 험하잖아요. 환경 문제, 전쟁 등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소식이 참 잔인하더라고요. 그런 환경에 무력감을 느끼고 죄책감도 들고 형편없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새벽 문득 ‘나는 지구인이다’ ‘나는 여기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자라났다’ ‘여기서 어슬렁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네 마디를 되뇌다 만들어진 곡이 ‘나는 지구인이다’죠.”

‘하나 뿐인 지구에서 단 한번뿐인 삶에 대한 찬가’라고 표현한 ‘나는 지구인이다’를 비롯한 수록곡들은 1983년 10월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으로 40여년 간 그의 ‘일상’ 속에 켜켜이 쌓이고 깊숙이 스민 삶의 철학이 담겼다.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아요. 고등어를 가사에 넣고 클래식의 ‘클’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연주해본다든지…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만큼 용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월광 소나타’를 알고 여러 가지로 익었음에도 늘 초조해요.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가 ‘이쁜 게 좋아요’ 정도죠.”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하나는 짧은 녹음시간이다. 시간이 곧 비용이었던 40년 전 “7시간만에 마스터를 끝낸 것처럼 이번 앨범 역시 5시간 만에 작업을 마무리 했다.” 오래도록 끊임없이 노래하고 연기를 하고 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로 매일 아침을 책임질 수 있는 힘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 “그 일상을 지키는 것”이다.

김창완 나는 지구인이다_앨범 커버 이미지
김창완의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커버(사진제공=뮤직버스)

“하는 일들이 거의 하루하루가 똑같아요. 사실 저도 매일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라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던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때만 해도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 생각했어요. 뭘 더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제가 가진 것을 지키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이 저에게는 진짜 큰 기둥이에요. 그래서 아마 저의 일상을 지켜주는 그것이 저의 힘인 것 같아요.”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커버 역시 ‘지속적인 그리움’이라는 그의 작품으로 관조적이면서도 세심하고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그리움을 표정으로 나타내기보다는 그리움의 그 긴 시간을 얼굴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웬만해서는 안 틀려야지,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어요. 이제는 안그래로 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실 음악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음악이 사라져서 너무 좋아요. 오늘 부른 노래도 다 없어졌잖아요. 이것처럼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명징한 아름다움을 담은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은 CD는 물론 LP 그리고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을 탑재한 카드로 발매돼 신구 세대를 아우른다. 그는 “왜 그렇게 젊은이들이 좋은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김창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

 

“저만 해도 어릴 때부터 자유를 외치면서 커왔음에도 얼마나 갇혀 있는 사람인가를 제 스스로 너무 잘 알아요. 얼마나 고집스럽고 폐쇄적인지를 누구보다 제가 잘 아는데 그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시야도 넓고 컴퓨터도 잘 만지고…그 젊은 세대가 정말 고마워요.”

이어 “당신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앞으로 미래가 열려 있다고, 앞선 세대의 얄팍한 경험에 비춰 감히 조언하려 들지 않겠다고, 헷갈리게 하는 나를 너희가 용서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선대들이 쌓아온 게 너무 많아요. 진짜 위대한 사람들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위대함을 다 묻어도 돼요.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면, 또 앞으로 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버려도 되는 게 너무 많죠. 소통은 잘 안되고 서로를 잘 모르지만 어른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젊은이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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