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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뮤지컬 ‘렌트’ 연출을 꿈꾸는 엔젤 김호영 “오늘도 호이스럽게! No Day But Today!”

[人더컬처]

입력 2023-12-11 19:00 | 신문게재 2023-12-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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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

 

“지인분들이 너무도 감사하게 늘 그래요. ‘너처럼 사는 사람은 없다’고. 데뷔 때부터 제 별명이 ‘호이’예요. 대학생 때 친구가 지어준 별명인데 저를 표현하는 그 말이 브랜드가 돼서 ‘호이스럽다’는 단어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스페인어로 ‘오늘’이라는 단어가 ‘호이’(Hoy)더라고요. 마치 ‘렌트’의 엔젤을 대비라도 한 것 마냥. 가수가 노래 제목 따라 간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제 애칭따라 실제로도 오늘을 되게 충실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

김호영의 설명처럼 그는 뮤지컬 ‘렌트’(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의 주제인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2002 뮤지컬 렌트 공연사진 (1)
2002년 당시 뮤지컬 ‘렌트’ 엔젤로 데뷔한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

“첫 상대역이 ‘렌트’ 콜린 역의 성기윤 선배였어요. 그 선배가 말씀해주시기를 저를 만나면서 굉장한 문화충격을 받았고 삶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대요. 좀 닫혀 있었는데 저를 만나면서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라고. 그러면서 ‘너한테는 어떤 사람도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호이마법이 있다’고 하셨죠.”

 

그 ‘호이마법’은 김호영이 표현하는 엔젤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호영은 “사람 마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엔젤”이라며 “(사랑하는) 콜린 뿐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은 로저, 오늘을 굉장히 뜨겁게 살고 살려고 하지만 서툰 미미, 항상 카메라 뒤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마크 등 누구든 편안하게 해 주기도 하는 그런 엔젤”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무대 위에서 뿐 아니라 연습실에서도 그래요. 욕쟁이 할머니 콘셉트로 분위기를 좀 풀곤 했어요. 연습실부터 저는 엔젤의 치마, 가발 등을 갖춰요. (조)권이 것도 함께 준비하죠. 조금은 편안하고 재밌게 해주려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요.”

그렇게 무대에서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엔젤’로서의 애티튜드를 유지하는 김호영은 콜린 역의 윤형렬, 임정모의 오미자 물까지 준비하며 “엔젤과 콜린으로서의 무드를 형성한다.”

“엔젤이나 콜린처럼 작품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인물들일수록 연습할 때부터 뭔가 끈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업(?)을 많이 치는 편이에요. 윤형렬 배우는 알고 지낸 지 오래 됐음에도 같이하는 작품은 이번 ‘렌트’가 처음이에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곤 했지만 연습실부터 말을 놓으며 분위기를 풀어갔죠. 단순히 여장을 하고 스킨십을 하고 눈빛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동화였으면 했거든요.”


◇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호이스럽게’

[2023뮤지컬렌트] 김호영 배우 사진 (1)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

 

“오래 전부터 (안톤 체홉의) ‘갈매기’의 ‘꼬스자’(유명배우 이리나의 작가지망생 아들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 뜨레플레프)를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아무도 캐스팅해주지 않으면 제가 제작하면 되죠. 만약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홈쇼핑을 열심히 해서 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지 뭐 그렇게 생각해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지금 제가 당장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되겠다 싶어요.”

남다른 에너지로 ‘끌어 올려’ 등 유행어를 확산시키며 무대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홈쇼핑 등에서도 남다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그는 “꿈은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역할이 있지만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방송활동, ‘홈쇼핑 완판’ ‘렌트’ 등 지금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그는 무대에서도 그렇다.
 

뮤지컬 렌트
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

“지금 엔젤을 하면서도 어떤 음이나 장면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엄청 혼자 자책을 해요. 뭐가 문제인지 고민도 하고 개선하려고 노력도 하고. 혼자서 끙끙 거리고 있는데 한 배우가 ‘오빠 됐어요. 오빠는 지금이 장르인데 뭐’ 이러면서 지나가는데 너무 용기가 나는 거예요.”  

 

이어 김호영은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지금까지 해온 걸 기반으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김호영은 그렇게 ‘오늘’을 중시한다. 그런 그의 ‘오늘’ 중 하나인 ‘렌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을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에 빗대 현대화한 작품이다.

작사·작곡가이자 극작가이며 배우기도 했던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자전적 이야기로 로저(장지후·백형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마크(배두훈·정원영), 미미(김환희·이지연), 엔젤(김호영·조권), 콜린(임정모·윤형렬), 모린(전나영·김수연), 조앤(정다희·배수정), 베니(구준모) 등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을 모티프로 극화한 작품이다.

그 시절 일상처럼 존재했지만 그 언급조차 금기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노숙 등의 이야기가 알앤비(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들과 어우러지는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마지막 엔젤 “틀에 갇히지 않도록!”

 

[2023뮤지컬렌트] 김호영 배우 사진 (1)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

 

사실 저로서는 2020년 한국 20주년 기념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혼자 생각했어요. 역대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던 홈커밍데이에서 아주 기이한 경험을 했거든요. 배우로서 저만의 역사가 파도처럼 덮쳐 오면서 ‘20주년의 엔젤이 나의 마지막이겠구나’ 했죠.”

2002년 ‘렌트’ 엔젤로 데뷔해 21년차가 된 지금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호영은 2023년의 ‘렌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번이 엔젤로는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다.   

 

뮤지컬 렌트
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의 표현처럼 “누구랑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2020년 당시 혼자서 마지막 엔젤이라고 되뇐 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도, 나이 등 외양의 문제도 아니었다. 문득 익숙해지고 노련해진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이 잦아져서였다.

 

“예전의 어떤 추억이 자꾸 소환되는 거예요. 어떤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어떤 에너지가 퍼져야 한다는, 저만의 수치가 생겼달까요. 저만의 경험치로 만들어낸 수치니 그게 맞는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렇게 “새로운 배우들, 새로운 창작진, 새로운 프로덕션의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야하는데 저 스스로 뿐 아니라 새로 함께 하는 배우들까지 틀에 갇히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지면서 그는 2023년의 ‘렌트’가 엔젤로서는 진짜 마지막임을 공표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엔젤이 갖고 있는 상징성, 그 사랑스러움을 너무 연륜과 노련미로만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었죠. 뉴진스 무대에 이효리가 함께 하면 충분히 좋지만 뭔가 다른, 그런 느낌이요.”

이어 “이번에 조권 씨랑 더블캐스팅이 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부여잡고 있기 보다는 이런 친구가 더 잘 하게끔 해주는 것도 선배로서의 미덕이 아닐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2020년 20주년 때 이미 마지막이라고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갑자기 또 하라고 하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이미 여러 번 했으니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들 하지만 ‘렌트’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

 

뮤지컬 렌트
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

  

김호영은 “이 작품은 주요 배우들 뿐 아니라 앙상블들, 그들과의 호흡이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며 “1막에서 앙상블들이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해줘야만 폭발하는 케미스트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가 ‘렌트’로 데뷔했을 때 선배들과 했던 얘기도, 보고 배운 것도 그거였어요. 워낙 약속도 많고 맞춰야 할 것도 많지만 그것들을 넘어선, 연습과정 내내 함께 하면서 생긴 끈끈함과 눈빛만 봐도 서로를 채워 줄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한 작품이죠. 그래서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으로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용납이 안될 것 같았어요.”  

 

[2023뮤지컬렌트] 김호영 배우 사진 (1)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의 표현을 빌자면 “다행히도 연습할 시간들이 생겨줘서 다시 할 마음을 먹었다”는 김호영은 자타공인 “연습 출석률이 제일 좋은 출연진”이기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한회 한회가 진짜 귀하게 느껴져요. ‘렌트’의 메시지처럼 ‘오늘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뮤지컬 배우 김호영 “지금 잘 하는 걸 하며 내실을 다질 때!”

 

 “최근 알게 된 분들 중에는 ‘렌트’라는 작품, 뮤지컬이라는 걸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렌트’가 처음 보는 뮤지컬인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께는 제가 사전교육을 시켜요. 넷플릭스에서 유료지만 ‘틱틱붐’을 보라고 하고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라는 개념도 설명해주고 유튜브의 ‘렌트’ 관련 영상 등도 찾아보게 하고…여러 가지 순환이 되는 것도 같아요.”


그는 예능, 홈쇼핑 등 어느 활동영역에서든 스스로를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한다. 그는 “그런 제가 뮤지컬 필드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내년에도 두 작품 출연을 확정지었고 한 작품은 조율 중”이라고 귀띔했다.

“저 역시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고 싶어요. 비중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가진 이미지,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어도 좋아요. 다만 극 흐름 상 굳이 필요한 인물이 아닌데 이슈성으로 등장하는 그런 출연은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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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어디서는 장점이 되는 부분이 또 다른 영역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해 온 것보다 해야 할 영역이이나 역할, 이미지가 더 많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모습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쓰면서 내실을 다질 때”라고 부연했다.

“제가 가진 에너지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냥 분출만 아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 참고 정제시키고 순화시키는 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능에서는 본인 뿐 아니라 전국민의 기운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하이텐션 에너지의 소유자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분자분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에너지를 잘 다룰 줄 아는 그런 배우요.”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믿음을 보내는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그에겐 “엔젤 같은 존재들이 되게 많다.” 

 

[2023뮤지컬렌트] 김호영 배우 사진 (1)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

“데뷔작인 ‘렌트’를 함께 했던 선배들이 아직까지도 제가 뭘 하든 응원해주세요. ‘렌트’로 함께 데뷔한, 당시 19살이던 정선아 배우도 어느덧 제 위치에서 잘 자리를 잡았어요. 서로가 무엇을 하든 든든한 지원군이죠. (정)선아씨는 좋은 말을 참 많이 해줘요. 그 칭찬이 사람들한테 얼마나 좋은지 선아 동생한테 또 많이 배워요.”


 

◇혼자서 꾸는 꿈 “스태프로 돌아오고 싶은 큰 그림”

“이건 (‘렌트’ 제작사) 신시컴퍼니조차 모르는 저의 방대한 꿈인데요. 다음 시즌 ‘렌트’의 연출로 돌아오고 싶어요. 2020년 처음으로 외국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랑 같이 작업을 했는데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어요. 외국 연출자와 한국 연출자가 어떻게 협력을 하는지를 배우기도 했지만 그 역시 엔젤 출신이거든요.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어가 대단히 잘 통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게 뭔지를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더불어 “저 자체가 가진 기질 중 하나가 배우, 플레이어로서만 작품에 접근하기 보다는 이 작품 안에서 내가 맡은 바가 무엇인지 살피면서 연출적인 마음으로 전체를 보려고 한다”며 “온전히 엔젤이 아니라 슈퍼바이저처럼 위에서 관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앤디를 보면서 통역을 거치지 않고 배우들에게 인물, 극 등의 내면, 연기적 표현 등을 잘 얘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이 작품에 대해 많이 알아서도, 잘해서도 아니에요. 그냥 아는 거죠. 새로운 창작뮤지컬을 단독으로 연출하라고 하면 자신없어요. 하지만 ‘렌트’에서라면 배우들과 연출, 안무, 음악감독, 제작사 신시컴퍼니 등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꼭 연출이 아니어도 돼요. 드라마트루그(Dramaturg)나 액션 코치 등 스태프로 ‘렌트’에 다시 한번 복귀하면 좋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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