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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감정의 격돌, 외면당한 진실, 기이한 비극, 어쩌면 지금 우리의 민낯! 연극 ‘절대영도’

입력 2024-01-17 17:00 | 신문게재 2024-01-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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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영도
연극 ‘절대영도’ 최종혁 역의 윤상호(사진제공=극단 동숭무대, 극적공동체 창작심)

 

더 이상 떨어질 데라곤 없는 절망의 끝은 있을까. 교도소에 수감된 남자가 있다. 최종혁(윤상호), 그는 제자 강세경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됐지만 “자신의 행동이 정당해 항소했다.” 이를 주장하기 위한 그의 발언과 반응은 점점 기이해만 진다.

그런 그에 피해자의 엄마는 분노한다. 조유정(최지은)은 딸을 종혁의 체벌로 잃었다. 종혁에게 수시로 면회를 가 사과를 요구하지만 그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분노는 극에 달하고 급기야 광기와 집착으로 이어진다.  

 

연극 절대영도
연극 ‘절대영도’ 문성규 역의 서준호(왼쪽)와 조유정 역의 최지은(사진제공=극단 동숭무대, 극적공동체 창작심)

 

유정의 남편인 문성규(서준호)는 피해자의 새아버지다. 의붓딸 살해사건이 가정과 직장에 영향을 미치자 이사를 가자 설득하지만 범인 종혁에 대한 아내의 집착이 광기로 치달으면서 심리적 압박은 점점 깊어진다.

‘루쓰64’ ‘겨울꽃’ ‘만세는 부르지 않겠다’ ‘가석방’ ‘고르곤’ 등의 일본 극작가이자 연출가 가네시타 다쓰오(鐘下 辰男)을 무대에 올린 ‘절대영도’(1월 30~2월 8일 동숭무대 소극장)가 재연된다.

교사의 체벌로 사망한 여고생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받아 교도소 면회실과 집이라는 폐쇄공간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2020년 초연에 이은 두 번째 시즌으로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극한의 온도, 오재균 연출의 표현처럼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우주에서 가장 낮은 온도 절대영도(-273.15°c)”로 치닫는다. 이 온도에 이르러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된 세 사람의 이야기다.  

 

절대영도
연극 ‘절대영도’ 오재균 연출(사진제공=극단 동숭무대, 극적공동체 창작심)

 

본질은 실종되고 분노와 슬픔, 맹목적 신념과 광기, 비틀린 욕망 등 저마다의 극한 감정만이 부딪히는 고통과 비극에 내몰린 이들을 통해 작품은 인간 본연의 모습과 정의의 정의를 가늠한다.

‘절대영도’ 속 인물들이 진실은 외면한 채 자아내는 기이한 비극은 교사에 갑질하는 학부모, 그로 인해 땅에 떨어진 교권과 안타까운 죽음들, 여전한 학대로 처참하게 스러져가는 아이들, 잡음이 들리지 않도록 교사들을 종용하며 책임을 미루는 학교당국, 반짝 관심을 보이는 대중들과 이에 편승하려는 정치세력 등 지독한 현실을 담고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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