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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시대를 앞서간 이름을 받고, 평생 연기를 하고 있는 이 배우!

영화 '데드맨'에서 마성의 정치컨설던트 역할 맡아
"예전같으면 남성에게 갔을 법한 캐릭터 들어와 즐기며 연기"
"이름값? 기쁠 '희'에 사랑'애'로 지어주긴 엄마께 감사하다"

입력 2024-02-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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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영화 ‘윤희에게’, ‘허스토리’ 등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변신을 시도해 왔던 김희애. (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죽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중국 어딘가의 사설 감옥. 여기에 보내진 사람들은 지문은 지져지고, 반 시체 상태로 관에 담겨 옮겨진다. 사회적으로는 이미 죽은 존재인 그들은 짐승이나 다름없다. 주황색 죄수복이 때타고 낡아 검은색에 가까운 그 곳에 흰색 코트를 입고 화려한 모습의 심여사(김희애)가 등장한다. 정치계를 설계하는 타고난 지략가로 다들 죽은 줄 알았던 이만재(조진웅)를 끝까지 찾아내 1000억 원의 정치자금이 사라진 사실을 알려준다.

“예전의 영화계라면 당연히 심여사가 남자로 나왔겠죠? 봉준호 감독님이 ‘이 역할에 떠오르는 여배우가 없다’고 했을 정도라는군요. 그만큼 욕심나고 기존의 이미지를 모두 지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그 장면에서 지옥에서 살려주는 천사의 이미지를 떠올려 일부러 화이트룩을 고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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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과의 호흡에 대해 그는 “인간적이고 귀여운 둘째아들 같은 곰돌이 매력이 있다”면서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했다. (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다.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로 김희애가 모두가 탐내는 정치 컨설턴트 역할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가르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본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는 “노련하고 뭔가 구력이 느껴지는 인물로 비춰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극중 심여사의 카리스마는 남성위주의 정치권에서 보여진 여성 캐릭터의 진부함을 상당부분 벗어난다. 우아하지만 힘 있고, 지적이면서 동시에 적당히 세속적이다. “야동과 세계적인 문학의 차이를 아시냐?”며 정권 실세에게 훈계하는 신은 ‘데드맨’속에서 내내 질주하는 조진웅과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조진웅이 밭을 경작하는 소라면, 김희애는 농부인척 하면서 사실은 그 땅의 주인이기도 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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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괴물‘(2006)의 공동각본을 맡았던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인 ‘데드맨‘은 ’이름값과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해당 세계를 약 5년 동안 취재하며 사실감을 살렸다는 후문이다.(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이름값이 의미는 제 직업과 맞물려서가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거라고 봐요. 공기처럼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제 이름은 기쁠 ‘희’에 사랑 ‘애’가 들어가요. 엄마가 지어주셨는데 제가 태어날 당시만 해도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있어서 딸 이름이 너무 화려하다고 한 마디 들으셨다고 하는데 지금 보면 운명적으로 너무 잘 지은 이름 아닌가요?(웃음)”

‘데드맨’은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직후 들어온 시나리오였다. 기품있지만 남성성을 기죽이는 특유의 외적인 변신이 필요했기에 컬러 렌즈를 착용하고 다채로운 의상을 입으며 심여사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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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작 ‘퀸메이커’와 비슷하다는 지적에 김희애는 “애시당초 컨설턴트로서 큰 파워를 갖고 있는 여자라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작이 재벌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복수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면 ‘데드맨’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분장과 미술팀의 아이디어가 워낙 훌륭했죠. 처음엔 어색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1부터 10까지가 있다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10을 다 내려놓고 버릴 수 있다는 행복감이 느껴지는 현장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제 역할이 혼자 도드라졌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작품이라 ‘데드맨’속 앙상블에 무척 만족해요.”

김희애가 연기한 심여사는 사실 어엿한 이름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밝혀지지만 심은조라는 인물은 영화의 막바지에 어떻게 정치판에 뛰어들었는지 과하지 서사를 더해 완성도를 더한다. “솔직히 연기할때는 좋은 사람이라고 다가가지 않았지만 그 신을 통해 첫 시작은 선한 마음일거란 여지를 남겨주는게 좋더라”며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미간의 주름을 가리기 보다 세월의 우아함에 집중한 김희애의 연기톤은 ‘데드맨’의 단점을 가릴 정도다. 

“도리어 20대에는 빨리 연기를 그만 두고 싶었어요. 운이 좋기도 했고 세월이 흐를수록 ‘연기 안 하면 뭐하겠어?’란 생각이 드는거예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오는게 세월이잖아요. 갱년기요? 저에게도 왔고 처음에는 슬프고 혼란스러웠죠. 하지만 먹는다는건 충분히 훌륭하고 멋진 일이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실패도 과정인거란걸 지금은 아니까요. 멈추지만 않으면 된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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