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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민준호 대표 “친구들과 재밌는 일을 기다리는 창작 놀이터, 여전히 진화 중!”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4-02-23 18:30 | 신문게재 2024-02-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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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호연출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영화와 OTT는 물론 예능까지 접수한 진선규. 지난 18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딛고 동물학자로 성장한 ‘템플’에서 빠져나온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출신 배우 김세정.

뮤지컬 ‘일 테노레’(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월 29~5월 19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3월 10일까지 국립정동극장) 등 무대를 비롯해 ‘서른, 아홉’ ‘사랑한다고 말해줘’ ‘D.P.’ 시리즈 등의 김지현.  

 

거울공주평강이야기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출발점인 신체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최근 이슈몰이 중인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 ‘마우스’ ‘키마이라’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의 이희준. 최근 화제의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오의식.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이시언. 김남주·차은우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시청자들을 만날 채비 중인 임세미.

이 적지 않은 배우들의 공통점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다. 배우들 뿐 아니라 김설진, 심새인 등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들도 ‘간다’의 친구들이다.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들이 신체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공연하면서 만들어지고 2004년 제작사를 설립한 간다가 꼭 20주년을 맞았다.


◇그냥 흘러가는 날들의 놀이터 “또 열심히 즐겁게!”

민준호연출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그냥 뭐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왔구나, 또 열심히 즐겁게 고생하자 하는 거죠.”

그 20주년을 민준호 대표는 “늘 그런 날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간다의 시작부터 함께 한 대표이자 작가이며 연출이다.

간다의 출발점으로 ‘거평이’라는 애칭이 붙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비롯해 ‘템플’ ‘어린왕자’ ‘그때도 오늘’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간다의 대표작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저희는 늘 얘기하거든요. 언제든 망해도 좋으니 즐겁게 놀이터로 사용하다가 가자고. 그런데 20주년이네요. 오래했던 친구들도 그렇고 새로 하는 친구들도 부담없이 재미있는 과정을 가진 공연을 만드는 집단이고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20년이 된 것 같아요.”

그 20년 간 꽤 이름을 알리며 성장한 배우들은 여전히 ‘간다’ 작품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바쁜 일정 중에도 “창작 초연을 하자”고 성화다. 더불어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거나 사담을 늘어놓기도 하는 연기 스터디 그룹을 함께 하며 자신들은 물론 주변에서 연기 혹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김세정은 뮤지컬 ‘레드북’을 함께 했던 홍우진이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간다’의 스터디 그룹에 합류했고 이시언은 ‘완벽한 타인’의 연출과 배우로 만나 함께 하게 된 배우다. ‘미아 파밀리아’ 등의 문경초는 다수의 간다 친구들이 추천한 배우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가 에딘버러 페스티벌 참가를 준비하며 진행한 오디션에서 야생 소년으로 낙점되기도 했다.

템플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템플’에 출연했던 김세정(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한번 연을 맺은 이들은 연기 스터디그룹을 꾸준히 함께 하며 공연에 출연하기도 한다. 1년 전 ‘템플’을 관람했던 김세정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더니 20주년 간다 퍼레이드의 첫 작품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새로 합류하는 친구들까지도 단단하게 엮일 수 있는 데 대해 민 대표는 “저희는 연출과 배우로만 관계가 끝난 적이 없다”며 “다들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저도 사실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친구들, 그들 간의 우정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모여서 작업하는 방식이나 그런 것들이 나이는 달라도 다 친구였거든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분위기가 ‘놀이터’라는 개념밖에 없어요.”


◇모두가 솔선수범 “창작을 위한 고생은 기꺼이!”

민준호연출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꼭 유지해야 한다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작품을 내놔야 한다는 강박도 없어요. 대신 유일한 강박이 있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혹은 남들이 안한 걸 하자는 강박은 있죠. 한국 공연문화에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극단이 되자 했어요. 다들 재밌어 해요. 그 친구들도 도전인 걸 아는데도 신작을 위해 고생하는 걸 좋아하고 기꺼이 함께 하죠.”

그렇게 20주년을 맞아 첫 선을 보일 ‘꽃, 별이 지나’도 “꼭 하고 싶다”고 먼저 나선 진선규를 비롯해 이희준, 김지현, 정연까지 초창기 친구들이 함께 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예상치 못한 죽음, 예상하고 기다리는 죽음, 자연스러운 죽음이 있죠. 그 죽음에 대처하는 법을 우리는 배워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치매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기다리는 경우,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 절대 우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의 죽음 등을 통해 죽음에 미흡한 우리 자신들을 좀 솔직하게 공개해보는 공연이에요. 죽음을 대하는 마음을 조금 다양하게 가져보기를 바랐죠.”

이어 민 대표는 “직접적인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은유를 던지고 싶었다”며 “꽃같은 사람들이 별이 되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한예종 후배이지만 늦깎이로 또 입학한 무용원의 선배인 김설진 안무가와 함께 하는 신체극으로 본 공연에 앞서 학교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봤던 진선규는 움직임도, 리프팅도 꽤 많은 역할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가장 먼저 출연을 결정했다.

“선규 뿐 아니라 저희 친구들이 안전하게 가는 걸 안좋아해요. 창작 초연은 분명 힘든데도 창의적인 작업, 그 마음의 지분을 갖고 싶어하죠. 자신들이 해보지 못한 실험을 하기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할 수 있는 장(場)이거든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또 다르게도 해보고…그런 ‘재미’가 근간인 것 같아요. 저희에겐 맘껏 창의하는 게 노는 거고 쉬는 것 같아요. 너무 힘들다가도 창작 초연 때문에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다시 기운이 찾아진데요. 다들.”

그렇게 “맨땅에 헤딩을 하듯” 창작하는 ‘간다’는 친구들에게 놀이터이자 에너지이며 숨통을 트이게 하는 존재다.


◇‘단짠단짠’ 20주년 퍼레이드 ‘템플’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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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뜨거운 여름’ 중 진선규(왼쪽)와 신의정(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20주년이니 그 출발점이었던 ‘거평이’도 해야 했지만 너무 정교한 움직임들이 많고 오랜 시간을 들여 훈련해야 하는 극이잖아요. 이 극의 무대에 오래 오르지 않았던 기존 친구들이 하기엔 안전이 우려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뽑아 훈련시키자니 시간이 부족했죠. 동시에 많은 친구들이 무대에 오르려면 ‘올모스트 메인’도 고려대상이어야 했지만 라이선스 문제가 복잡했어요.”


그렇게 최근 막을 내린 ‘템플’을 시작으로 현재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때도 오늘’, 창작 초연 ‘꽃, 별이 지나’ 그리고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까지 현실을 반영한 리얼리티 작품과 신체극을 섞은 ‘단짠단짠’ 퍼레이드로 축하하고 있는 그 20년이 마냥 쉬운 건 아니었다.  

 

민준호연출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지킨다는 생각도 버려야 지킬 수 있습니다. 지켜야지 하다 보면 손해보는 것 같고 그렇거든요. 그냥 있는 거예요.”

글을 쓰고 연출을 하고 무대감독까지 하는 그나 배우로만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나 철저하게 N분의 1 정산 시스템을 10년간 유지하면서 당연하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누군가 방송이나 영화, 더 큰 무대로 진출하면서 예정돼 있던 공연의 일을 좀 더 도맡아야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친구들의 성장을 기꺼이 지원하는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운영에 불만을 품게 되고 유독 도드라지는 누군가에 오해가 쌓여 떠난 이들도 없지 않다. 그렇게 “창작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진선규, 이희준, 김민재 등 친구들의 대부분이 좋은 작품들에 캐스팅된 때는 남은 친구들이 공연을 하고 싶은 열정이 넘쳐 작가이자 연출인 그에게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성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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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그때도 오늘’ 중 이희준(왼쪽)과 오의식(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언젠가 제가 통곡을 하면서 ‘나 좀 놔줘’라고 했을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어요. 사실 ‘놀자’고만 했지 극단을 키우거나 오래 유지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거든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선규나 희준이, 지현이 등 초창기 멤버들이 숙주처럼 존재 하면서 알아서 커온 것 같아요.

 

그렇게 간다는 자가증식하며 성장하고 진화하는 생명체와도 같았다. 민 대표는 여기저기 축제에서 불러주시고 고아원, 양로원에서만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축제에서 상을 주셨다. 그 수상소식에 대학로에서 두달 공연을 하게 되고 CJ에서 5년 계약을 제안해주시고 고양문화재단에서 상주단체로 불러주셨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좀 다른 연극도 보고 싶은거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책임감이 드는 거죠. 우리가 하듯 또 만들어 볼까, 이번에도 만들어볼까 이러면서요.”


그렇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부터 ‘템플’ ‘어린왕자’ ‘그때도 오늘’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간다의 대표 레퍼토리가 만들어졌고 서울은 물론 지방 투어를 돌며 레퍼토리와 간다를 성장시켜 왔다.


◇친구들과 충전하며 여전히 자가증식 중!

민준호연출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얼마 전부터는 간다에서도 통상적인 연출료를 받기 시작했고 외부 연출도 종종 하면서 이제는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좀 편안해졌어요. 그렇게 버티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면 재밌는 일이 일어나죠. 이제는 고생이나 고민을 안하면 아무 것도 안한 것 같아요.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좋아진 거죠. 그런 생각과 감각들로 재밌게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10명이 시작한 간다는 단원이라는 규제나 구분 없는 수백명의 친구들과 오매불망(?) 맨땅에 헤딩’할 재밌는 일을 기다리는 단체로 성장했다. 5명이 한방에서 지내며 눈 뜨자마자 창의력을 불태웠던 시작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저마다가 숙주가 되어 끊임없이 자가증식하고 성장하며 진화 중이다.


“20주년은 기념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일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죠. 작품도 다시 디벨롭하고 탄탄하게 만들면서요. 작품들이 디딤돌이 돼야 다음에 우리가 뭘 할지를 다시 알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거든요. ‘꽃, 별 지다’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되게 큰 에너지를 줄 거고 ‘나와 할아버지’에는 원래 하셨던 선배님들이 다시 오시니 또 힘이 나요. ‘뜨거운 여름’은 2부가 아예 다 바뀔 거고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젊은 배우들을 좀 받아들여 보려고 해요. 그렇게 또 힘을 얻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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