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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창력 덜어내고 기교 줄이고… 가수 김범수에게 무슨일이?

[人더컬처] 데뷔 25년 차 김범수, 정규 9집 앨범 선보여
"잘 들리는 시집같은 앨범으로 다가가길"

입력 2024-02-26 18:30 | 신문게재 2024-02-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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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여행’은 아티스트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이다.(사진제공=영엔터테인먼트)

 

무려 10년 만이다. 그동안 각종 예능과 공연을 이어왔지만 이번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는 유독 산통이 길었다. 올해 데뷔 25년차에 들어선 가수 김범수가 정규 9집을 발매했다.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힘’(HIM ) 이후 ‘여행’이란 키워드로 선보인 이번 앨범은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와 선우정아, 아티스트 이상순, 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Phenomenotes),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에 힘을 보탰다.

“예전하고는 음악시장이나 흐름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음원이라는 게 제가 데뷔했던 시기처럼 손에 쥐는 결과물로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앨범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서 대중음악에 대한 갈증이 커도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솔직한 고백이었다.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김범수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기성 가수들이 의외로 많다”고 털어놨다. 평소 50년간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이기에 올해는 반환점을 막 돈 시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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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헤어스타일에 대해 그는 “굉장히 업되는 일도, 다운되는 일도 없는 그런 시기를 겪는 중”이라며 컴백을 앞둔 비주얼 변신과 이에 따른 성격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사진제공=영엔터테인먼트)

 

“오는 길하고 달랐으면 하는 생각이 크죠. 여기까지 오는 길은 성공, 인기, 돈이 목표인 치열함의 극치였다면 이제는 조금 천천히 주변 풍경도 보고 조금 천천히 가면 어떨까 싶은 마음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김범수는 최근 몇 년동안 자신이 싱어송라이터란 포지션에 결핍을 느꼈다고 밝히고 “보컬리스트의 진정성을 더 추구하기로 했다. 곡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며 휘트니 휴스턴을 예로 들었다.
“워낙 좋아하는 가수인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어요. 대신 목소리는 영원히 남았잖아요. 그의 노래를 듣고 더 좋은 노래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단 걸 다시금 깨달은거죠. 내 음악적 색깔에 철학을 확실히 담는 게 중요한 건데 제가 가진 장점은 못 보고 다른 것만 바라보고 있었단 걸요.”

11곡의 신곡이 담긴 정규앨범에는 가수로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주제에 담았다. 타이틀곡 ‘여행’은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 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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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는 신보 발매에 이어 오는 4월 13일과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24 김범수 콘서트 ’여행, 더 오리지널’을 개최한다. (사진제공=영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저조차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속 후회하고 뒤돌아 보는 성격이거든요. 지금은 거처를 옮겼지만 제주살이를 하면서 읽은 나태주 시인의 글과 굉장히 아름답고 소박한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달았죠. 대중들에게 ‘가사가 잘 들리는 시집’ 같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1999년 데뷔 이래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평가 받고 있는 김범수지만 슬럼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한 번 목 상태가 안 좋았던 적이 있다. 당일날이 콘서트였는데 시작 몇 시간만에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지금도 트라우마가 좀 남았다. 그때가 내 가수인생 최대의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무대와 노래의 소중함, 내 노래를 듣는 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시간이라 지금은 감사함이 더 큽니다. 컨디션에 지장을 많이 받는 편이고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내면의 에너지를 많이 쓰는 가수라 이번엔 가창력을 많이 내려놓고 작업을 했습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펑펑 울며 절규하는 기법이 아닌 지난 감정을 다시 꺼내보는 기분으로 노래했다.” 신보를 준비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함께한 기존 뮤지션들과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자 자신이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여다봤다고. 

“그때 제가 듣던 음악의 대부분이 가사가 간결하고 악기 구성이 단촐한 미니멀한 음악이었어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감정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 작업자를 모으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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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가수’로 살았던 시기가 길었던 그이지만 되려 그런 과정이 ‘초심’을 지키는 초석이 됐음을 인터뷰 내내 드러낸 김범수. (사진제공=영엔터테인먼트)

 

특히 배우 현빈이 지원사격한 ‘그대의 세계’와 유연석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여행’ 뮤직비디오는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며 ‘역시 김범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드라마 주연 배우와 OST 가수를 넘어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 인연으로 뮤직비디오까지 함께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제가 부른 드라마를 응원하게 되고 배우분들도 팬임을 사심없이 드러내다 보니 묘한 애정이 있는 건 분명해요. 부탁을 하기엔 친하진 않지만 말씀드려볼까 했는데 흔쾌히 참여해주셨어요. 유연석 배우님은 평소에도 제 공연을 자주 보러 온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정말 복 받았나봐요.”

김범수는 “내가 즐겁지 않은 노래, 상대방에게 즐겁지 않은 노래를 하는 건 가수가 아니니까”라면서 “너무 큰 사랑을 받으며 데뷔했다. 앞으로는 더 잘 되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3월에는 콘서트도 예정돼 있어요. 늘 개구지고 버라이어티한 연출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담백하게 갈 예정입니다. ‘여행 디 오리지널’이란 이름에 맞게 감성을 더해 오리지널리티 한 느낌을 살려보려고요. 정체성을 바꾸는 게 아니라 변화무쌍한 걸 제 것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봐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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