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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피아니스트 랑랑 “유연하되 정확한, 아름다운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으로 평화를!”

[人더컬처] 랑랑 피아니스트 새 앨범 '생상스'

입력 2024-03-11 18:00 | 신문게재 2024-03-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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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서는 황혼, 연모 아니면 자연이 갖고 있는 색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로맨스도 있고, 무드, 사랑을 향한 갈구 등도 있죠. 어려서부터 프랑스 음악을 좋아했어요. ‘피아니시시시모’(아주 여리게 연주하라는 의미의 Pianissimo를 강조한 표현)처럼 연주하기도 했고 인상주의 회화처럼 표현해보려고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매우 정확한 연주를 해야 했죠. 이에 유연하게 표현하되 정확하게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5일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과 새 앨범 ‘생상스’(Saint Saens)를 발매하며 8일 온라인으로 기자들을 만난 피아니스트 랑랑(郎朗, Lang Lang)은 프랑스 음악을 “마치 물처럼 흐르는 특성을 가진, 자연을 닮은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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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프랑스 작품이라면 훨씬 더 감정에 의존해서 연주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계속 상상을 하면서 연주를 하게 되죠.

 
이번 앨범에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동물의 사육제’(Le carnaval des animaux), ‘피아노 협주곡 2번’(Concerto No. 2 in G minor Op. 22), ‘6개의 연습곡’(Etude op.111 no.6), 포핸즈로 편곡한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The Swan)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클로드 아실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의 ‘작은 모음곡’(Petite suite),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레퀴엠’(Requiem)과 ‘파반느’(Pavane Op.50), 레오 들리브( Leo Delibes) 오페라 ‘라크메’(Lakme) 중 ‘꽃의 이중창’((Dome Epais le jasmin) 등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곡이 실렸다.

이번 앨범은 세계적인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Andris Nelsons)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 Leipzig, 이하 게반트하우스) 그리고 아내인 지나 앨리스(Gina Alice)가 제2 피아니스트로 함께 한다. 랑랑은 게반트 하우스에 대해 “생상스의 많은 곡들이 게반트하우스와 초연됐다. 생상스 작품에서 만큼은 게반트하우스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반트하우스는 특별히 매우 아름다운 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우 풍성하고 깊은, 훌륭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죠. 오르간 같은 사운드를 내기도 하는 현의 풍성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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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나스트 랑랑(왼쪽부터)과 이번 앨범작업을 함께 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슨스,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제2 피아니스트로 앨범에 참여한 지나 앨리스에 대해서는 “작곡도 하고 클래식, 팝 등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라며 “아내와의 작업이 매우 즐겁다.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를 잘하면 가족이지만 엉망이면 동료일 뿐이라고 아내와 종종 농담을 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프랑스 작곡가의 곡들은 자주 연주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좀더 아트, 영화음악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깊이 파지 않는 경향이 있죠. 아시아인으로서 프랑스 음악에는 동양적인 느낌이 있다고 느껴요.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 같은 경우는 마치 한국이나 중국 음악과도 비슷하죠.”

그는 “많이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라도 누군가 발견해 연주하기 시작하면 재발견되고 더 많이 알려지는 것 같다”며 “호로비치 덕분에 스트라빈스키가 더 널리 알려지고 루빈스타인이 연주하면서 더 많이 연주되기 시작한 스페인 곡들처럼”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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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콩쿠르에서는 많이 연주되지만 상대적으로 이 곡을 연주하는 프로페셔널 연주자들은 많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이에 그는 이번 앨범에 생상스, 라벨, 드뷔시, 레오 들라브, 가브리엘 포레 등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비롯해 샤를로트 소이, 제르맹 타유페르, 릴리 불랑제, 멜라니 보니스 그리고 파리음악원 최초의 여성 교수 루이즈 파렝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여성 작곡가의 작품도 담았다.

“이번 앨범에 적절한 작품을 찾아야 했습니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면서 너무 무겁지 않은 곡이면 좋겠다 생각했죠. 샤를로트 소이, ‘여성 사티’ 같은 제르맹 타유페르 등의 곡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는데 접하자마자 사랑에 빠졌버렸어요.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매우 아름다운 작품들이죠.”

이어 그는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며 “새로운 작곡가들을 발견하고 또 재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성 작곡가들 뿐 아니라 숨어있는, 발견되지 않았고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훌륭한 피아노곡들을 우리가 살려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는 숨겨진 여러 가지 비밀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연상하면서 각 동물을 표현한 작품이거든요. 오펜바흐를 거북이로 묘사하는 등 아주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한 작품이죠. 이를 놓치지 않고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앨범 발표와 더불어 프랑스 투어, 11월 말 한국 리사이틀 등이 계획돼 있는 그는 “최대한 다양성을 모색 중”이라며 “어떤 것이든 최대한 모든 작품과 연결되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레퍼토리 확장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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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나스트 랑랑(왼쪽)과 이번 앨범작업을 함께 한 아내이자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11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도 “아주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쇼팽(Frederic Chopin)의 ‘마즈루카’(Mazurka)를 처음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연주할 예정이고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의 ‘클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 No.4 Op.16)도 들으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앨범으로 아름다운 프랑스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올해 프랑스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저의 대대적인 순회연주도 계획돼 있죠. 이번 앨범이 바흐(Johann Sebastian Bach)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 앨범 발매 때보다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좀더 안정감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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