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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죽음과 삶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입력 2024-04-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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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출연진과 창작진. 왼쪽부터 망자 역의 조용진, 안무·연출의 김종덕 단장, 황진아 작곡가, 회상 속 남자 역의 최호종(사진=허미선 기자)

 

“(죽은 사람이 겪는) 49일의 여정을 통해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이 중첩된 결과물임을, 망자가 느끼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올바른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과 자신의 삶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했습니다.”

김종덕 국립무용단장 겸 예술감독은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신작 ‘사자의 서’(死者-書, 4월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사자의 서
‘사자의 서’ 연습 중인 망자 역의 조용진(사진=허미선 기자)

‘사자의 서’는 김종덕 단장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렵고 힘든 시기에 우연히 관람하게 된 대만작가 차웨이 차이(Charwei Tsai, 蔡佳)의 ‘바르도’(Bardo)에 영감받아 기획하고 안무·연출까지를 맡은 국립무용단의 신작이다.

 

국립무용단원 50여명 전원이 출연하는 ‘사자의 서’는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티베트 불교의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Tibetan Book of the Dead)에서 영감받은 작품으로 ‘의식의 바다’ ‘상념의 바다’ ‘고요의 바다’ 3개장으로 구성된다.

 

김종덕 단장이 안무와 연출, 작곡가이자 무용가인 김재덕(1, 2장)과 거문고 연자주 겸 작곡가 황진아(3장)가 음악을 담당하고 국립무용단원 조용진이 망자, 최호종이 회상 속 남자로 무대에 오른다.

염라대왕 앞에서 기다리는 망자들을 이미지화한 벽과 하늘에 매달린 영혼들, 상주들이 땅을 치고 통곡하듯 24명의 무용수가 바닥을 치는가 하면 저승으로 가는 길을 찾는 망자가 7분가량 솔로무를 선보인다.

이번 안무에 대해 김 단장은 “얼굴의 표정이나 미장센에 의존하기 보다는 움직임의 질감을 가지고 작품을 끌고 갈 건인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간 저희 레퍼토리는 전통의 재구성에 가까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동시대성을 강화시켜 현대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임기인) 3년의 목표입니다. 음악 역시 한국적 정서나 비트, 박자를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현대적인 것들이 잘 결합돼 있죠.”

3장의 음악을 담당한 황진아 작곡가는 “가장 어려운 지점은 삶과 죽음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자의 서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연습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죽음은 망자에게도 큰 이벤트지만 주변인들에게도 큰 이벤트인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음악 안에서 굉장히 상반된 것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죠. 감정적으로는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다각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보고 싶은 마음 뿐 아니라 원망, 회상에서 만나는 기쁨 등이 담긴, 공간으로 본다면 검은 강이 흐르는데 꽃이 펴 있고 바람도 불고 온기도 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에 “3장의 첫 번째 음악은 디스토피아 같지만 유토피아 같은 풍경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마지막 곡은 온전히 망자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했다”며 “현악기, 피아노, 신디사이저, 퍼커션 등 친숙한 악기지만 연주법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사자의 서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를 연습 중인 회상 속 남자 역의 최호종(사진=허미선 기자)

“현악의 경우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주법)를 좀 넣었고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숨소리 등을 굳이 지우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숨소리가 ‘죽음’이라는 주제와 만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김 단장은 안무가로서 동작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반복, 변화, 발전, 해체”로 꼽았다. 그는 “이를 통해 주제를 강화하면서 동작을 더 입체적으로 변화, 발전시키는 것이 제 안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호종은 “한 역할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또 다른 역할은 삶을 통해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며 “다르면서도 통일성을 만들기 위해 조용진 선배와 끊임없이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조용진은 “다른 인물처럼 보이지만 언어적 몸짓이나 춤에 겹치는 동작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하나의 인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조용진씨는 움직임 자체가 세련된 무용수다. 망자로 보기에는 세련된 몸이지만 음악에 본인의 춤을 녹여는 데 굉장히 설득력 있게 잘 소화했다”며 “최호종씨는 평소 되게 얌전한데 움직임에 있어서는 굉장한 폭발력을 가진 무용수”라고 평했다.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자기 성찰을 하고 삶을 리셋하는 과정으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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