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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미래의 핵심은 '인간혁명'"

"컨베이어 벨트식 교육으로 어떻게 미래 인재 키우겠나"

입력 2016-04-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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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한 교수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인간형을 키워내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사진=양윤모 기자)

 

"사회 비평가 엘빈 토플러가 1970년대에 쓴 '미래충격'은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내용을 비추어보면 우리 교육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산업혁명 이후에 만들어진 교육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주어진 시간에 기계화되고 단순화된 일을 하는 것처럼 교육도 유사한 교육제도로 표준화된 지식을 배우며 산업사회에 맞는 표준화된 엘리트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배규한(63)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낡은 교육제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국내 교육 시스템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배 교수는 "18세기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제국이 '제2의 물결'(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선진국의 지위에 올라섰고, 20세기에는 '제3의 물결'(정보혁명)과 '제4의 물결'(디지털혁명)을 주도한 미국이 최강의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21세기 중반 이후에는 '제5의 물결'을 먼저 일으키는 나라가 새로운 선진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과제는 미래의 새로운 인간형, '인간혁명'을 형성해 나가는 일"이라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인간혁명을 만들어 갈 것인가. 그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장시간 인터뷰에서 그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共存)'을 바탕으로 규격화된 교육이 아닌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교육 시스템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95년부터 교육개혁을 국가 차원의 주요과제로 추진해왔다. 현재 우리의 교육,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는 1995년 ‘미래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당찬 목표로 교육개혁을 발표하고 교육현장에 자율, 다양, 창의, 국제, 특성화를 길러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자문기구로 ‘교육개혁위원회’를 출범했다. 이후 동일한 내용으로 김대중 정부에서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 노무현 정부에서는 ‘교육혁신위원회’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로 흡수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문민정부 이후 유지돼온 대통령교육자문기구가 아예 없어졌다. 교육부 장관 정책자문회의는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형식적인 기구로 운영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교육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존재 유무를 떠나 교육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교육개혁 담당자들이 왜 개혁을 하는지 교육개혁의 개념과 방향설정을 잘못 했다고 본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바뀌면서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문제점만 찾아 해소하는 대증적 처방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들이 고민하고 방향을 찾는 것이 아닌 소수 공무원들이 앉아서 만들어 놓은 제도들에 전국 대학교들은 이 지침에 따르며 만들어 놓은 지표 점수 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양성이 만들어지겠나. 제도란 사회 구성원들이 수백 년에 걸쳐 상호작용을 하고 끊임없이 주고 받으며 자연스럽게 제도가 형성되는 것인데 당장 성과를 내려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 정부는 창의인재를 기르는 것을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잡고 있지만 다양성이 떨어진 획일화 된 정책에서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겠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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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30일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창의성 있는 인재가 길러지면 창조적경제는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현재 국내는 전혀 창의적 인재를 배출해 내는 방식이 아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지시에 잘 따르고 표준화된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 즉 통제, 획일, 강요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공산주의 국가들이 무너졌던 상황을 생각해 보라. 세상의 빠른 변화에 지도자들은 아는 것만 가지고 계획하다 보니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계획과 통제로 무장된 공산주의가 무너졌다. 자본주의 국가 중 국내 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으로 계획과 통제가 많이 들어가 있다. 계획경제와 통제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래를 모르는 사람이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없게 모든 것을 획일화시키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보다 학교의 자율성이 중요하다. 없는 것을 찾아낼 수 있도록 교육 통제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맞는 인재상은.

“다른 사람이 존재해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미래형 인간의 핵심이다. 때문에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떻게 만들어야 남을 도와주는 제도가 될까. 어떤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등 새로운 가치관과 태도, 행동양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었다면, 미래 기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편리하고 좋은 물건을 공급해 줄 수 있느냐가 목적이다. 내가 개발한 제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잘 사용된다면 나의 기쁨이 되는 것, 즉 타인을 위한 기업경영으로의 전환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런 미래형 인간에 대해 인식하고 대비한다면 제품, 인재고용 등 세계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많은 믿음이 생길 것이며 자연스럽게 한국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육의 공존은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까.

“정부가 학교를, 학교가 선생님을, 선생님은 학생을, 부모는 자식을 각자의 계획과 통제로 끌고 가겠다는 마음가짐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우리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국가비전을 설정하고 사회 각 분야가 각자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과 틀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개입을 최소화해 심판자나 조정자 역할 정도만 하면 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답을 알고 가르치는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도 30년 뒤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모르는 아이들한테 자신이 살았던 산업사회의 가치관과 판단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을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는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자식이 자기의 소유물이라고 여기는 부모들도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문제 청소년 없고 문제 있는 부모 있다’란 이야기가 있다. 제대로 된 부모 밑에는 문제아가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인생 항해의 선장이 되어야 한다. 모르는 것은 부모나 선생님에게 물어보면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렇게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 조화와 균형 속에 창조적 인재가 길러질 수 있다.”

 

 

☞배규한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대통령실 미래기획위원회 제1분과 간사위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국가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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