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엘리트 퇴직자도 창업땐 ‘봉’

입력 2017-09-13 07:00 | 신문게재 2017-09-11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7090401000286600012441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

김 모씨(56)는 K은행에서 3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지점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철두철미한 업무처리와 탁월한 영업실적으로 동기들보다 승진이 가장 빨랐던 엘리트 은행원이었다. 부하직원의 금전 사고로 옷을 벗어야 했던 그는 버젓한 가게를 차려 인생 2막에서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창업컨설팅 업체 몇 군데를 돌며 상담을 받던 중,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국창업지원센타’에서 연락이 왔다. 센타에서는 ‘특A급 물건이 나왔다’며 빨리 이 점포를 확보하라고 종용했다.

김씨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주상복합빌딩 3층의 82.5㎡ 짜리 점포에 대한 임차계약을 마쳤다. 이어 감자튀김과 핫도그, 커피, 젤라토 등 간식을 파는 M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M사는 “1년에 하나 나오기도 힘든 점포”라고 말했다. 점포 입지가 워낙 좋아 하루 매출 120만~150만원에 월 순익 900만원은 너끈하다고 했다.

김씨는 인테리어비와 시설집기비로 1억1750만원, 보증금 5000만원 등 1억6750만원을 창업비로 썼다. 월세는 470만원(부가세 별도). 점포를 구한 지 4개월 만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하루평균 매출은 30만원 올리기도 벅찼다. 김씨는 그제서야 ‘기획 프랜차이즈’의 검은 손길에 포획된 자신을 발견했다. 상담을 받았던 센타는 자취를 감췄고, 그는 M가맹본부와 지루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부 이 모씨(58)도 외식업 문외한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국수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M’을 선택했다. 이 브랜드는 소자본창업으로 적격인데다, 가성비가 뛰어나고 메뉴도 단순해 가맹점 대부분이 하루 70만∼150만원 매출을 올려 한달에 500만원 이상 수입을 가져가는 수익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이씨는 거주지 인근 상권을 며칠 돌아보고는 마음에 드는 점포 한 곳을 계약했다. 신축한 오피스텔 건물 1층의 33㎡짜리 매장을 권리금없이 임대보증금 5000만원에 임차했다.

가게 문을 여는 날, 동네상권의 조그만 가게는 미어터졌다. 3500원짜리 사골칼국수의 가성비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개점 첫날 하루종일 200여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매출이 100만원을 웃돌았다. 경력이 적은 주방장과 주방보조, 홀 서빙 등 4명의 인력은 홍역을 치렀다. 이튿날도 사정은 마찬가지. 첫 일주일간 오픈효과로 하루 매출이 90만∼100만원을 오르내리자 본사는 물론 점주 이씨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개점 둘째주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좁디좁은 주방에서 2명의 인력이 칼국수를 끓여내다가 주방장이 화상을 입는 사태가 일어났다. 하루종일 홀 서빙 하던 초보 점주도 체력이 바닥났다.

급기야 개점 2주밖에 안된 새 점포가 ‘휴무’ 공고문을 붙이고 하루 문을 닫았다. 이후 매출은 6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주방장 없이 파출부를 불러 하루하루를 버티던 점주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겼다. 점주는 “가맹점 운영에 장애물이 생기면 본사가 다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놓지 않은 게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통상 가맹본부는 오픈 초기 며칠간 본사 인력을 파견, 점주를 도와주지만 그 이후에는 오로지 점주 혼자서 해결하는 게 현실이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실패 사례인 셈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