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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플루언서] BJ 우렁이 "전통시장의 매력, 각설이가 소개합니다"

입력 2020-06-29 07:00 | 신문게재 2020-06-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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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우렁이가 광장시장 내 김밥집 상인과 소통하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최근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렇지 않아도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벅찬 상인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절실하다.

아프리카TV BJ 우렁이는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트레이드 마크다. 전국의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상인들과 소통하고, 지역의 특색이 담긴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그의 방송 콘셉트다. 장타령 대신 인기 가요에 맞춰 춤을 추고, 꽹과리 대신 촬영용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현대판 각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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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우렁이는 자극적인 내용보다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가 1인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철준 기자)

 

“시장에서는 정찰제를 도입한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품질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인심도 매력이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렁이는 보험, 스마트폰 영업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지난 2016년 1인 방송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먹방, 게임 등 다른 BJ들이 주로 하는 방송을 했다. 그러다 1년 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분장을 하고 안양중앙시장에서 소통 방송을 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우렁이는 시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보기와 달리 독서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하지만, 방송할 때는 외향적인 성격이 나옵니다. 방송 초기에는 분장 때문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편한 모습에 사람들이 먼저 다가오더라고요. 애청자들이 적정 수위를 조언해 주기도 합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우렁이는 기자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그는 마치 매일 만나는 이웃처럼 시장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가 지나갈 때 상인들은 가게에서 파는 간식과 음료를 계속해서 권했다. 그러면 우렁이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실시간 방송으로 상점을 소개했다. 광장시장에서 생과일주스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우렁이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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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BJ 우렁이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입구 앞에서 방송 시작을 알리는 춤을 추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우렁이는 주변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민폐를 끼치거나 억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피한다. 대신 자신을 낮춰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촬영 장비는 삼각대와 스마트폰 2대,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가 전부. 그날 방송의 성공 여부는 별풍선이 아니라 시청자의 반응으로 판단한다.


“야외 실시간 방송은 많은 변수가 있어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정색하지 않고 재미로 승화해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합니다. 한번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어요. 경고만 받고 넘어갔지만 위축될 수밖에 없죠. 그때는 시청자들의 응원을 얻고 다시 힘을 냅니다.”

그는 온종일 방송을 한다. 매일 오전 7~8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9~10시에 방송을 켠다. 오전에는 시장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먹방을 한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그날 한 방송의 피드백을 받는다. 일주일에 쉬는 날은 하루뿐이다.

방송 수익은 주로 콘텐츠에 의해 결정된다. 주로 실내 방송을 한 달에는 약 200만원, 시장을 자주 방문한 달에는 약 1000만원을 번다. 이동비, 식대를 포함해 콘텐츠 제작에는 매월 200만원가량을 쓴다.

우렁이는 방송을 할 때 항상 기부용 깡통을 들고 다닌다. 공연하며 모은 돈으로 독거노인들을 돕는다. 작년에는 무료급식소에 100만원 넘게 기부했다. 올해도 차곡차곡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시장에서 노래자랑과 같은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시장 상인회와 주기적으로 연락해 홍보 캠페인도 기획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우렁이는 예비 크리에이터들에게 부탁의 말을 전했다.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주제가 아니어도 차분하게 시청자들과 소통하면 자신의 방송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별풍선을 유도하지 않고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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