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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다음 소희' 배두나가 배우여야 하는 이유!

[人더컬처] 영화 '다음 소희' 배두나
일찌감치 글로벌 행보로 아시아와 할리우드 접수, 현장에서 "그 정도면 됐다"는 말 싫어해서 끝까지 몰아치는 편
영화 '다름 소희'속 형사 역할에 "세상에 연민 갖길 바라며 출연"
"스타가 되려 연기한 적 없지만 기꺼이 바위보다는 계란의 편이 되어 연기할 것"

입력 2023-02-06 18:30 | 신문게재 2023-0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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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도전을 즐기지만 땅에 발 붙이며 다시 돌아오는 걸 좋아하는 성향의 I가 뚜렷한 성향의 MBTI를 가졌다”는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본인은 극도로 말을 아끼며 “도대체 어떻게 아셨냐?”고 되묻지만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지난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브로커’에 몰렸을 때 배두나는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였던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를 더 살뜰하게 챙겼다. 사비를 들여 후배이자 상대배우인 김시은를 비롯한 배우, 홍보 스태프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숙소를 구해 준 것. 

 

미국영화는 사전 서면으로 합의되지 않은 스케줄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는 룰을 알고 있었기에 칸영화제 초청 사실을 듣자마자 아무도 몰래 휴대폰의 숙소여행 앱을 열어 결제했다. 되레 손사래를 치며 “사실은 나도 갈 줄 알았다”고 했지만 매년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남부 해안의 숙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두나였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된 폐막작 ‘다음 소희’는 2017년 이동통신사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이 저수지에서 숨진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고3 졸업반인 소희(김시은)는 인터넷·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막는, 이른바 욕받이 역할로 인간 이하의 모독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받은 수당을 ‘빨리 관둔다’는 이유로 최대한 합법적으로 미루는 대기업과 아이들의 취업률만 챙기는 학교를 보며 ‘사회의 쓴 맛’을 제대로 본 소희는 차디찬 시체가 되어 부모의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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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간 소희는 고객들의 욕설과 추행, 성과를 채우라는 회사의 압박에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연출을 맡은 정주리 감독은 배두나에게 “내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인 것 같다”고 표현할 만큼 관심도가 겹쳤다. 아동학대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 ‘도희야’에 이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 ‘다음 소희’에서 배두나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유진 역할을 맡았다. 영화 중후반을 이끄는 인물이고 새롭게 창조된 역할인 만큼 ‘믿을 만한 배우’가 필요했다. “형사면서 동시에 상상을 벗어나는 정도의 섬세함이 필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배두나여야 했다”는 정주리 감독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랜 시간 차기작을 기다려온 관객으로서는 기뻤지만 배우로서는 ‘어떻게 이렇게 막막할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스타를 꿈꾼 적은 없어도 관객들에게 여백을 주는 게 제 임무라고 보거든요. 공직에 있고 할 말 하는 직업인데도 계속 화가 나고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소희’만큼은 솔직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 했어요. 내지르며 따라갔어요.  기뻐도, 화가 나도, 슬퍼도 눈물이 자주 나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현장에서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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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긴 시간의 해외 촬영을 마친 배두나는 “일부러 작정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차기작을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지방 촬영을 위주로 그것도 30회차에 138분 분량을 뽑아낸 건 그 만큼 끈끈했던 현장 분위기를 증명한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서 편하게 집에서 출퇴근(?)하며 촬영하는 것 보다 오지에서 스태프들과 동거동락하는걸 좋아한다”고 밝힌 배두나는 “관계가 확실히 더 돈독해진다. 쉬는 시간엔 최대한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윷놀이도 하고…”라며 엷게 미소지었다.

 

“유진은 아마도 소희가 가진 열정과 희망 그리고 상처를 이미 겪어본 인물일 거예요. 그래서 더더욱 사회적 성공이나 일 욕심이 없었을 거라 봤어요. 하지만 여고생이 자살을 한 비참한 사건을 접하며 변화합니다. 이미 ‘그것이 알고싶다’에도 나왔고 사건을 취재한 기자가 책도 냈지만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일이 되버린 걸 아는 수많은 어른 중 한명이었겠지만.” 

 

배두나는 “살면서 부딪히는 무수히 많은 벽들이 있지않나. 가장 슬픈 건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면서 “운이 좋아 좌절하지 않았을 뿐 돌아갈 곳이 없고 소속한 곳에서도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며 연기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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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뷰 직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배두나. (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극 중 유진의 대사에 ‘힘든 일을 하면 더 존중받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무시한다’는 대사가 나와요. 정말 와 닿았어요. 무엇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겪는 사건 사고, 바뀌어야 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단순하게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소희 같은 일을 당했거나 버티고 있다면 기까이 그 편에 서 주고 싶습니다. 이런 영화를 최대한 많이 본다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일찌감치 국경의 벽을 허물며 활동해온 배두나의 2023년은 여전히 바쁘다. 2006년 ‘린다 린다 린다’ 속 발랄한 여고생으로 시작한 일본 활동은 2010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작 ‘공기인형’으로 변환점을 맞았다.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인연을 맺은 워쇼스키 감독은 2015년 ‘주피터 어센딩’으로 다시 한번 배두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레벨 문’에까지 이름을 올리며 배두나다운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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