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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 “꽃은 곧 다가올 봄, 희망을 품은 찬가”

[人더컬처]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展 다비드 자맹

입력 2023-02-27 18:40 | 신문게재 2023-02-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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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자맹(사진제공=한국경제사업국)

“저는 자연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해요. 2020~2021년에 겪었던 팬데믹 위기가 자연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고, 우리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시켰죠. 자연은 인간보다 더 강하고 중요합니다. 우리는 자연에 모든 것을 빚지고 있죠.”

스스로가 표현한 것처럼 “자연에 대한 애착이 강한” 다비드 자맹(David Jamin)의 개인전답게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4월 27일까지 더현대 서울 ALT.1)는 ‘올리브나무’로 시작해 ‘꽃’으로 마무리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보고 있는, 닮은 듯 다른 두 그루의 ‘올리브나무’에 대한 질문에 다비드 자맹은 “모든 올리브 나무는 독특하다”고 답했다.

“나이, 서 있는 위치 등에 따라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고 전혀 다른 빛들을 머금고 있습니다. 빛과 주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다채로운 반사광을 만들어내거든요. 그들의 차이와 독특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올리브나무는 제가 현재 살고 있는 프로방스 지역, 위제스의 상징이자 색상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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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그의 작품 특징은 그가 애착을 가진 자연과 더불어 그가 살고 있는 위제스,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 거리, 가족, 인물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두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그렇고 ‘첼리스트’ ‘피아노1’ ‘붉은 피아노가 있는 오케스트라’ ‘군중의 행렬’ ‘광기의 움직임(카니발에서)’이 그렇다. 


‘열정’ ‘너와 맞닿은 채로’를 비롯해 ‘분꽃 속의 세브린’ ‘가족’ 등과 그가 살고 있는 ‘프로방스의 초원’ ‘꽃밭’ ‘여행하는 새들’ ‘둥지’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담은 ‘충직한 친구’ ‘맛난 아이스크림’ ‘즐거운 팀’ ‘즐거운 무리’ ‘레크레이션’ ‘원 안에서’ ‘노랑풍선’ ‘풍선다발’ 등이 그렇다.

“위제스는 천국의 작은 모퉁이입니다. 가족과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한데 모은 독특한 마을이죠. 하늘은 일년 내내 푸르며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고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아요. 바람이 불고 여름엔 매우 더운, 매우 이상적인 기후죠. 더불어 초원의 꽃들, 올리브 나무, 라벤더가 흐드러진 향기로운 길, 로즈마리, 유칼립투스 등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경, 철·유리·나무·금색 돌과 고귀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우아한 건축물, 매미와 제비가 경쾌하게 지저귀는 아침 골목길 등 평화롭죠. 프로방스 지역이지만 파리지엔느 패션에 맞는 아름다운 가게들도 있어요. 특히 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트러플을 이용한 요리가 대표적이죠. (아내) 세브린과 저는 처음 위제스를 방문하자마자 살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그 꿈은 2013년 이뤄졌죠. 지금은 제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제 그림이 가진 모든 주제가 한 자리에 집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유, 온정, 삶에 대한 사랑, 초기작부터 염두에 둔 긍정적 에너지, 인생, 다이내믹,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색채 등 수십년 간 그린, 제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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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그의 작품 세계가 응축된 전시 제목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중 ‘프로방스’(Provence)는 그의 고향이자 그가 살고 있는 위제스가 포함된 지역이며 ‘댄디보이’(Dandy Boy)는 그가 추구하는 ‘댄디즘’에서 탄생한 연작이다. 

“프로방스는 제가 태어난 곳이에요. 개성이 강하고 인본적인 가치를 소중히 하는 도시죠. 정말 사랑하는 제 고향을 그림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댄디보이는 18세기 댄디즘을 풀어낸 연작이에요. 패션, 우아함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댄디즘은 현 시점에도 유효한 사조이자 트렌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시대에 맞게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조거든요. 데이비드 보위, 마이클 잭슨 등이 댄디즘을 상징하는 스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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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에서는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우아하고 세련된 ‘댄디보이’, 팬데믹 기간의 무차별 봉쇄 속에서도 피어난 길거리 꽃에서 깨달은 생명의 위대함과 희망이 담긴 내면자화상(Introportait)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툴르즈 로트렉, 디에고 벨라스케스, 에드가르 드가, 윌리 로니스, 장 폴 고티에 등 위대한 아티스트들과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새로 작업한 김연아, 손흥민, 김연경, 윤여정, 박찬욱 등 최근작 1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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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전시 끝자락에 나란히 걸린 ‘여행하는 새’와 ‘둥지’는 그가 살고 있는 위제스의 풍경인 동시에 그가 “우리 가족을 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는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위제스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 둥지를 소중하게 여기죠. 결국 어디를 가든 다시 돌아오죠.”

그렇게 그와 그의 가족들이 대면하는 위제스의 풍경, 사람, 일상 등은 첫 섹션인 ‘프로방스의 작업실’(Into The Atelier)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 ‘빨간 피아노’ ‘첼리스트’ ‘빨간 피아노가 있는 오케스트라’ 등 악기 연작은 작품자체로도, 색채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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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저는 음악을 좋아해요. (제가 살고 있는 위제스 주변의 음악축제인) ‘오랑쥬 음악제’(Les Choregies d‘Orange)나 ‘위제스의 음악이 있는 밤’(Nuits Musicales d’Uzes)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죠. 음악 뿐 아니라 악기의 미학도 좋아합니다. 빨강은 정열적이고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따뜻함과 잘 어울리는 색이죠.”

 

자연, 위제스의 풍경과 더불어 다비드 자맹 작품의 모티프는 단어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존재인 ‘가족’이다. 그는 “사람과 인류에서 받은 영감들이 대한 것들이 제 작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사람을 통해 받는 감동 등 매순간의 의미를 축출해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그들과 아빠로서의 사랑 등이 제 그림의 주제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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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가족은 제 인생을 바꾼 존재예요. (아내) 세브린은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입니다. 제 인생을 이끌어준 가이드이자 지표라고 할 수 있죠. 그녀를 만나기 전의 저는 뭔가를 찾아 헤매는, 길 잃은 아이와도 같았거든요. 세브린 그리고 그와 이룬 가족이 저를 살렸고 제 삶의 원동력이죠.”

“그 감정을 다루고 싶었다”는 그의 유난한 가족사랑은 그의 뮤즈이자 최고 조력자인 아내 세브린의 턱 밑 점, 별이 된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으로 그려 넣는 ‘*’ 모양 등의 시그니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는 세브린의 턱 밑 점을 좋아해요.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세브린은 그 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했죠. 그래서 (JAMIN이라는 이름을 적어넣는 첫 번째 서명과 더불어 인물의 턱 밑에 점을 그리는) 두 번째 서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사랑에 빠진 저의 작은 윙크랄까요. 작업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때도 그녀를 생각한다고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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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제가 작품 속에 자주 그려넣는 ‘작은 별’은 제가 11살 때 별이 되어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표하는 경의”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예술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어렸을 때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본 기억도 있죠. 저 역시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고 저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독려하셨고 예술의 길로 이끌어 주셨죠.”

 

차기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에 다비드 자맹은 “잊혀진 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제 집 주위에 피어있는 꽃들을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자연에서 확장해 잊혀졌지만 여전히 피어나는 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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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다비드 자맹(사진=허미선 기자)

 

차기 프로젝트 뿐 아니라 그의 그림에는 적지 않은 꽃들이 등장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무차별 봉쇄 속에서도 피어난 길거리 꽃이 주요 테마로 포함된 내면자화상을 비롯해 ‘분꽃 속의 세브린’ 등 가족 초상화 그리고 전시장 마지막도 다양한 종류의 꽃과 꽃밭들이 장식하고 있다.

“꽃을 그리면 마음이 놓입니다.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에요. 꽃들이 만들어내는 향기, 그것이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색채들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죠. 들판이나 정원 한가운데에 수확되지 못하고 남겨진 꽃들, 말라버린 꽃다발 등 가을이면 잊혀지는 꽃들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곧 다가올 봄이라는 희망을 품은, 끝나가는 여름을 위한 찬가라 할 수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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