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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61개의 컨테이너, 회색 도시를 음악으로 물들이다! '플랫폼 창동 61’

입력 2016-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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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아파트 존에 들어선 플랫폼창동 61.(사진=양윤모 기자)

 

도봉산과 불암산이 마주보는 회색 아파트촌 한복판에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색색의 컨테이너 박스 61개가 세워졌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인 도봉구 창동에 세워진 '플랫폼 창동 61'은 음악·패션·푸드 문화복합공간을 표방한다. 개관한 지 채 한달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 홍대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인디신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을 채비를 하고 있다.

 

 

◇전시장 옆 공연장 '예술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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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의 컨테이너는 노랑, 초록, 빨강, 파랑 등 색깔별로 역할이 다르다.(사진=양윤모 기자)

 

플랫폼 창동 61은 총 61개의 컨테이너로 이뤄졌다. 화사한 노랑, 상큼한 초록, 시원한 파랑, 정열의 빨강으로 구성된 컨테이너 박스들은 우중충한 아파트촌을 밝히는 이정표다. 

 

창동 주민인 김윤지(33)씨는 “원래 이곳은 주차장과 포장마차 촌으로 활용하던 곳이었다. 창동역에서 내려 집에 갈 때 취객들을 만나기 일쑤여서 불안했는데 공연장이 들어선 뒤 동네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각각의 컨테이너는 색깔별로 역할이 다르다. 빨간 컨테이너는 공연장을 비롯해 입주 뮤지션들의 스튜디오와 녹음실, 합주실 등이 들어선 문화예술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는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인 신대철, MC메타, 이한철, 잠비나이, 숨, 아시안체어샷 등이 입주해 있다. 

 

초록과 노랑 컨테이너는 패션 스튜디오와 포토 갤러리, 레스토랑과 쿠킹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컨테이너들은 종횡으로 연결돼 있다. 포토 갤러리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채 열 발자국도 걷지 않는다. 마치 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구성이다.
 

 

◇400명 뛰놀아도 컨테이너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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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컨테이너는 공연장을 비롯한 음악공간이다.(사진=양윤모 기자)

 

가장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곳은 단연 레드 컨테이너의 공연장이다. 2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운이 좋으면 신대철, 이한철 등 입주 뮤지션들과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들도 만날 수 있다. 음향 역시 훌륭하다. 소규모 공연장으로는 드물게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췄다. 2층에는 VIP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컨테이너로 이뤄졌기 때문에 안전을 걱정했다면 기우다. 

 

플랫폼 창동61의 유사원 콘텐츠사업팀장은 “최근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스탠딩 공연에서 최대 400명이 뛰면서 공연을 관람해도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딸·손녀와 함께 3대가 함께 방문했다는 이은숙(60)씨는 “손녀가 놀러와도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같이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동네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평했다. 아내와 함께 맥주 한잔 하기 위해 들렀다는 정기봉(63)씨도 “젊은이들 문화에 한층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인디밴드의 요람, K-팝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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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창동 61의 공연을 확인하는 시민들.

 

서서히 관객과 뮤지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장 가동률도 60% 이상으로 올랐다. 공연의 질도 기대 이상이다. 

 

지난 4일에는 검열 논란을 빚었던 앙상블 시나위, 정재일, 극단 골목길의 협업작품 ‘소월산천’이 무대에 올랐다. 이외에도 MC메타(18일), 크라잉넛, 해리빅버튼, 슈가도넛(7월 2일), 김반장과 윈디시티(7월 2일) 등 공연이 예정돼 있다. 8월에는 ‘창동썸머트레인’이라는 타이틀로 붕가붕가레코드 등 홍대 레이블 등이 참여하는 행사도 기획 중이다. 

 

유사원 팀장은 “개관 초기 유명 아티스트들을 섭외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데다 컨테이너가 주는 ‘힙’함 때문에 유명 음악 방송 프로그램들의 촬영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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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부스 앞 시민 휴식 공간.(사진=양윤모 기자)

 

‘플랫폼 창동61’의 존재가 고무적인 또 다른 이유는 2020년 들어설 예정인 창동 아레나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창동 아레나는 약 2만석 규모의 K-팝 전용 공연장이다.

 

플랫폼 창동 61을 컨테이너 공연장으로 구성한 것도 아레나 건립 후 현 위치에서 아레나 설립지로 이전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남은 4년 동안 지역사회의 음악수요를 창출하는 게 플랫폼 창동 61의 소명인 셈이다. 

 

실제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모팬 강유정(32)씨는 “플랫폼 창동 61 개관을 시작으로 2020년에 아레나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네 친구들끼리 ‘에어비엔비’ 사업에 뛰어들까 하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며 “실제로 지역주민들은 아레나가 건립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지역 주민·뮤지션 상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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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창동 61 밑에 자리잡은 포장마차촌.(사진=양윤모 기자)

 

입소문을 타긴 했지만 플랫폼 창동 61이 동북4구를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 현재 이곳을 찾는 관객 중 약 50%는 동북4구 주민이 아닌 타 지역구에서 온 관객이다. 공연장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수요지만 역설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수요는 ‘아직’ 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플랫폼 창동 61’ 협력 레이블인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는 “아직까지 홍대 인디신에서는 ‘플랫폼 창동 61’에 대해 특별한 반응은 없다. 물리적인 거리는 물론, 베드타운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거리도 제법 멀다”며 “8월에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들의 공연을 기점으로 창동에 대한 인식이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동북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과 연계해 대학동아리 공연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시행한다면 지역주민들과 충분히 상생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귀호강 눈호강' 창동의 맛집은?

 

△늘 사람이 붐비는'착한 쌈밥' 

 

식당이름처럼 음식도 착하다. 무제한으로 쌈을 먹을 수 있어 늘 사람이 붐빈다. 싱싱한 채소와 반찬, 밥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양도 푸짐한데 맛도 착하니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소 기다릴 수 있다면 위가 행복해진다. 

 

 

△함흥냉면이 땡길 땐 '하누소 창동본점'

 

날 더울 땐 역시 냉면이다. 하누소 창동본점은 본래 한우 꽃등심 등으로 유명한 고깃집이지만 깔끔한 냉면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곳의 냉면은 요즘 유행하는 평양냉면이 아닌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 열풍 속 꿋꿋이 함흥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우고기는 물론 개성만두, 어복쟁반, 갈비탕도 수준급이다. 

 

 

△포장마차촌 백곱창

 

창동역 2번 출구 인근 포장마차촌은 백곱창촌이다. 골목을 들어서면 순대볶음, 곱창볶음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양도 푸짐해 보통 여자 셋이서 2인분이면 충분한데 너무 맛있어 결국 더 먹게 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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