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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테라 인코그니타, 앞으로 100년> 이언 골딘, 로버트 머가

입력 2021-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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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미지의 세계라는 뜻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다. 옥스퍼드 교수인 이언 골딘과 세계적 도시학자 로버트 머가가 100장의 지도를 토대로 미지의 미래를 조망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지도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지금 우리가 직면한, 앞으로 부딪혀야 할 미래에 관한 실감나는 정보와 해법을 제공해 준다. 저자들은 그러나 이 책에서 제기된 수 많은 위기들이 불가항력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이 이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리스크들을 낮추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자 책임이라는 것이다. 

 

 

* 세계화의 모습을 변화시킬 코로나 - 저자들은 코로나가 ‘세계화’를 없애진 않겠지만, 그 모습을 재편할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바이러스가 사람들만 감염시키는 게 아니라 정치와 경제까지 즉각 감염시키며, 고도로 통합된 세계 공급망 탓에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되는 연쇄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코로나는 수 개월 만에 미국 기업 75% 이상의 공급망을 조각냈고 세계 제조업은 큰 차질을 빚었다. 저자들은 또 코로나가  국가 내, 국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했다. 펜데믹의 경제적 여파로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되고 재정긴축과 관련된 사회 불안이 심화하면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반격이 촉발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국제협력이 필수인 시기에, 협력은 절망적일 정도로 부족하고 글로벌 리더십은 공백 상태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최빈국 지원을 위해 국제 차원의 정보와 자원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불평등한 세상에서 협력하려는 우리의 ‘집단의지’를 시험받고 있다고 말한다.

 

* 펜데믹으로 더욱 위협받는 ‘세계화’ - 많은 이들이 세계화가 고른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하면서 확인되는 현실은 다르다. 높은 소득이 경제적 우위를 안겨줄 뿐 아니라 높은 기대수명과 밝은 직업, 좋은 학군 등 여러 혜택을 준다. 금융위기 이후 10년째 중산층 임금은 제자리이고 불평등 수준은 급격히 증가했다. 저자들은 “문제는 지나친 세계화가 아니라 불충분한 세계화”라고 지적한다. 이를 바로잡을 올바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1세기 들어선 ‘반사적 민족주의’와 ‘보호주의’가 세계화를 위협하고 있다. 저자들은 펜데믹 뿐만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금융위기와 기후변화도 세계화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세계화가 불균형을 점점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화가 현재 관리부실 상태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자본주의를 새롭게 구성해 주주의 이윤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한 국민 복지와 우리 지구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 녹아져 내리는 히말라야와 그린란드 - 히말라야는 인근 지역 수십억명 인구에게 물적·영적 자양분을 제공한다. 히말라야를 덮고 있는 얼음은 북극과 남극 다음으로 가장 많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이곳 전체 얼음 표면의 5분의 1이 녹아내렸다. 그 자리엔 자갈 평원과 거대 빙하 호수가 드러났다. 거대한 웅덩이는 자칫 급류와 진흙 잔해들을 쏟아내 산 아래 마을을 순식간에 덮칠 수 있다. 네팔 지역에만 1000개의 새로운 빙하호가 고지대에 형성되었다. 1980년대 이후 네팔 ‘임자 호수’의 면적은 3배나 증가해 UN과 세계은행 지구환경기금이 수백만 달러를 지원해 배수작업이 한창이다. ‘블랙 카본’ 또는 그을음이 이 같은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중국과 인도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자동차 화전 등에서 뿜어 나온 그을음이 빙하 표면에 안착해 흰 눈보다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알베도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구 담수 공급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그린란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꺼번에 빙상이 녹아내리면 지구 해수면은 6m 이상 상승할 것이다. 이곳 빙상은 산업화 이전보다 2배 더 빨리 녹고 있다. 잦은 비 역시 그린란드의 얼음을 더 빨리 녹이고 있다. 이 영구 동토가 녹으면, 땅 속의 유기물이 메탄가스를 방출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30배에 달한다.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면 해류와 해수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 10억년 만에 가장 뜨거운 지구 -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이미 연 20일 이상 치명적인 고온에 노출되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줄지 않으면 210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극심한 폭염을 겪게 된다. 바다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산소양이 줄면서 해양 생태계와 연안 지역이 위협받고 있다. 화석연료 연소는 전례없는 폭우와 장기화된 가뭄 같은 기상이변을 부추긴다. 사실은 겨우 100개 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배출한다. 청정에너지와 친 환경 공급망에 투자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2000년 이후 탄소발자국 감축에 성공한 나라도 덴마크와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 우크라이나 미국 등 20개국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2015년에 정부 상대 소송에서, 국가가 2021년 이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25% 감축하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전세계 60개 이상의 나라의 ‘멸종 저항(XR, 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정치 운동은 비폭력적인 시민 불복종을 통해 정부에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한 선제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 불타는 샌프란시스코와 아마존 - 2018년에 발생한 산불로 무려 32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같은 해 화석연료 기업들이 뿜어낸 이산화탄소 양이 370억 톤이었다. 오늘날 대규모 산불의 주된 원인은 ‘인간’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150만건 산불의 80%가 그렇다. 사상 최대인 900만 에이커를 잿더미로 만든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이 대표적이다. 잉여 원유를 태워버리는 ‘프래킹’은 500만 메가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내는 더러운 일이다. 관련 지도를 보면 대기오염이 전쟁 테러 살인과 자살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며 수 조 톤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 주었던 아마존 밀림이 이제는 오히려 ‘탄소 발생원’으로 변하고 있다. 고의적인 산불과 무자비한 벌목 탓이다. 삼림면적의 20~25%를 벌목할 경우 아마존은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 세계최대 열대우림이 세계 최대 관목지로 전락하는 ‘다이백(Die Back)을 촉발할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1분에 축구장 2개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삼림채벌은 빗물 고갈을 촉발해 물 부족과 가뭄을 발생시킬 수 있다. 브라질의 900개 도시와 마을이 그런 고통을 겪었다. 

 

* 해수면 상승과 가라앉는 도시들 -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한다고 해도, 인구 8억명 이상이 사는 최소 600개 도시는 그 전에 해수면 상승과 해일, 민물 염류화, 그리고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재정부담으로 황폐해질 것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라고스 상하이 마이애미 뭄바이처럼 난개발이 가중되는 메가시티들은 지구 평균보다 더 많은 해수면 상승을 겪고 있다. 많은 해안 도시들이 습지와 홍수에 취약한 지반 위에 형성되어 침수와 동시에 해수가 스며든다. 자카르타 일부지역은 지난 10년 동안 8피트 이상 가라앉았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도시 전체가 완전 수몰된다. ‘삼각주 도시들’이 1순위 수몰 후보지다. 수억 명이 사는 다카 광저우 호치민 홍콩 마닐라 도쿄 등이다.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과 걸프 연안 도시들은 해수면 상승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뉴욕은 지리적 위치와 인구 규모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다. 플로리다 남부는 지반이 스위스 치즈와 같아 강력한 홍수에 취약하다. 이밖에도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도시 4분의 3이 해수면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저자들은 “마에슬란트 방벽을 쌓아 홍수를 막은 로테르담처럼,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들은 반드시 기후변화를 고려해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가속화하는 도시화 - 오늘날 도시는 전세계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의 중심이다. 2050년이면 적어도 25억명 이상이 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도시종(urban species)”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구의 85%가 이미 도시화되어 있다. 전체 인구의 52%가 도시 중심부에, 33%가 도시 클러스터에 산다.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도시화된 지역이며, 오히려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가장 도시회가 덜 되었다. 인구 1000만이 넘는 ‘메가시티’가 현재 적어도 34곳에 이른다. 3800만명이 사는 일본의 도쿄-요코하마, 2800만명의 인도 델리와 2400만의 상하이가 있다. 공식적으로 중국에는 662개의 도시가 있고 그 중 160개에 100만명이 이상이 거주한다. 2500개 도시의 인도는 40개 도시에 100만명 이상이 산다. 반대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는 1제곱킬로미터당 600명인 애틀란타이다. 저자들은 “문제는 도시 생활이 노농 거주자간 생활수준과 가치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분열 조장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 세계경제의 60%를 담당하는 29개 도시 클러스터 - 몇 개의 거대도시가 연속해 다핵적 구조를 가지는 띠 모양의 도시지대를 ‘메랄로폴리스(거대도시)’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교통과 물류 인프라를 공유하고 경제와 산업을 연계해 자본과 사람이 모이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 연합을 ‘메가리전’이라고 칭한다. 베이징과 텐진 허베이성 등 3개의 거대도시를 비롯해 몇 몇 대도시를 포함한 ‘징진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 전체적으로 1억3000만명이 거주한다. 이곳의 연 생산량은 1조2000억 달러 규모로 멕시코와 맞먹는다. 위성지도를 보면 메가리전은 최소한 100만명 이상 인구의 대도시권이 2개 이상 인접해 있고 경제 생산량을 합해 3000억 달러 수준이 된다. 이 정의에 부합하는 메가리전이 적어도 29곳이 있다. 아시아에 11개, 북아메리카에 10개, 유럽에 6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각 1개 씩이다. 가장 부유한 지역은 보스턴-뉴욕-워싱턴DC 회랑이다. 인구 4760만명에 경제 생산량이 3조 6000억 달러 이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GDP 기준 세계 5위 규모다. 유럽 최대 메가리전은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셸 뮌헨으로 구성된 Par-Am-Mun이다. 총 생산량 2조 5000억 달러 규모다. 서울-부산, 댈러스와 휴스턴 샌안토니오 오스틴의 텍사스 삼각지대, 런던과 리즈, 맨체스터를 잇는 Lon-Leeds-Chester 등도 있다. 

 

* 점점 빨라지는 기술의 진화 - 기술의 도입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소득 증가대비 기술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 한 요인이다. 글로벌 디지털 신경계는 대세다. 1990년 초반 이후 5년마다 다운로드 및 업로드 속도가 10배씩 빨라졌다. 5G 네트워크 보급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고, IoT(사물인터넷)는 향후 수년 동안 한 해 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개발로 컴퓨터 서버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전성시대다. 자동차 부분이 30%, 전자기기 부문이 25%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향후 수십년 간 미국의 일자리 47%는 AI를 통해 자동화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은행은 개도국 일자리 3분의 2가 곧 자동화될 수 있다고 예측한 반면 OECD는 회원국 일자리의 14%만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화는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을 야기할 수 있어 성장에는 좋을 수 있으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여성들은 자동화에 더욱 취약하다. 기술 변화 속도는 빨라지는데 우리의 적응 시스템은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자칫 포퓰리즘적 반발이 발생하고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다. 저자들은 사회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민관이 함께 혁신과 투자에 전념해야 한다며 “기술은 적군이 아니라 변덕스런 아군”이라고 말한다.

 

* 불평등 심화 속 더욱 견고해지는 ‘초부유층’ - 소득 상위 1%의 부자들은 세계화를 통해 놀라울 정도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 부자 소득이 하위 90%의 평균보다 40배 이상 높다. 연간 소득이 300만 달러 이상인 초부유층 0.1%는 하위 90%보다 소득이 188배 높다. 세계 500대 부자들의 자산은 2019년에 25% 증가했다. 이들의 총자산은 8조 7000억 달러로, 150개 최빈국의 국민소득을 합한 것과 같다. 지구상의 가장 부유한 남성 22명의 부를 다 합하면 아프리카 여성 전체가 가진 부보다 많다. 참고로 불평등 수준이 낮으면서 동시에 신분 상승 가능성이 높아, 태어나기 가장 좋은 나라는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그리고 유럽이다. 저자들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불평등을 줄여나가려면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불평등 극복의 강력한 수단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공정한 경쟁의 장은 형평성 차원에서 더 공평할 뿐만아니라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기회를 갖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성별과 인권의 평등 역시 불평등 해소에 중요하다. 저자들은 불평등이 사회 결속력을 느슨하게 만들었을 때 필연적으로 포퓰리즘과 국수주의가 부상한다고 우려한다.

 

* 끊이지 않는 폭력 - 저자들은 무력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폭력적인 극단주의와 조직범죄, 국가의 탄압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한다. 나아가 미래의 기술들, 예를 들어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이나 레이저, 생물병기 또는 드론과 나노로봇 같은 것 들이 훨씬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 폭력은 특정 국가와 도시, 지역에 매우 집중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기를 거치면서 ‘짧은 평화’가 유지되었지만 이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무력 분쟁 발생률은 증가했다. 무엇보다 무장단체 수가 너무 많아졌다. 협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UN평화군이 더 이상 평화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기후 상승과 장기 가뭄과 홍수 등으로 인한 기후 분쟁은 식량 가격 상승과 기아 인구 증가, 사회적 불안과 조직화된 폭력의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저수지인 차드호 유역의 8개 나라는 지구상 최악의 물 부족 사태로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다. 시리아 역시 기록적인 더위와 격감한 강수량 탓에 표피층이 파괴되고 식량 생산이 멈추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분쟁으로 국가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 2개국 이상이 공유 수원지에 크게 의존하는 곳에서는 예외 없이 폭력적 분쟁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 AI 로봇 등 새로운 군비 경쟁 - 모든 종류의 무기에 지출하는 군비는 전 세계적으로 2018년 1조8000억 달러를 넘어 냉전 종식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GDP의 2.1% 또는 지구상 인구 1명 당 약 239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은 세계 최대 무기수출국으로 전 세계 거래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서유럽 국가 전체 거래량보다 많다. 사우디와 인도 이집트 호주 알제리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무기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무기 최대 수입국이다. 가장 오랫동안 가장 대규모로 군비 증강에 나선 나라는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한국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가장 군비지출이 많은 나라는 사우디와 오만 쿠웨이트 레바논 등 중동국가들이다. AI(인공지능) 군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자율형 무기체계 또는 킬러 로봇은 이미 BAE시스템스, 다쏘, 미그, 레이시언 등이 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무인선박, 무인항공기, 자율비행 드론 스웜, 자동 탐지공격형 파이어 앤 포겟 미사일이 개발되면서 이들 무기를 훨씬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쟁 억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UN 안보리는 기능을 상실했다. 저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과 미국의 갈등 탓이라며 안보리 개혁을 주장한다.

 

* 테러위협, 또 다른 테러 ‘국가 탄압’ -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모든 테러 공격 관련 사망 사건의 90% 이상이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소수 국가에서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소말리아 시리아 예맨의 피해가 컸다. 소수 테러 집단이 대부분의 극단적 폭력을 저지른다. 세계테러지수(GTI)에 따르면 2018년 보고된 약 1만9000건의 테러 살인 중 1만건 이상은 ISIS나 탈레반, 알샤바브 또는 보코하람이 저질렀다. 최근에는 국내 테러리스트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백인 민족주의자들과 백인우월 운동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놀라운 확산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의 탄압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2019년 프리덤하우스 조사에 따르면 최소 50개국은 군인이나 경찰, 준군사조직이 주민들에게 수시로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다. 브라질 필리핀 남아공처럼 자유로운 국가들도 있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시민 수천 명이 매년 국가 세력과 그 대리인들 손에 합법적으로 목숨을 잃는다. 미국에서 조차 매년 최소 1000명의 사망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다.

 

* 고령화로 사라지는 노동인구 -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에 5세 이하 인구 보다 64세 이상 인구가 많다. 2040년이 되면 만 60세 이상 인구가 지금의 2배인 2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2050년에는 지구인구가 100억명에 약간 못미칠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00년 만에 인구가 3배 증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구 반 이상의 국가에선 인구대체율 2.1명 이하의 출생률을 보이고 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일하는 여성과 도시 거주 여성이 늘면서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작은 가족을 계획한다. 아동의 건강 증진과 교육도 출생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이다. 일본에 이어 이탈리아가 고령화된 국가가 되었다. 모두 인구의 약 4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아프리카만이 21세기 후반에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대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니제르와 나이지리아, 탄자니아는 인구도 많고 출생률도 가장 높은 나라들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인구의 합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2050년에 지구 인구는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그 사이에 노동인구는 점점 사라지고,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합을 생산가능인구(15~64세)로 나눠 계산하는 ‘부양비율’은 급증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스웨덴 일본은 이미 30%를 넘어섰다. 노동인구가 줄면서 부양율이 높아지면 공공 재정에 부담이다. 보건 및 의료 복지 비용 탓에 세금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경제 침체와 쇠퇴의 신호로 간주된다. 하지만 저자들은 “노인인구와 고령화 인구가 사회에서 가치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한 세기 2배로 증가한 기대수명 - 122세로 타개한 프랑스의 잔 칼망(1875~1997,여)은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전 세계에서 110세 이상을 사는 초백세인(super centenarian)은 수천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0년에 태어난 사람의 기대수명은 최소 100세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편집과 재생의료 기술 발전 덕분에 21세기말에는 평균 기대수명이 150세까지 연장될 것이란 기대도 많다. 기대수명은 한 세기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1960년대는 50세에 불과했다. 오늘날 전세계 평균 수명은 71.5세다. 지난 200년 동안 아동 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할 정도로 ‘생존 출생’과 ‘출생 후 5년’의 장벽이 극복되었다. 위생과 교육의 개선 덕분이다. 모성 사망이 감소한 것도 한 이유다. 지난 20년 동안 모성 사망률은 약 40% 낮아졌다. 앞으로 문제는 코로나19 같은 펜데믹 예방이다. 펜데믹은 인류의 건강과 수명에 가장 치명적인 적이다. 항생제와 바이러스 내성이 문제의 큰 원인이지만, 지구온난화와 무역 가속화 같은 요인들도 작용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 특별관리가 필요한 ‘정신건강 장애’ - 정신건강 장애 역시 전 세계 사망률과 유병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세계 인구의 6분의 1인 11억명이 한 가지 이상의 정신 건강 및 약물 남용 장애를 앓고 있다. 4명 중 한 명은 살면서 한 번은 정신 장애를 경험하는데,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보다 2배라고 한다. 정신 건강 장애는 대부분 자살과 관련이 있다. 임상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자살로 사망할 가능성이 평균 약 20배 높다고 한다. 놀랍게도 우울증 인구가 전 세계의  2~6%를 차지한다. 2019년에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러시아 한국 수리남 등이 자살률이 높았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도 비교적 높은 자살율을 보였으나, 합법적인 의사 조력 자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자살은 15~29세의 두 번째 주요 사망원인이다. 성적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압박을 받는 일본과 한국의 학생들도 평균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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