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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카는 내 삶의 활력소"… 동호회 '태풍'

일요일 인천 청하 경기장에서 만난 '태풍'
4살부터 50대까지 미니카를 즐기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미니카는 단순 장난감이 아닌 삶의 원동력
나만의 기술이 담긴 집약체

입력 2014-08-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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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천 동구 송림동 청하 경기장에서 미니카 동호회 ‘태풍‘팀이 트랙위에서 속도를 경쟁하고 있다.

쐐액~ 쇄액

 

경쾌한 소리로 트랙을 질주하는 미니카(MINI 4WD)를 보니 잠시 잊었던 설렘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미니카와 함께 놀던 재밌는 추억이다.

지난 24일 일요일 인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청하 경기장에는 오전부터 미니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야~너 많이 빨라졌다. 한 번에 신기록이네. 연구 많이 했나봐”, “형 따라 잡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

마치 동네 친한 형·동생의 대화 같지만 실제 둘의 나이 차는 20살 이 넘는다. 30대 청년과 50대 액티브 시니어.

이곳 청하 경기장에는 4살 꼬마 아이부터 환갑을 바라보는 50대 까지 미니카를 즐기는 사람만 있을 뿐 그들에게서 나이가 주는 거리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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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아저씨(가운데)와 팀원들.

 

매주 일요일 청하 경기장엔 미니카 동호회 ‘태풍’이 모인다. 회장은 미니카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일명 ‘태풍 아저씨’ 김용재(55) 씨다. 그는 20년 가까이 미니카를 즐기는 마니아 중 마니아다. 


그는 “원래 태풍은 나와 가족이 팀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혼자 남게 됐다”며 “작년에 여기 청하 경기장에서 같이 즐기는 사람을 만나 경기 출전을 위해 태풍 2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랫동안 자신의 놀이가 된 미니카에 대해 “트랙 위에선 모두 동등한 경쟁자라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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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태풍 팀에는 중학생부터 50대까지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모여 있다. 그 중엔 같이 미니카를 즐기며 애틋한 시간을 갖는 부부와 낮에는 반도체를 연구하고 밤에는 미니카를 조립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책임 연구원도 있다. 


그들에게 미니카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가치다. 지루하고 따분한 삶을 즐기며 살게 하는 활력소다.

남편을 따라 미니카를 즐기기 시작한 한선희(33)씨는 “서로 같은 취미를 가지니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결혼 생활에서 서로 멀어지지 않아서 좋다”고 밝혔다.

이에 남편인 김영일(33)씨는 “우리 둘에게 미니카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와이프를 두고 혼자 즐기면 마음이 불편한데 이렇게 같은 취미를 가지니 다툼도 없고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산다”고 말했다.

미니카 속도를 높이려면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너무 가벼우면 차체가 트랙에 붙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 나갈 위험이 높다.

운이 없으면 수 백 만원 공을 들인 결과물이 한 순간에 박살난다. 그래서 최승혁(33)씨는 플라스틱 대신 가볍고 강도 높은 카본으로 직접 미니카를 개조한다.

그의 공구 상자에는 삼성반도체 책임 연구원으로서 전문성이 느껴질 정도로 쉽게 볼 수 없는 기구와 화약약품이 가득했다. 조립을 하는 그의 손길에서 미니카를 향한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미니카는 내 기술의 집약체”라며 “반도체를 만들지만 여러 공정 과정 중 하나에 참여할 뿐, 미니카는 내 손 끝에서 완성품을 만드는 매력이 있다”며 “시작한지 1년도 안됐는데 여기에 쏟은 돈이 1500만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현재 미니카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트랙이 있는 곳은 인천, 수원, 부산이다. 그나마 최근에 키덜트 열풍으로 미니카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곳 청하 경기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올해 78세인 ‘청하 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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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하 경기장을 운영하는 청하 할아버지

 

그는 2006년 까지 미니카 유통업을 하다가 수해로 사업이 망하고 재고를 팔기 위해 경기장을 시작했다. “하루에 한, 두 명 밖에 안 올 때도 있었는데 2~3년 전부터 늘기 시작했다”며 “경기장 운영 수익이 많진 않지만 미니카로 젊은 사람과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지만 동호회 태풍 사람들에게 미니카는 인생을 즐기는 평생 놀이였다.

글=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사진=윤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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