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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성장과 나눔의 시장경제]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자연의 가장 위대한 성공은 동물과 식물의 공존"

[인터뷰] "소통 단절시대… 자연에서 깨닫는 공존의 법칙"

입력 2016-01-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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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인터뷰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겸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노사갈등, 부의 양극화, 소통 단절 등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줄곧 자연과 생태계에 비유하며 풀어 나갔다. (사진=양윤모기자)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가 뭔지 아십니까. 공존입니다. 꽃가루를 날라주고 꿀을 받는 곤충과 식물의 공존하는 모습이 가장 위대합니다. 식물과 곤충이라는 자연계의 양대강자가 나만 살겠다고 서로 물고 뜯는 것이 아닌 손을 잡고 공존하며 최적의 상태로 진화한 것이죠. 자연계 최대의 성공사례가 눈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만 살겠다고, 나만 잘 되겠다고 잡아먹고 서로 경쟁하는 얘기만 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생명과학·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석좌교수)은 노사갈등, 부의 양극화, 소통단절 등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줄곧 자연과 생태계에 비유하며 풀어 나갔다. 뿐만아니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에 저성장, 저고용, 저출산 등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새롭거나, 구조적인 사회 문제들도 10년 전 그의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에서 미리 예견한대로 자연과 생태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100세 시대에 60세에 익숙해 있는 틀을 계속 강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년제도가 무력한 사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세상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직업이 없으면 실패한 삶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하고, 대학도 20대에 대한 교육에서 평생교육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세팀을 코 앞에 두고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원장실에서 만난 최 원장은 우리 사회의 현상황들을 해박한 그만의 시각으로 자연의 이치에 비유해가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다.


◇ 100세시대다.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더불어 공존하는 지혜가 이전에 비해 더욱 절실할 것 같은데.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 산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지금상태로 놔두면 멀쩡한 젊은 친구들이 인생포기자로 사회에 진입해야 하고 이 같은 일은 끊임없이 반복 될 것이다.

어떤 미래학자들은 ‘노는 것도 직업으로 만들자’란 얘기를 하는데 노는 사람이 사회에 필요하다. 또한 평생 대여섯번 직업을 바꿔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대학이 변신해야 한다. 청년들만 가르치는 형태로 대학이 남아있으면 국가와 사회를 뒷받침 하지 못한다. 평생교육을 하는 대학들이 나와야 한다. 대학 총장님 몇 분들에게 관련 얘기를 했지만 아직 움직임이 없다. 그때를 기다리고 그냥 있을 수 없으니 개인이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 휴대전화, SNS 등 다양한 소통수단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오히려 소통 단절시대에 살고 있다. 동물들에게 배워야 할 소통방식이 있나?

귀뚜라미는 가을 초저녁에 운다. 귀뚜라미가 날개를 뒤로 젖히고 긁어가며 밤새 우는 이유는 암컷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암컷을 유혹할 때까지 열심히 울어대는 것이다. 우리도 귀뚜라미에게서 소통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협상될 때 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 것을 못하니 소통의 부재가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당신은 나랑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내 마음을 이렇게도 모르냐’며 불만을 털어놓지만 수컷은 암컷의 마음을 100%알 수 없다. 하지만 부부로 살기 위해서는 그 마음을 알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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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국립생태원장겸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충남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 ‘부의 양극화’, ‘노사갈등’, ‘불평등’, ‘황금만능주의’ 등 갈등이 심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분열을 조율하고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여가는 소통의 방법론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답이다. ‘통섭’이 소통의 방법이다. 2개의 수소분자와 산소분자가 융합되면 물(H2O)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탄생이 하는데 이런 것은 ‘융합’이다. 통섭은 서로 합치자는 것이 아닌 충분히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함께 손잡자는 얘기다. 지금보다 애써서 서로를 알지 않으면 함께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 2018년부터 노동력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2025년부터는 인구자체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빠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구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은 없을까?

지구에 사는 모든 동식물은 번식이 끝나면 모두 죽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식농사 다 끝내놓고도 음식을 축내면서 버티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이상희 교수 논문에 따르면 5만년 침팬지와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을 비교했더니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서 현대인과 비슷한 고령화 DNA흔적이 발견됐다. 침팬지와 달리 인간은 고대로부터 고령화 DNA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키우고 엄마 아빠는 시간이 생겨 기계문명을 일으켰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기가 막힌 내용이다.

‘할머니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할머니가 있는 집단은 그 할머니가 약간의 음식을 축내기는 하지만 노동력만이 아닌 삶의 지혜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할머니가 없는 집단과의 경쟁력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전 궁궐에서도 최종 결정은 대비마마가 결정했던 것처럼 할머니가 있는 부족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결국은 생물학적인 문제라는 것을 이해해야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때문에 난 10년 전 젊은 사람들이 빨리 시집장가를 갈 수 있게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자는 조혼예찬, 젊은 부부가 월급이 가장 높고 아이를 길러낸 사람들은 월급 줄어드는 식의 임금피크제를 주장했다.

또한 세계인구의 빠른 증가는 모든 문제의 원인인데 선진국들이 자국민 숫자가 줄어드니 출산장려책을 내놨다. 이건 자살행위다. 그래서 난 차라리 인구의 이동을 허락해 이민자를 받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자연스럽게 농촌총각들과 결혼하는 이주여성 유입으로 단일민족이 아닌 다문화정책으로 바뀌었다.


◇ 경제성장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현재의 저성장이 마치 재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방법과 지혜가 있다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연구소의 논문 중 아이들을 숲에 데려가면 인성이 좋아지지만 지능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건물 등 우리가 만들어낸 환경은 직선, 평면, 곡선이 대부분이지만 나무, 잎 등 숲은 구조적 복잡성이 다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아닌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결과가 어떻겠는가. 자연을 되돌려 줘야 한다. 그런 의미로 대폭 확대되고 있는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이게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제도다. 학원을 보내서 자유학기제의 공백부분을 어떻게 따라잡을까 고민하는 부모들 때문에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 최재천 교수는

195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동물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생태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립생태원 원장과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수상, 기후변화센터 공로상,과학문화재단-동아사이언스 제정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선정, 국민훈장동백장 등을 수상했다. 지식의 통섭, 학문의 경계를 넘다, 통섭의 식탁, 열대예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다윈지능 등 수십편의 저서가 있다.

 


대담=방형국 국장대우 겸 사회부동산부장
정리=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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