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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세월이 가면'의 박인희, 35년만에 송창식과 '그리운 사람끼리'로 돌아온다

입력 2016-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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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컴백 콘서트' 갖는 박인희<YONHAP NO-1945>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35년만의 기자회견에서 히트곡 ‘그리운 사람끼리’를 부르고 있는 박인희.(사진=연합)

 

긴장한 듯 떨리긴 했지만 여전히 청아한 목소리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르는 ‘그리운 사람끼리’의 멜로디는 서글펐지만 넘치지는 않았다.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의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맞춰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이 있었다. 71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그는 긴 생머리, 하얀 얼굴, 가냘픈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닥불’, ‘세월이 가면’, ‘약속’, ‘봄이 오는 길’ 등의 싱어송라이터 박인희가 돌아온다. 무려 35년만이다. 14일 박인희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의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월 30일 송창식과 함께 컴백콘서트 ‘그리운 사람끼리’로 돌아온다고 알렸다. 35년만의 첫 기자회견과 무대에 박인희는 시종일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35년만의 귀환, “완고한 나를 움직인 이는 팬”

저서 한 구절 읊는 박인희<YONHAP NO-1978>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만에 돌아온 이유를 묻자 박인희는 자신의 저서 일부를 발췌해 낭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사진=연합)

“살아가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박인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회견장에는 취재진보다도 많은 수의 팬카페 회원들이 자리해 그의 귀환을 축하했다. 변함없는 팬들로 인해 그는 시시때때로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잠깐 노래를 했었고 제가 좋아하는 팝송을 하다가 떠났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시고 떨리는 마음으로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시고…얼굴을 마주보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1981년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현재 갑작스레 복귀를 발표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인희는 “너무 떨려 밤잠을 설쳤다”며 물건을 뒤적이며 옛 시절을 들추다 1987년 3월 15일에 썼던 책을 발견했다며 그 일부를 발췌해 낭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널리 알려진 이름에 비해 활약기간이 1년도 채 되지 못했다. 뇌출혈을 지연시키려 거머쥔 것이 기타였다. ‘약속’, ‘세월이 가면’, ‘그리운 사람끼리’…. 불과 몇 달 동안 4개의 독집 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 타성이 기운다…(중략)…내 이름 석자 뒤에는 ‘과로’가 따라 붙었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강요받는다.…(중략)…내가 빵 한 조각을 위해 노래했던가? 스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왜 노래를 불렀나? 노래가 좋아서…(후략)….”

홀연히 떠난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노래가 좋아서. 2년 남짓 노래하고 방송활동을 하면서 그는 타성에 젖어버렸고 그런 자신을 되돌아보겠다고 떠난 게 35년 전이었다. 단 한줄의 소식도 전하지 않은 그에 냉정하다는 원망의 목소리도 들렸고 죽었다는 풍문도 떠돌았다.

“젊을 때도 자의로 노래를 그만뒀고 이 시점에 오기까지 미련이 없었어요. 가수로서 부족함을 느꼈고 많은 분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저를 설득했지만 완고하게 가수활동을 접었죠.”

흐느끼는 박인희<YONHAP NO-2051>
완고한 그를 움직인 이는 역시 팬이었다. 잠적 후 35년이 흘렀지만 그를 기다리고 추억하던 팬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열렬히 환호를 보냈다.(사진=연합)

 

완고한 그를 움직인 이는 역시 팬이었다. 10여년 전 그는 어머니와 미국 LA 인근의 산타모니카 해변을 거닐다 뒤를 따라오는 팬을 만났다. 농장을 운영하며 야채와 과일을 파는 이민자였다. 

 

이민생활의 고달픔을 박인희의 노래로 위안 받았다는 팬은 그의 음반을 LP, CD, 테이프로, 게다가 같은 앨범을 3, 4장씩 구해 보관하고 있었다. 직접 방문해 목격한 그 경이로운 광경에 박인희는 감격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다. 2004년 자신을 기다리고 추억하는 팬카페가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제가 뭔데 저 많은 분들이 좋아해줄까…한분이면 족했는데…. 그러면 노래하는 보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노래를 부를 꿈을 꾸며 지냈죠. 다시 노래를 만들고 시를 썼어요. 20대와는 다른 삶의 궤적 따라 연륜에 맞는 곡들을 만들게 됐죠.”


◇공연 콘셉트는 ‘그리운 사람끼리’, “넓은 의미의 음악 속에 사는 박인희가 되고 싶다”

포즈 취하는 박인희<YONHAP NO-1955>
컴백콘서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희.(사진=연합)

 

다시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쓰며 주저하다 또 10여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세월의 흔적을 따갈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 언론의 미국 지사에서 MC로 활동을 계획하다 쎄시봉(조영남·이장희·윤형주·송창식) 콘서트를 매년 열고 있는 김석 대표의 권유로 한국행을 감행했다.

이제는 너무 늦었으니 포기하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백발에 노 메이크업으로 김석 대표를 맞이했지만 박인희는 현재 4월 30일 컴백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다른 이의 공연에 게스트로도 잘 서지 않는 송창식이 박인희라는 이름에 흔쾌히 합류했다. 

 

그 시절 함께 활동했던 그 누구도, 하물며 함께 컴백콘서트를 꾸릴 송창식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박인희는 “몇십년 후 재기나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리라는 계획도 꿈도 없었다”며 “하지만 할 거라면 호흡이 맞고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사람과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송창식과 함께 하는 이유를 전했다.

쎄시봉 콘서트에 이어 박인희의 컴백무대 연출을 맡은 김일태 감독은 “이번 공연은 ‘그리운 사람끼리’, 팬들과 함께 한다”고 콘셉트를 설명했다.

팬카페 회원인 나한나 화가가 박인희의 히트곡 16곡에 맞춰 3, 4개월 동안 작업한 추상화 100여점이 대형화면에 공개된다.

전국 음대, 실용음악과 등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오디션을 열어 선발한 ‘박인희 키즈’도 무대에 오른다. 청아하고 지적이며 여성미를 풍기는 박인희를 꼭 닮은 이들로 만든 팀으로 리메이크곡을 발표하고 박인희와 함께 무대를 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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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희는 “가수로서의 박인희 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넓은 의미에서 음악 속에 사는 박인희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털어놓았다.(사진=연합)

 

새 앨범이나 이후 활동, 데뷔를 함께 했던 ‘뚜아 에 무아’ 멤버 이필원과의 활동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인희는 모든 결정을 컴백콘서트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박인희는 “따로 만들어둔 노래가 60여곡이고 그 중 추린 노래가 20~30곡 정도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새 노래를 발표하지 않는다. 가수를 떠나서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 흐름에 따라 어떤 노래는 내가 부르고 또 어떤 곡은 다른 가수를 찾아서 부르게 할 생각”이라며 “새 앨범은 가을쯤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가수로서의 박인희 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넓은 의미에서 음악 속에 사는 박인희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털어놓았다.

35년만에 복귀하는 박인희는 4월 3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의 컴백콘서트 ‘그리운 사람끼리’를 시작으로 5월 8일 일산, 5월 15일 수원, 5월 22일 대전 등 5월 30일까지 전국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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